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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추억의 스페셜

[추억의 스페셜] 미국 마이너리그 이야기

by 밝은터_NJT 2010.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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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너리그에 오래 머문다고 무시하지 마."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선수들 중에는 마이너리그에서 장시간 머물렀던 선수들이 많다. 마이너리그는 ▷루키 리그 ▷낮은 싱글A ▷중간 싱글A ▷하위 싱글A ▷더블A ▷트리플A 등 6개 레벨로 나누어진다. 이 단계를 통과해야 메이저리그 선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보통 한 단계에 1년 정도 머물기 때문에 6개 레벨을 모두 거치면 꼬박 6년이 걸리게 된다.

글: ICCsprots.com


 
물론 성장 속도에 따라 1년에 2, 3개 단계를 건너뛰며 1, 2년만에 빅리그 진출을 이루는 선수들도 있지만 보통 선수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서는 3-6년이 걸린다. 이런 과정(마이너리그)을 거치지 않고 직행한 선수들은 화제의 인물이 될 수밖에 없다. 박찬호가 그랬다. 그는 LA 다저스와 사인을 하자마자 메이저리거가 됐다. 하지만 그는 빅리그의 높은 장벽을 실감하고 얼마 후 더블A로 내려가 제대로 된 미국 야구를 경험하게 됐다.  

 시카고 컵스의 신인 최희섭도 한국에서 대학야구를 경험한 것을 인정받아 낮은 싱글A가 아닌 중간 싱글A에서 미국 야구를 시작했다. 대학 야구를 경험한 선수는 보통 루키 리그, 낮은 싱글A를 건너 뛰게 된다. 1999년 시카고 컵스 산하 중간 싱글A팀인 랜싱에서 활약한 최희섭은 3할2푼1리의 타율에 홈런 18개, 70타점을 기록하며 이듬해 상위 싱글A 승격을 이뤘다. 상위 싱글 A에서 2할9푼6리의 타율에 홈런 15개, 70타점을 기록한 최 선수는 시즌 중에 더블A로 승격됐고 맹타를 늦추지 않고 36경기에 3할3리, 홈런 10개, 25타점을 기록하며 2001년 트리플A로 올라갔다. 부상으로 인해 트리플A에서 2년간 뛴 그는 2002년 9월 선수 로스터 확장 때 빅리그로의 부름을 받았다. 3년만에 꿈의 야구를 경험했기 때문에 그는 고속 승격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최희섭은 그러나 아주 특이한 경우다. 6년 정도 마이너리그에서 머무는 것이 보통이고 많게는 10년 이상 마이너리그에 머물면서 꿈을 접지 못하는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그런 선수들 중에는 메이저리그에서 스타가 된 선수들도 있다. 뒤늦게 야구에 눈을 떠 빅리그 진출을 이룬 선수들도 상당수 있다. 

Florida Marlins vs. Los Angeles Dodgers

 LA 다저스의 포수 폴 로두카는 대표적인 선수다. 그는 대학 때 '올해의 아마추어 선수'로 선정된 유망주였지만 프로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는 93년부터 98년까지 마이너리그에서 뛰면서 좋은 성적을 냈지만 메이저리그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키가 작다(173cm)'는 것이 그의 빅리그 진출을 막는 해결할 수 없는 장벽이었다. 하지만 그는 한계를 극복하고 메이저리거가 된 후 다저스의 붙박이 포수겸 핵심타자가 됐다. 야구의 포기까지 생각하게 만들었던 마이너리그에서의 설움을 잘 극복한 결과였다. 그의 그런 노력은 약물 스캔들로 모두 평가절하됐지만 어쩌면 설움의 마이너리그 시절이 그로하여금 약물에 손을 대게 했을지도 모른다.

 신시내티 레즈의 강타자였던 포키 리즈가 루키리그에서 2할3푼대의 타자였다는 것을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만약 그가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면 스타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또 슬러거 마이크 피아자는 1989년 루키리그에서 2할6푼8리를 기록했던 평범 이하의 타자였다. 메이저리그 투수 테리 애덤스가 91년 루키리그에서 승리 없이 9패만을 기록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메이저리그의 세계화에 발 맞춰 한국의 어린 유망주들도 하나 둘, ‘제2의 박찬호’를 꿈꾸며 태평양을 건너 본토 야구 무대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An Byeong Hak and Seung Jun Song
An Byeong Hak and Seung Jun Song by iccsports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일각에서는 너무 많은 야구 유망주들의 해외유출로 인해 한국 야구의 뿌리가 위태로워지고 있다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하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누구도 그 젊은이들의 꿈을 향한 진정한 ‘도전 정신’을 가로막을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 하는 문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것은 바로 그들의 모든 것을 건 ‘꿈’을 향한 발걸음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메이저리그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만을 바라보며 재능 있는 선수라면 누구든 어렵지 않게 메이저리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피나는 노력과 인내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바로 4-6년으로 대표되는 고된 마이너리그 생활이 그것인데, 현재 메이저리그를 호령하고 있는 배리 본즈, 새미 소사, 마크 맥과이어, 랜디 존슨 등도 젊은 시절 고된 마이너리그 생활을 견뎌냈기에 지금의 영광과 부를 누릴 수가 있는 것이다.

