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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추억의 스페셜

[추억의 스페셜] 미첼 리포트는 무엇인가

by 밝은터_NJT 2009.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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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상원의원인 조지 미첼과 조사팀이 작성한 409페이지 분량의 메이저리그 야구(MLB) 선수들의 약물 사용 현황 리포트는 충격적이었다. 그동안 미루어 짐작했던 부분이 현실로 드러나는 보고서였다. '미첼 리포트'의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본다.

글: 밝은터(ICCsports.com의 블로거)

House Oversight Committee Hearing On The Mitchell Report

리포트 작성 과정
 조지 미첼 전 상원의원과 조사팀은 미국, 캐나다, 도미니카 공화국에 거주하는 700명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모두 조사 내용과 직, 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인물이었고 550명은 메이저리그의 전현직 고위관계자, 감독, 코치, 팀 닥터, 트레이너 등이었다. 미첼 의원은 또한 버드 셀릭 커미셔너를 비롯한 메이저리그 사무국 관계자 16명을 인터뷰했고 사무국과 각 구단에서 제출한 자료 11만5천 페이지를 분석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 리포트가 세상에 공개되기 사흘 전에 작성된 내용을 검토했고 수정을 요청하지 않았다. 조사팀은 500명의 전직 메이저리거들에 연락,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68명만이 이에 응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메이저리그 선수 노조는 이 조사에 철저히 비협조적이었다. 선수 노조 측은 노조위원장인 도널드 피어의 인터뷰만을 허락했고 다른 자료 열람 및 관계자 인터뷰는 철저히 봉쇄했다.

문제의 심각성
 불법적인 약물 사용은 여러 면에서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이 보고서는 정리했다. 첫 번째는 약물을 사용하지 않았던, 약물을 거부했던 선수들이 선의의 피해자가 됐던 것이고, 두 번째는 불법적으로 약물을 유통한 업자들이 선수들의 약물 구입 기록을 협박용으로 사용해 야구 경기의 결과를 좌지우지할 수도 있었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불법 약물 복용은 선수들의 건강에 치명타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조사팀은 실제로 약물을 복용했던 선수들이 정신적인 문제, 심장과 간 문제 등으로 고통을 받았던 여러 케이스를 알아냈다. 네 번째는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들의 약물 복용은 어린 선수들에게 영향을 줘 청소년들의 약물 복용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점이다.


라돔스키 보관 결정적 자료 압수
 연방 수사기관의 협조로 전 뉴욕 메츠 구단 클럽하우스 직원이었던 커크 라돔스키를 인터뷰한 미첼은 엄청난 자료를 입수했다. 라돔스키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에게 불법 스테로이드, 인체 성장 호르몬 등을 판매했는데 그는 선수들과의 거래를 통해 남았던 영수증, 체크 기록, 은행 입금 기록 등을 갖고 있었다.

 연방 수사기관은 이러한 자료를 라돔스키의 집에서 압수했다. 미첼은 이 밖에 연방수사기관의 도움으로 전 메이저리그 선수, 트레이너, 코치 등이 보관 중인 자료를 얻어냈다. (※ 실제로 이 리포트에는 영수증, 체크 기록을 스캔한 내용이 약 30페이지에 걸쳐 소개돼 있다.) 

 미첼은 또한 이번 조사에서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노인을 위한 스테로이드 처방전을 불법적으로 얻어내 약물 구입을 했던 내용을 밝혀냈다. 이에 대해 일부 해당 선수들은 잘못을 시인했다.

불법 약물 사용 철저한 단속 필요
 미첼 의원은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직속 약물 조사 기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시스템은 메이저리그 선수 노조와 연합해 약물 조사를 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사전에 정보가 새어 나갈 수 있고 철저한 조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노사협정(CBA)에서 이 문제를 더는 거론하지 않기로 상호 동의를 한 상황이기 때문에 빠른 시일 안에 독립적인 약물 조사 기관을 세울 수 없다는 데 있다. 미첼 의원은 이에 대해 상세한 지식이 없기 때문에 옳은 방법을 제안하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음을 밝혔다.

