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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K Column/추억의 칼럼

[추억의 칼럼] 위(만 쳐다보고) 성(급하게 가면) 미(끄러진다)

by 밝은터_NJT 2010.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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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18일에 쓴 글입니다. 미셸 위가 PGA투어(남자대회)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쓴 칼럼인데, 그의 도전은 아름답기보다는 안쓰러웠습니다. 어른들의 욕심으로 시작된 PGA투어 도전. 완전한 실패였습니다. 그는 PGA투어는커녕 LPGA투어에서도 하위권에 머무는 등 오랜 시간 슬럼프에 빠졌습니다. 2009년 마침내 LPGA에서 우승을 차지한 미셸 위는 본격적으로 여자 대회 석권을 위한 한 발을 내디뎠습니다. 여자 대회에서 꾸준한 우승을 한 후에 PGA투어에 도전해도 늦은 게 아니었는데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Casio World Open - Round One
만 쳐다보고 급하게 가면 끄러진다 

 미셸 위가 최근 남자 골프대회인 PGA투어 존 디어 클래식에 출전해 복통을 호소하며 2라운드에 중도포기를 하자 비난의 여론이 일었다. 이미 여러 차례 보도가 돼 그 이야기를 다시 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미셸이 PGA투어에 도전하는 것을 오래전부터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본 사람 중 한 명이다. 가슴은 미셸이 잘해주기를 바라면서도 머리로는 걱정되는 게 한둘이 아니다.

 미셸의 PGA투어 컷 통과 도전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먼저, 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여자 선수들을 생각해 보면 그들은 상대적으로 위축이 될 수밖에 없다. LPGA투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을 한 선수보다 PGA투어 컷 통과를 하지 못한 미셸에게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역사적인 도전'은 아름답지만 그의 도전 상황(context)이 그다지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다. 한국 언론도 LPGA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을 한 것보다 미셸 위의 PGA투어 도전을 더 비중있게 다룬다. 한국 선수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이 없을까. 

 두 번째로 이러한 도전이 미셸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때 부정적인 답이 나온다. PGA투어에서 컷 통과를 했다고 하면 그 다음은 무엇인가? 계속 도전해서 PGA투어 챔피언이 되는 것인가? 전문가들이 아무리 칭찬을 해도 그가 PGA투어에서 챔피언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셸의 목표지점은 LPGA투어가 되어야지 PGA투어가 되어서는 안 된다. 미셸의 PGA투어 도전은 처음에는 신선했지만 지금은 신선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앞으로는 더욱 그럴 것이다. 에이전트사와 계약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아닌지 그런 걱정이 한편으로 생긴다. 

 세 번째로 미셸이 너무 일찍 프로선수가 되면서 중요한 청소년기를 '돈맛을 아는' 사람들 속에서 보내는 것이 안타깝다. 지금 그의 주변에는 16세 친구들이 있지 않고 마케팅 관계자, 대회 주최측 관계자, 에이전트 등 미셸의 상품가치를 높여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줄서 있다. 미셸은 그들에게 '괜찮은 상품'일 뿐이지 '귀여운 16세 소녀'가 아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미셸은 프로선수처럼 행동을 하는데 그게 오히려 부자연스럽다. '아이는 아이다워야 아이지.' 

 네 번째는 내가 전에도 거론한 적이 있지만 미 주류 언론이 미셸 위의 도전에 융단폭격을 가할 때가 분명 다가올 것이라는 염려다. 어린 아이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시카고 지역 언론에서 쓴 부정적 기사가 인터넷과 통신사를 통해 전국으로 퍼져 나갔고 이미 한국 언론도 이를 받아썼다. 그런데 그 정도는 맛보기이고 제대로 된 비난의 폭격이 가해지면 위 패밀리가 감당해낼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든다. 이런 상황이 되면 그동안 미셸 위의 도전에 박수를 보냈던 언론이나 팬들도 등을 돌릴 것이다. '언제 내가 칭찬했나'라는 표정을 지으며 오히려 미셸 위 비난의 선봉장이 될 것이다. 

 미셸이 잘되기를 바라면서도 이런 걱정이 현실이 될 것으로 생각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여러모로 괜찮은 아이를 어른들이 망쳐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진지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밝은터]

 [미셸 위 도전 찬반양론]

  미셸 위의 PGA투어 도전에 대한 찬반양론이 거세지고 있다.
 그가 어린 나이에 프로에 입문했을 때도 찬반양론이 첨예한 대립을 보인 바 있는데 최근 들어 그의 남자 대회 출전이 옳은 일인지 옳지 않은 일인지에 대한 의견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찬성: 미셸 위가 나오면 팬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든다. 당연히 찬성(대회 주최 측), 미셸이 남자대회에 출전하면 시청자와 독자가 더 관심을 보인다. 물론 찬성(언론 측), 타이거 우즈에 대한 열기도 시들하고 박세리 열풍도 사라진지 오래다. 골프 인기를 되살리기 위해 스타가 필요하다. 미셸 위 대환영!(골프 마케팅 회사) 한국 아이가 미국에서 이렇게 성공한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미셸 위 파이팅!(일부 미주 한인들) 체조 종목은 10대들의 잔치 아닌가. 미셸 위의 도전이 왜 문제인가(보편적 이성주의자)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것은 정말 미국적이지 않은가?(USA 투데이)

 ◆반대: 왜 서두르는지 모르겠다. LPGA투어에서 경험을 더 쌓고 PGA투어에 도전해도 늦지 않은데...(시애틀 타코마 뉴스), 미셸 위는 2003년 이후 그 어떤 대회에서도 우승을 하지 못했다.(로이터 통신), 미셸은 LPGA투어에 집중해야 한다.(낸시 로페스-LPGA투어 48회 우승자), PGA투어 대회에 참가하고 싶은 남자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에게 기회를 주지 못하고 컷 통과에 계속 실패한 미셸을 초청하는 것은 옳지 않다. 미셸은 실력으로 대회에 출전해야 한다.(마이크 위어) 미셸은 남자 대회에 출전하는 것으로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지만 스폰서 초청으로 출전하는 것은 그를 오히려 연약하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미셸이 남자 선수들이 두려워하는 존재가 되면 좋겠다. 그러나 지금은 아닌 것 같다. 좀 더 기량을 쌓은 후 스폰서 초청이 아닌 정식 멤버로서 PGA투어에 도전하기를 바란다.(뉴질랜드 헤럴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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