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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추억의 인터뷰] '박찬호 특파원'들의 애환

by 밝은터_NJT 2009.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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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당시에는 '박찬호 특파원'이 있었습니다. 각 스포츠 신문사에는 박찬호를 전담 취재하는 특파원이 있었습니다. 그들에 대한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노모 히데오(뉴욕 메츠)와 이라부 히데키(뉴욕 양키스)를 따라 다니는 일본 기자들이 한국 기자들을 부러워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박찬호 전담' 한국 기자들은 박찬호와 식사도 하고 개인적인 생활을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일본기자들은 전혀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역으로 말한다면 노모나 이라부는 박찬호를 부러워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유는 일본 선수들의 전담 기자들은 그들의 사생활을 들춰내 센세이션한 기사를 쓰려고 하는 반면 한국기자들은 박찬호가 실수를 저지르더라도 이를 덮어 주려고 노력하기 때문. 박찬호로선 한없이 감사해야 할 사람들인 것이다. <편집자주>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 첫 승을 거두었을 때 그의 ‘양복 사건’을 좋게 뒷마무리 지어 준 것도 박찬호 전담 한국 기자들이었다. 양복 사건은 박찬호가 첫 승을 올린 후 팀 동료들 이 박의 양복을 찢는등 통관 의례를 다소 유난스럽 게 치르면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박은 이에 분개하여 라커룸의 의자를 던지고 소리를 지르는 등 '난동(?)'을 부린 일을 말한다.

이때 미국 언론은 박찬호의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며 그를 비난했으나 한국 기자들은 동분서주하며 이를 덮어주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들은 미국 기자들에게 ‘한국 문화와 미국 문화의 차이’라고 설명하며 사건을‘경범죄(?) ’로 처리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당시 박찬호의 행동은 냉정하게 말해 지나쳤지만 그를 아끼는 기자들 은 ‘보호 작전’을 펼쳤고 그들이 아니었다면 박찬호는 평생 ‘Bad Boy’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당시 기자들은 지금도 미국 방방곳곳을 다니며 박찬호 및 미국 야구를 취재하고 있다. 황덕준, 민훈기, 허종호 기자. 그리고 이후에 합류한 장윤호, 김홍식 기자.

이들은 박찬호의 일거수일투족을 한국내 독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오늘도 땀을 흘리고 있다. 올해도 보이지 않는 선의의 취재 경쟁을 벌이며 노력했던 이들을 다저스구장에서 만나 9가지 질문을 던져 보았다.

9개의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미 전국을 다니며 취재하면서 어려운 점은?
2) 박찬호선수를 취재하면서 가장 기뻤을 때는?
3) 박찬호선수를 취재하면서 가장 안타까웠을때는?
4) 박찬호 선수가 사이영상을 받기 위해서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5) 박찬호 선수로부터 받은 기억 남는 선물은?
6) 만약 박찬호 선수가 현재 한국프로야구에서 뛰고 있다면 몇 승이나 올릴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7) 한국 선수들이 미국 야구에 진출하는 것에 대해 한국내 여론이 좋지 않은데 이에 대한 본인의 의견은?
8) 마케팅, 홍보 등이 앞서 있는 미국야구를 통해 한국야구가 본받을 점은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9) 시즌 MVP 선정은 기자단 투표에 의해 이뤄지는데 본인에 투표권이 주어진다면 누구를 최우수선수로 뽑겠습니까?

         내셔널리그___________________
         아메리칸리그__________________                


    

황덕준 기자(스포츠서울 특파원)

① 본국 경제가 악화된 탓에 저렴한 출장비용 으로 항공편과 호텔 등을 취재 2주전에 알아봐야 하는 것. 호텔 예약이 출장 현지의 사정으로 어려워질 때면 도리없이 싼 숙소를 잡아야 하는데 그런 뒤 본사에 여러가지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것이 힘들다. 시차 문제도 살인적(참고로 미국 내에서는 동부와 서부의 시간차가 3시간이 나기 때문에 시차 적응이 힘들다). 동부지역 출장은 시차 때문에 피를 말리게 한다. 특히 장기 출장(7∼12일)을 할 때면 하루종일 몽롱한 상태가 계속된다.

② 박찬호가 느닷없이 첫 승리투수가 됐을 때. 96년 4월 6일 시카고 커브스전으로 기억됨. 박찬호가 구원 4이닝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다저스에 승리를 안겨 준 순간,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음. 그날부터 고생길은 시작됐지만….

③ 96년 4월 17일 샌프란시스코와의 경기에서 2회까지 6삼진을 잡아냈지만 3회에 갑자기 무너지며 강판됐을 때. 95년 7월 박찬호가 마이너리그에 있을 때 경기 전 미국 국가가 울려 퍼지자 그가 불펜에서 모자를 벗고 서있을 땐 왠지 가슴이 아파왔다.

④ 사이영상을 차지하려면 한 시즌에 20승, 방어율 2점대 또는 17승 이상, 방어율 1점대에 한 시즌220이닝 이상 투구, 탈삼진 200개 이상 등을 기록해야 함. 그만한 성적을 쌓으려면 무엇보다 부상없는 시즌이 절실하다. 120% 자신의 능력을 믿는 것이 필요. 상대 타자를 압도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⑤ 지난해 시즌 종료 쫑파티 때 나이키 티셔츠 한 벌 건네 준 것을 잘 입고 있음. 딸 갖다 주라고 나이키 운동화 한 켤레 받은 것도 기억에 남네….