Roger Clemens Testifies On Steroid Use On Capitol Hill


라돔스키 리스트
 미첼 의원과 연방수사팀이 라돔스키와 그의 중간 공급책인 브라이언 맥나미(전 메이저리그 컨디셔닝 코치)를 수사 및 조사한 내용을 보면 많은 스타급 선수들이 불법 약물을 그들에게서 구입한 혐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리스트에는 로저 클레멘스, 앤디 페티트, 케빈 브라운, 에릭 가니에, 레니 다익스트라, 모 본, 데니 네이글, 브랜던 도널리, 마이크 스탠턴, 폴 로두카, 데이비드 세기, 브라이언 로버츠, 토드 헌들리, 핼 모리스, 맷 프랑코, 란델 화이트, 척 나블락, 제이슨 그림슬리, 데이빗 저스티스, 글렌앨렌 힐, F.P. 샌텐젤로, 페르난도 비냐, 맷 허지스 등이 있었다. 미첼 의원은 클레멘스 등 리스트에 있는 선수들에게 조사 결과 내용을 보내 이에 응답할 기회를 줬으나 그들은 모두 인터뷰를 거절했다. 

 라돔스키 리스트가 충격적인 이유는 선수들이 그에게 보낸 수표, 노트 등이 고스란히 보관되어 이 리포트에 공개된 점이다. 실제 증거물이 스캔되어 첨부되었기 때문에 약물 사용 선수들은 더는 변명을 할 수 없게 됐다. 이 리포트에 따르면 폴 로두카는 LA 다저스와 뉴욕 메츠 동료 사이에 '약물 전도사'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구단의 선수들은 로두카의 소개로 라돔스키에게서 약물을 구입했다. 

인터넷을 통한 구입
 미첼 리포트는 또 상당량의 불법 약물이 인터넷에서 판매되고 있다고 전했다. 불법 약물의 원산지는 멕시코, 중국 등이다. 미국 내 한 불법 약물 판매 회사는 2006년에만 인터넷을 통해 무려 4천만 달러 어치의 약물을 판매한 것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을 통해 불법 약물을 구입한 혐의를 받은 선수는 릭 앤킬, 폴 버드, 제이 기븐스, 트로이 글로스, 호세 기옌, 개리 매튜스 주니어, 잔 라커, 이스마엘 발데스 등이었는데 이들은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조사를 받았지만 미첼의 인터뷰에는 응하지 않았다. 이 보고서는 그러나 이들이 조사받았던 과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Paul LoDuca


'중간책(?)'이었던 폴 로두카
 약물 복용으로 효과를 봤던 전 LA 다저스 포수 폴 로두카는 자신과 배터리를 이뤘던 투수들에게 커크 라돔스키를 소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케빈 브라운, 에릭 가니에, 맷 허지스 등은 로두카의 소개로 라돔스키로부터 인체 성장 호르몬(HGH)을 구입했던 투수들이다. 로두카는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동료들과 엉덩이 주사 주입을 즐겼던 것으로 이 보고서는 전했다. 로두카는 라돔스키 외에도 다른 스테로이드 공급원과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클레멘스와 맥나미
 1997년 로저 클레멘스가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계약을 맺은 후 만난 사람은 호세 칸세코와 브라이언 맥나미였다. 칸세코는 1998년 한 파티에서 클레멘스에게 스테로이드의 일종인 데카-듀라볼린, 윈스톨의 장점을 소개했고 얼마 후 클레멘스는 팀의 근력 강화 트레이너였던 맥나미에 약물을 주입해달라고 부탁했다. 맥나미는 클레멘스가 약물을 어디서 구입했는지 묻지 않았지만 약병에 윈스톨, 아나드롤이라고 씌어있었던 것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맥나미는 아나드롤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클레멘스가 뉴욕 양키스로 이적한 후 맥나미도 양키스의 트레이너가 됐는데 이는 클레멘스의 추천이 주된 이유였다. 맥나미는 양키스로 직장을 옮긴 후 라돔스키를 알게 됐고 이후에는 라돔스키에게서 직접 약물을 받아 클레멘스의 몸에 주사했다.