 빅리그의 전체 구단은 30개이고 빅리거로서 뛰는 선수는 팀 당 고작 25명이다. 하지만 그 25명을 만들어 내기 위해 100여 년의 역사 메이저리그는 무려 183개의 마이너리그 팀들을 운영하고 있고 그 속에 포함된 선수 만해도 6,000여명에 이른다. 

 게다가 해마다 전 세계적으로 300만 명에 달하는 젊은이들이 메이저리그를 꿈꾸며 드래프트에 참가하고 있으니, 메이저리그 정예 엔트리 750명에 포함되는 일이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만큼 어렵다’란 표현이 어울릴 만큼 힘든 것이 현실이다.

Pawtucket Red Sox Home Field
Pawtucket Red Sox Home Field by iccsports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트리플A 포터킷팀의 홈경기장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마이너리그 선수들 중 옥석을 가리기 위해 마이너리그 팀의 코칭스태프의 리포트와 스카우트들의 보고서를 참조한다. 이들이 어떻게 보고서를 쓰느냐에 따라 빅리그 진출이 결정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스카우트들은 보고서는 선수의 빅리그 진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들은 포지션 플레이어의 경우 타격능력, 파워, 수비능력, 송구능력, 스피드를 집중적으로 관찰한다. 스카우트들이 투수를 관찰할 때는 컨트롤, 투구방법, 오래 견디는 능력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이러한 스카우팅 리포트는 선수의 포지션과 각 구단의 상황에 따라 약간씩 다르지만 앞서 거론한 내용이 표준이다.

 빅리그 진출을 앞두고 있는 선수의 경우에는 더 많은 스카우트들이 경기장을 찾아 관찰을 하게 되는데 여기서 좋은 평가가 나오면 전격적으로 시즌 중에 메이저리그 진출을 이룰 수 있다.

 마이너리그 선수들은 고된 훈련, 장시간 버스로의 이동, 낮은 월급 등으로 어려운 생활을 한다. 이들에게는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큰 꿈이 있기에 견딜 수 있다. 

 마이너리그에는 수십만 달러 또는 수백만 달러의 계약금을 받고 뛰는 극소수의 선수들과 계약금 없이 월봉으로 생활하는 선수들이 있다. 한국에서 온 선수들의 대부분은 1백만 달러 안팎의 계약금을 받았기 때문에 생활이 어려운 선수는 드물지만 그렇지 못한 다른 선수들은 고된 생활의 연속이다. 그래서 한국 출신 선수들은 동료의 시기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Byeong Hak An
Byeong Hak An by iccsports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안병학 마이너리거 시절

[아래 연봉 액수는 2003년 기준]

 마이너리거들은 싱글A 단기리그 선수의 경우 월봉 850달러를 받는다. 만약 가족이라도 있으면 도저히 생활을 할 수 없는 돈이다. 따라서 선수의 아내가 일을 하지 않으면 기본적인 생활도 힘든 선수들이 많다. 그나마 시즌 중이라야 월급을 받을 수 있고 비 시즌이 되면 어떤 선수들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파트타임으로 일을 해야 한다.

 낮은 월급은 더블A까지 계속된다. 풀타임 싱글A에서 1천50달러의 월봉을 받는 마이너리거들은 더블A에서도 1천5백 달러만 받는다. 원정경기시 식사비로 매일 20달러를 받는 것이 보너스라면 보너스다. 트리플A로 가면 조금 대접이 달라진다. 월급도 최소 2천1백50달러가 되고 비행기 이동이 주를 이루게 된다.

 트리플A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원정경기시 주로 버스로 이동을 하게 되는데 어떤 경우에는 6-7시간 정도 걸려 원정지역을 찾아가게 된다. 이 같은 일을 시즌 내내 반복하다 보면 시즌 후반에는 선수들이 지쳐버리기 일쑤다. 야구 때문에 지치는 것이 아니라 장시간의 버스 이동과 생활고에 지쳐버리는 것이다.    

 선수들의 하루 생활은 단조롭다. 아침 늦게 일어나서 운동장에 나가 몸을 풀고 경기를 치른 후 숙소로 가 식사를 하고 TV를 보다가 자는 것이 이들의 생활이다. 한국 선수들의 경우에는 이런 생활을 잘 견디지만 미국 선수들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어떤 선수들은 경기 후에 음주가무를 즐긴다. 그러나 자유분방한 생활은 마이너리그 선수들에게 좋을 리 없다. 다음날 경기를 망치는 결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너리거들은 성적으로 말해줘야 하기 때문에 건실한 생활은 필수요소다. 

 이런 고된 삶을 보내지만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란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 힘들다. 하지만 선택된 자(빅리거가 되는 선수)들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다른 대접을 받게 된다. 일단 매달 나오는 페이 체크에 나오는 숫자의 자릿수가 크게 달라진다. 월급이 마이너리그 시절에 받던 연봉보다도 많아(보통 2-4만달러) 생활이 윤택해진다. 또 무조건 비행기로 이동하고 구단에서의 대우도 다르다. 동료도 마이너리그 보다는 경쟁의식이 덜하고 ‘승리’라는 한가지 목표로 뛰게 돼 분위기가 좋다. 

 고진감래라는 말이 있다. 메이저리거가 된 선수들을 보면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이 표현이 실감이 난다. 한 명의 메이저리거가 만들어지기 위해 장시간의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고 선수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빅리거가 되지 못했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젊음을 바친 그들에게도 박수를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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