⑥ 직구만 던져도 20승은 무난. 한국 프로야구 타자 중에 박의 직구를 따라 잡을 방망이 스피드를 가진 사람은 2∼3명이나 될까. 얼마 전 한국에서 타격왕을 두차례나 지낸 이정훈씨(현 한화 이글스 코치)는 “155km짜리 강속구는 한국 선수들이 한 번도 구경한 적이 없고 135km 커브는 국내 투수들의 평균 직구 스피드와 비슷하니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혀를 내둘렀음.

⑦ 시장 원리에 맡겨야 한다. 프로야구는 비즈니스다. 프로 선수가 보다 큰 시장에서 운동해야 보다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판단해 미국으로 건너온다면 누가 말릴 권리가 있는가. 한국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프로야구의 인기를 시들게 했다고  하지만 문제는 17년 동안 해결되지 않은 전용구장, 프랜차이즈 조정, 선수 계약, 구단의 마케팅, KBO의 행정 등에서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⑧ 한국 프로야구는 홍보 활동을 귀찮은 작업으로 여긴다. 홍보 활동을 미디어의 기자들에게 밉지 않게 보이면 100점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홍보 활동이 구단이 장사를 잘하는 지름길이라는 상식을 갖고 있다. 언론을 쓸 때 없이 우대하지도, 턱없이 무시하지 않는 중용 정책을 쓴다. 마케팅에서 배울 것은 이밖에도 너무나 많다.

⑨ 내셔널리그-새미 소사(시카고 커브스), 아메리칸리그- 노마 가르 시아 파라(보스턴 레드삭스)


민훈기 기자(스포츠조선 특파원)

① 시차와 기온차. 호텔 및 렌터카 예약. 구단마다 취재 신청을 해야 하는 점. 박찬호에만 집중된 취재 등.

② 96년 스프링 트레이닝 막판 쯤 메이저리그 재진입이 확정됐을 때.

③ 자신의 잠재력과 능력을 스스로 느끼지 못하고 자신감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일 때.

④ 더욱 과감한 강속구 승부와 현재 게임당 2∼3개뿐인 체인지업의 활용.

⑤ 내 생일날 기록한 메이저리그 첫 승.

⑥ 15승 이상.

⑦ 기회가 주어진다면 장기적인 안목으로 많이 진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단, 미국측의 무분별한 스카우트나 이를 부추기는 일부 인사들의 행위는 문제가 있다고 봄.

⑧ 미국 야구는 팬들을 위한 것에 원칙을 두고 운영되고 있다. 진정으로 팬들을 존중하고 아낀다면 그들이 원하는 ‘야구 쇼’를 펼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임.

⑨ 내셔널리그-새미 소사(시카고 커브스), 아메리칸리그-후안 곤잘레스(텍사스 레인저스)


허종호 기자(중앙일보 LA지사)

① 시차로 인한 피로가 겹칠 때. 피로로 인해 비행기를 놓쳤을 때.

② 무감각해졌음.

③ 연장전에 들어갈 때(?).

④ 사소한 것에 신경쓰지 않는 담력.

⑤ ‘검소한 박찬호’를 모르시나(?).

⑥ 줄곧 한국에 있었다면 연 4∼5승. 지금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20승 이상.

⑦ 스포츠 에이전트와 인신매매의 차이점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현실 때문.

⑧ 무엇부터 배워야 할지…. 한 마디로 너무 많다.

⑨ 내셔널리그-새미 소사(시카고 커브스), 아메리칸리그-켄 그리피 주니어(시애틀 매리너스)


장윤호 기자(일간스포츠 특파원)

① 시차와 장거리 이동으로 인해 체력이 모자라는 것.

② 기자

에게 물을 질문이 아니라고 생각함.

③ 기자에게 물을 질문이 아니라고 생각함.

④ 공격적으로 직구를 많이 던져야 한다.

⑤ 취재원에게 선물받는 기자가 있을까?

⑥ 15∼18승.

⑦ 장기적 안목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시기와 자격 등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

⑧ 한국 야구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시장 규모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말하기 어렵다.

⑨ 내셔널리그-새미 소사(시카고 커브스), 아메리칸리그-켄 그리피 주니어(시애틀 매리너스)

 
김홍식 기자(중앙일보 특파원)

① 시차와 음식.

② 박찬호가 수재의연

금으로 1억원을 기탁했을 때.

③ 시즌 초반 허리 통증으로 고전할 때.

④ 더도 덜도 말고 확실한 체인지업 한가지.

⑤ 無.

⑥ 20승!

⑦ 한국 야구가 메이저리그의 Farm(마이너리그)이 된 것 같아 안타 깝다. 그러나 자본주의 국가에서 이를 어떻게 말리랴. 하루 빨리 미국의 마이너리그보다는 한국의 1군리그가 낫다는 인식을 선수들이 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 야구가 발전하길 바랄 뿐.

⑧ 장기임대 등 전용구장이 마련되지 않는 한 마케팅, 홍보는 공염불 (空念佛). 본 받아야 할 것은 구단 각자의 홍보, 마케팅보다는 메이저리그 전체의 공존 의식.

⑨ 내셔널리그-마크 맥과이어(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아메리칸리그-데릭 지터(뉴욕 양키스)

 
2009년에 쓰는 후기

지금 다시 돌아보니 아주 재미난 인터뷰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설문지 작성 방식이었지만 그것도 인터뷰의 일종이죠. 이 인터뷰에 응해주신 기자 선배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황덕준 특파원은 현재 헤럴드 경제 미주판의 대표겸 편집인으로 일하고 있고 민훈기 특파원은 민기자닷컴을 운영하며 네이버에 기사를 제공 중에 있습니다. 김홍식 기자는 조이뉴스에서 글을 쓰고 계시고 장윤호 특파원은 오센에 글을 기고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모두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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