브라이언 맥나미
 (※ 맥나미는 학력 위조를 했던 인물이다. 그는 루이지애나에 있었던 콜럼버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공개했는데 이 학교는 '학위 공장'으로 유명했으며 지난 2001년 폐쇄 조치를 당한 바 있다. 세인트 존스에서 야구 선수로 활동했던 맥나미는 클레멘스, 페티트의 개인 트레이너로 활동했다. 그는 미첼 리포트가 발표되자 변호인을 통해 '내가 메이저리그에 스테로이드를 알린 게 아니다. 메이저리그에 발을 내디뎠을 때는 이미 '스테로이드 문화'가 확산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가 말 못하는 문화
 일부 선수들의 불법 약물 사용으로 피해를 본 사람은 다름 아닌 약물을 거부한 선수들이었다. 미첼 조사팀은 전직 메이저리거와의 인터뷰에서 '불공평한 상황'에 대해 불평의 소리를 들었다고 썼다. 선수들 사이에 가장 큰불만은 바로 메이저리그에 만연한 스테로이드 문화였다고 한다. 이 보고서는 많은 선수가 "약물 사용자들이 내 자리를 빼앗아갔다"는 불만을 터뜨렸음을 알렸다. (※왜 피해 선수들은 침묵했을까. 프랭크 토머스 등 몇몇 선수를 제외하면 대부분 침묵했는데 이유는 불법 약물을 사용한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전체를 주도하는 이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전직 선수는 미첼 조사팀에 이런 불만을 이야기했다고 한다. "마이너리그는 철저한 약물 검사를 하고 메이저리그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40인 명단에 들어가는 일이 쉽지 않았다. 공평하지 않은 일이었다."  

   Ballplayer David Justice

교육이 전혀 없었다
 메이저리그 슬러거였던 데이비드 저스티스는 미첼 조사팀과의 인터뷰에서 "현역으로 뛰었을 때 단 한 번도 '스테로이드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들을 적이 없다. 구단, 사무국, 선수 노조에서 스테로이드의 문제점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설명회도 열어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저스티스는 또한 선수들 사이에는 스테로이드 사용에 대한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라돔스키의 리스트에 올랐던 저스티스는 자신의 약물 구입 사실이 알려지자 더는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단장들은 알고 있었다
이 리포트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LA 다저스 고위 관계자들의 노트다. 회의 때 작성한 노트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단장들은 누가 스테로이드를 애용하고 있는지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폴 로두카의 트레이드를 놓고 회의를 했던 LA 다저스의 한 관계자는 "로두카는 스테로이드를 더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적었고 이 내용이 스캔되어 리포트에 올려졌다. 또한 티오 엡스틴 보스턴 레드삭스 단장은 에릭 가니에에 대해 관심이 있었을 때 다저스의 한 스카우트를 통해 가니에의 약물 복용 상황을 알아보았다고 한다.
 
앞으로 해야 할 일
 이제 메이저리그에서 필요한 것은 그동안의 잘못을 인정하고 리그에 불법 약물과 마약을 몰아내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미첼 전 상원의원은 "가장 중요한 스텝은 의무적인 무작위 검사를 하는 것"이라고 이 보고서에서 강조했다. 미첼 전 의원은 선수 노조, 구단주, 커미셔너가 자기 입장만을 고수할 게 아니라 불법 약물과 싸우고자 손을 잡고 일을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 보고서는 라돔스키, 맥나미의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됐지만 그처럼 불법적으로 약물을 유통하는 사람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라돔스키도 선수들로부터 '다른 소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증언을 한 바 있다.
 
검사 시스템 강화
 아직도 많은 선수가 인체 성장 호르몬(HGH)를 사용하고 있다. 이유는 현재의 소변 검사로는 HGH의 사용을 감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좀 더 강력한 검사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다. 불법 약물을 사용하는 것은 연방법으로도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프라이버시'를 주장하며 불법을 행하는 선수들이 보호받아서는 안 된다. 미첼 조사팀은 과거의 잘못을 추궁하고자 과거를 돌아본 게 아니라 미래에는 이러한 불공평한 일이 다시 일어나면 안 되기에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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