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양용은 '한바탕 웃음으로' 기자회견-21문21답
by 밝은터_NJT
2009. 8. 17.
다음은 메이저대회 챔프가 된 양용은의 현지 기자회견 내용 전문이다. 질문은 모두 영어로 이뤄졌고 라이언 박 에이전트가 통역을 맡았다.
[이 글은 이 블로그의 필자 밝은터가 정리한 것으로 유코피아닷컴에 동시에 올려졌음을 미리 밝힙니다.]
문)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답) 내 인생에서 마지막 우승이 될지도 모르지만 정말 놀라운 날이었다. 이번 우승은 내가 톱레벨에서 골프를 할 수 있는 초석이 됐다고 본다.
문) 세계 최고의 골퍼와 경기 막판에 함께 대결을 펼칠 때 두려웠나? 그랬다면 어떻게 극복했나?
답) 타이거 우즈가 과거 여러 차례 기적의 샷을 만들어낸 장면을 기억한다. 그는 놀라운 선수다. 18번 홀에서 솔직히 그가 칩샷을 할 때 홀컵에 들어가지 않기를 기도했다. 맞다. 약간 두려웠던 것 같다. (기자회견장 한바탕 웃음)
문) 16번 홀과 18번 홀에서 굉장히 대담한 경기를 펼쳤다. 자신이 있었나? 원하는대로 경기가 풀렸나?
답) 16번 홀에서 바람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불고 있었는데 오른쪽을 향해 공을 날렸다. 그러면 왼쪽으로 날아가 홀컵 근처로 떨어뜨릴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런데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다. 공이 그린에 안착해 기뻤다. 18번홀에서는 계획했던 대로 공이 날아갔다. 내가 원하는 지점에 공이 떨어졌다.
문) 당신은 이번 대회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의 우승은 한국 골프와 골퍼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나.
답) 아시안 골프를 생각하면 역시 1996년 박세리의 US오픈에서의 우승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당시 그의 우승은 한국에서 골프붐을 일으켰다. 당시 한국인들은 테니스라켓이나 야구방망이 대신 골프채를 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경주가 PGA투어에서 우승을 하면서 골프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나는 이번 우승이 그런 영향을 미치기를 희망한다.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젊은 골퍼들이 꿈을 펼치기를 기대한다.
문) 14번 홀에서 칩샷이 들어갔을 때 타이거 우즈에 1타차로 앞섰다. 그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답) 그 전에 타이거는 벙커샷을 멋지게 성공했다. 그는 버디를 잡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칩인을 하면서 적어도 버디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운 좋게도 공은 홀컵 안으로 들어갔다.
문) 혼다클래식에서 우승을 할 때 경기 막판에 당신은 조금 흔들렸었다.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침착해 보였고 정돈된 듯했다. 어떤 차이가 있었나.
답) 나는 최고의 선수 우즈와 대결하는 장면을 상상하곤 했다. 나는 그와 맞붙으면 어떻게 대결을 할까 하는 구상을 하기도 했다. 메이저 대회에서 우즈와 최종 라운드에 대결한다는 것은 꿈과 같은 일이다. 타이거는 정말 좋은 선수이지만 그도 사람이기에 좋지 않은 날이 있을 수 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문) 내 요청이 부당하다고 느끼면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18번 홀에서 퍼트가 들어갈 때 당신의 기분을 영어로 말해줄 수 있나?
답) I think only Tiger chipping, miss the chipping and thinking, "Just please."
문) 17번 홀에서 퍼트가 좀 짧았다. 그때 긴장했었나?
답) 타이거가 그 홀에서 파를 세이브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가 파를 기록하지 못했을 때 아마도 나는 너무 자신감을 가졌던 것 같다. 긴장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문) 보통 선수들보다 늦게 골프를 시작했다고 들었다. 어떤 선수가 당신의 롤모델이었나?
답) 내가 골프를 처음 시작했을 때 닉 팔도가 전성기에 있었다. 닉 팔도는 나의 롤모델 중 한 명이었다. 잭 니클러스도 나의 롤모델이다. 처음에 나는 경기 비디오를 많이 보면서 연습했다. 코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양용은은 19세 때 골프를 시작했다.)
문) 어젯밤 타이거와 최종 라운드를 함께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그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답) 먼저 티타임을 봤다. 메이저대회의 최종 라운드에서 가장 늦게 시작하는그룹에 들어갔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그리고 심장이 뛰었다. 긴장이 됐다. 일찍 잠자리에 들려고 했는데 결국은 골프 관련 TV와 내가 나오는 경기 장면을 영상으로 보면서 늦게 자게 됐다. TV에서 나오는 나를 보면서 정말 기뻤다. 사실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새벽에 두세 번 잠에서 깼다.
문) 당신의 캐디인 AJ는 당신은 두려움을 보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한 힘은 어디서 나오나
답) 나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골프채를 잡으면서 이것이 나의 천직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꿈꾸던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이 나에게 두려움을 없애주는 것 같다. 나는 매일 꿈속에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최선을 다하고 나서는 후회하지 않는다. 잘 되지 않으면 아님 말구 하는 생각을 한다.
