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 Column
A-로드(Rod)가 에이급 로드(Road)를 택한 이유는?
by 밝은터_NJT
2009. 5. 4.
미국 프로 스포츠 세계의 문제는 눈에 보이는 것에만 치중하는 데 있다. 눈에 보이는 게 거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프로 스포츠 세계다. 특히 미국 프로 스포츠 세계에서 스카우트들의 경우 눈에 보이는 것을 특별히 중요시 여기는 인물들이다.
이들이 가장 먼저 보는 것은 키, 몸무게다. 일단 키가 커야 하고 몸무게도 좀 나가야 한다. 야구의 경우 투수의 공이 빠른 것에만 집중한다. 물론 키 크고, 몸무게가 적당히 나가고, 투수의 공이 빠르다면 그 선수는 프로 세계에서 성공할 기본적인 준비를 마친 선수임에는 틀림 없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선수들도 프로 세계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데 그 점은 간과할 때가 대부분이다. 그렇지 않은 선수들을 찾아내는 게 스카우트들이 할 일인 것이다. 그러려면 좀 더 부지런해야 하고 사람을 볼 줄 알아야 한다. 그저 키, 몸무게, 공의 스피드, 점프력만 보고 어떤 선수에 집중한다면 미래의 스타를 볼 줄 모르는 사람이다.
과거 마이클 조던은 고교 초반까지 스카우트들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이유는 체격이 평범했기 때문이었다. 월드시리즈 MVP였던 데이빗 엑스타인은 키가 너무 작아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에서 올스타로 10번이나 선정됐던 커비 퍼킷은 "나는 키가 너무 작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나는 올스타로 10번이나 선정됐다. 그리고 월드 시리즈 챔피언 반지를 2개나 받았다. 나는 정말 행복한 사나이다. 키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마음에 달렸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과거 마이너리거였던 안병학은 더블A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도 공 스피드가 느리다는 이유로 트리플A에 승격되지 않았다. 당시90마일의 빠른 공을 던졌던 안병학은 느린 공을 던진 게 아니라 컨트롤 위주의 경기를 해 팀이 승리하는 데 더 비중을 둔 바 있다. 프로 스포츠의 많은 스카우트들이 이렇게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다보니 실력 있는 선수들이 ‘간택’을 못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박지성도 허정무 감독의 눈에 띄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유명한 선수가 못 되었을지 모른다. 체격 조건 때문에 대학도 간신히 들어갔던 그를 발견해낸 허정무 감독은 대단한 눈을 가진 감독이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대부분 체격에 집중한다.
왜 그럴까? 이유는 너무 간단하다. 그게 가장 안전하니까 그렇다. 그게 쉽고 편하다. 키 크고, 몸무게가 좀 나가고, 공도 빠르고, 힘도 센 선수라고 보고를 하면 구단에서 관심을 보이고 나중에 실패를 하더라도 욕을 덜 먹기 때문이다. 또 눈에 보이지 않는 장점을 발견하는데는 시간이 걸린다. 좀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그게 보이는 것이다. 회사에서도 간단히 이력서만 보려는 이유는 그게 안전하고 시간을 절약하기 때문인데 과연 이력서로 사람을 뽑는 것이 회사에 진정한 유익을 줄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미국에서는 수많은 운동 선수들이 불법 약물을 사용해 어떻게 해서든 스카우트 눈에 띄게 한다든가 빠른 시일 안에 성적을 올려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A-로드가 그랬다고 한다. 고교 4학년제인 미국에서 2학년 때까지 스카우트의 눈에 전혀 띄지 않았던 A-로드는 약물 복용 후 체격이 좋아졌다고 한다. 그리고 성적이 따라주자 시애틀 매리너스 구단에 의해 1라운드에 지명됐다. 이는 A-로드 주변인들의 인터뷰를 통해 밝혀진 내용이다. 거짓말 같지는 않다. 그렇게 해서라도 꿈의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었던 A-로드가 측은하게 느껴진다.
A-로드는 그 유혹을 참아냈어야 했지만 또 그 유혹을 받게끔 유도한(?) 리그와 리그의 스카우트들도 문제다. 눈에 보이는 게 전부인가. 정말로 전부인가. 중요하지만 전부는 아닌 것 같은데 우리는 보이는 것에만 치중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 자신도 그것을 반성하며 오늘을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