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연히 호세 칸세코와 마틴 루터를 비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이 닮은 점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잘못된 점을 지적해 개혁을 이끌었다는 데 있다. 칸세코는 ‘약물에 취해’라는 책에서 메이저리그 스타들의 80-90%는 약물을 사용한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루터는 중세시대에 가톨릭교의 부정부패를 파헤치며 종교개혁을 주도해 역시 파문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어떤 일이 벌어졌나. 메이저리그는 칸세코가 이런 주장을 했던 초기, 그를 “정신나간 녀석”으로 몰아세우며 메이저리그에서의 약물 사용을 철저히 숨기려고 했다. 칸세코의 책이 발간된 후 그의 말은 100% 가까이 다 맞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추측마저도 다 맞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거론했던 선수는 거의 모두 약물을 사용해 좋은 성적을 냈던 것이다.
호세 칸세코 (Jose Canseco Capas) / 외국야구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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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가 가톨릭의 부패를 조목조목 밝히며 반박문을 냈을 때 가톨릭의 반응도 비슷했다. 루터는 그야말로 정신나간 변절자였다. 교황의 지나친 파워, 면죄부의 남발 등을 지적한 그는 정신 나간 사람으로 취급됐다. 당시 가톨릭의 엄청난 파워에 대항했던 그였기에 정상적으로 비춰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의 말은 거의 다 맞았다. 95개조 반박문은 거의 다 맞는 말이었다.
메이저리그는 '칸세코 폭로' 이후 자체 정화 작업에 나섰다. 철저히 약물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 아닌 철저한 조사가 시작됐고 최근 들어 유명 선수들도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이면 과감히 출전 정지를 내렸다. 매니 라미레스는 대표적인 경우다. 썩어 빠졌던 곳이 칸세코의 주장으로 정화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가톨릭도 루터의 반박문 이후 자체 정화에 들어갔고 이후 많은 발전이 있었다. 21세기 현재 가톨릭은 개혁을 주장했던 프로테스탄트보다 더 깨끗하다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을 정도로 많이 좋아졌다. 물론 인간이 있는 곳이라 완전 깨끗한 곳은 있을 수 없다. 그래도 종교 개혁 이전의 가톨릭과 지금의 가톨릭을 비교하면 천지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칸세코와 프로테스탄트는 비슷한 점이 있다. 여기서 칸세코와 루터를 비교하지 않는 것은 그는 이미 죽어서 비교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루터는 프로테스탄트의 대표 인물이기 때문에 오늘날도 이어지는 프로테스탄트(개신교)와 칸세코를 비교하는 게 더 나을 듯하다.
마틴 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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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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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세코는 메이저리그에서 스테로이드를 추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자신은 여전히 약물을 사용하고 있고 약물 예찬론자라는 것이다. 칸세코 자신은 여전히 문제의 삶을 살고 있다. 프로테스탄트도 비슷하다. 가톨릭의 개혁, 가톨릭의 변화를 일으켰으면서도 자신들의 문제는 오히려 해결하지 못했다. 요즘들어 프로테스탄트는 중세 시대 가톨릭의 부패 절차를 다시 밟고 있는 분위기다. 많은 비기독교인들이 프로테스탄트를 혐오하고 있다. (물론 훌륭한 개신교인도 많이 있다. 그들이 많은 좋은 일을 하고 있음은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는 실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칸세코와 루터가 그랬던 것처럼 프로테스탄트 진영에도 새로운 개혁을 일으킬 자가 나올 때가 됐다. 칸세코와 루터처럼 집단의 문제를 용기내어 알릴 자가 누구인가? 알리는 것은 개혁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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