문) 한국은 2016년 올림픽 골프 경기에서 몇 개의 메달을 딸 것으로 생각하나
답) 한국에 프로골퍼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한국은 2개 정도의 메달을 딸 것으로 생각한다. 금메달은 힘들겠지만 은메달과 동메달은 가능할 것 같다. 그러나 누가 아는가. 한국이 금메달을 딸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
문) 어젯밤 잠을 잘 못잤다고 했는데 오늘 보니까 침착해 보였다. 타이거와 첫 번째 티샷을 할 때 기분이 어땠나?
답) 어제 잠자리는 참으로 힘들었다. 그러나 첫 번째 티샷을 날린 후 나의 본 모습으로 돌아왔다. 물론 꿈의 경기에 참여하는 것이지만 이 경기 역시 골프 경기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골프에서 진다고 생명을 잃는 것도 아니고 그저 타이거에 졌다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내가 진다고 실망하는 사람이 있겠는가. 잃을 게 없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
문) 타이거가 오늘처럼 퍼트가 좋지 않은 날을 과거에 본 적이 있는가. 재대결을 받아주겠는가?
답) 타이거는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다. 나는 그의 경기를 여러 차례 봤다. 오늘 그는 경기를 잘 못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런데 오늘 그가 좀 부진한 것은 사실이고 그것이 나에게는 기쁨이 됐다. 물론 재대결은 원치 않는다. (웃음) 오늘 나는 우승을 했다.
문) 1996년 이후 타이거는 3라운드 리드 후 이를 한 번도 빼앗긴 적이 없다. 위대한 선수들이 마지막 라운드에서 타이거와의 대결에 패했다. 당신은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나? 그리고 언제 당신이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나?
답) 14번 홀에서 이글을 잡았을 때 승리를 생각했다. 나는 내 자신이 위대한 골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PGA투어에서 평균보다도 아래인 선수다. 그래서 나의 게임에 임하는 자세는 그저 이븐파를 기록하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것이 다른 선수들과는 다른 마음가짐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문) 19세에 골프채를 잡은 후 언제 이븐파를 기록했나? 골프를 늦게 시작한 것에 잇점이 있나?
답) 3년 후인 것 같다. 당시 22세였다. 늦게 골프를 시작해서 잇점이 있겠나? 나는 PGA투어 선수가 되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클럽 프로 또는 골프 레인지에서 골프를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저 골프를 통해 생활비를 벌고 싶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세미 프로가 되는 것을 소개했고 나는 시험에 합격해 세미프로가 됐다.
그리고 나서 PGA 지역 프로 테스트에 통과했고 이후 프로 대회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중에 한국, 일본, 미국에 프로 토너먼트가 여러 차례 열리는 것을 알게 됐다. 내 골프 인생은 느릿느릿 진행됐다. 너무 멀리 보려고 하지 않았다. 하나씩 하나씩 밟아가려고 했다. 그래서 압박감이 덜했던 것 같다. 요즘 젊은 선수들은 정보홍수 시대 속에 PGA나 LPGA 정보를 얻으면서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문) 아마도 앞으로 1년 동안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될 것 같다. 앞으로 언론이나 여러 사람들이 관심을 보일텐데, 인생이 바뀐 것에 대해 준비가 됐나?
답) 솔직히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이 기자회견은 내가 했던 가장 긴 기자회견이다 (웃음). 이렇게 많은 질문 받아본 것도 처음이다. 아직 준비가 덜 된 것 같다. 그런데 익숙해져야 하지 않겠나? (웃음)
문) 이글샷을 성공시켰을 때 우승을 예감했다고 말했다. 감정은 어땠나. 감정을 어떻게 제어해야 했나.
답) 그때 감정을 표현했다. 나는 타이거 흉내를 내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웃음) 하지만 곧바로 리듬을 되찾으려고 했다. 앞으로 4홀이 더 남았으니 침착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문) 스포트라이트에 대해 준비가 덜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첫 아시안으로서 어떤 일을 기대하고 있나. 미국에서 계속 활동할 것인가?
답)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재밌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위치에 있어본 적이 없어서 가늠하기 어렵다. 물론 미국에서 활동한다. 내 가족은 댈러스에 있다. 최근 새 집으로 이사도 갔다. 가능한한 미국에서 계속 플레이하고 싶다.
문) 골프를 시작했던 19세 때 당시 상황을 말해달라.
답) 어떤 사람은 내가 보디빌더라고 하는데 나는 열정적인 보디빌더였다. 내 꿈은 체육관을 소유하는 것이었다. 17세, 18세 때 체육관을 갖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 그래서 운동하러 체육관에 자주 갔다. 그러나 무릎 부상을 당한 후 내 꿈은 사라졌다. 그리고 나서 한 친구가 나에게 드라이빙 레인지를 소개했는데 거기서 먹고 잘 수 있다고 해서 그리로 갔다. 그렇게 골프를 시작하게 됐다.
문) 타이거와 함께 경기를 하면 갤러리가 많다. 관중이 당신의 경기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답) 내 인생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골프를 한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타이거의 팬들이 대부분일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들은 나를 응원하기도 했다. 특히 백나인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팬도 있었다. 많은 팬들 앞에서 골프를 해본 적이 없던 게 오히려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