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도 F4가 있다.
글을 쓸 때 ‘사실’이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사실에 근거하여 글을 쓴다’는 표현은 객관성을 원한다는 말과 비슷하다. 나는 글을 쓸 때 F4를 자주 생각하게 된다.
꽃보다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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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4는 ‘꽃보다 남자’의 F4가 아니라 F0, F1, F2, F3다. F가 넷이라 F4로 명명했다. 여기서 F는 Fact(사실)의 약자다. F1에서 시작하지 않은 이유는 F0는 ‘진리’이기 때문에 0을 붙이는 게 ‘진리’에 대한 예의인 것 같았다.
F0는 앞서 말한 것처럼 ‘진리’다. 요지부동의 불변 사실이다. 어떤 각도로 보아도 사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을 F0라고 할 수 있다.
F1은 진리에 가깝지만 진리는 아니다. 그러나 인간이 알아낼 수 있는 최고의 팩트 곧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기자가 F1을 알아내면 특종이다.
F2는 보통 언론에서 다루는 기사들이다. 진리(F0)와 진리에 가까운 사실(F1)과는 좀 멀지만 그래도 언론에 나올 정도는 되는 모두가 묵시적으로 동의하는 팩트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연예인이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는데 그것을 뽑아다가 사실인 양 보도를 하면 그것은 F2급의 기사라고 할 수 있다. 언론에서 보는 대부분 기사가 F2라고 보면 될 것이다.
모두 사실에 입각하여 기사를 쓴다고 하지만 순수한 사실은 솔직히 아닌 것을 알면서 쓰는 게 신문 기사다. 만약 인터뷰에 응한 자가 거짓말을 했는데 기자가 그것을 그대로 받아 쓴다면 그것은 F2급 기사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스포츠 스타들이 언론과 인터뷰를 할 때 라커룸에서 동료와 했던 대화, 자신의 사생활을 그대로 말한다면 그것은 F1급의 기사이지만 대부분 듣기 좋은 말만 한다. 그래서 F2의 기사가 스포츠 신문을 채우는 것이다.
호세 칸세코 (Jose Canseco Capas)
/ 외국야구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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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칸세코는 메이저리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책에서 모두 알렸다. 이는 F1급의 폭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많은 경우 F1을 말하면 많은 사람이 당황해 한다. F1을 추구하면서도 정작 F1이 알려지면 불편해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어찌 보면 침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남녀간의 일들은 F1이라고 할 수 있다.
F3는 일종의 관찰자적인 입장에서 쓴 글의 내용이다. 나름대로 사실이라고 생각하면서 쓰지만 주관적인 생각이 많이 들어가 있기에 사실과는 점점 멀어진다. 어떤 가수의 퍼포먼스를 보고 글을 썼다고 하자. 그에 대한 관찰자적인 글은 F3가 될 가능성이 크다. 능력 있는 기자는 관객의 반응, 퍼포머의 반응 등을 종합해서 글을 쓰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F1이나 F2에 근접하는 기사로 업그레이된다.
F4는 거의 소설에 가까운 글이다. 듣지도 않은 이야기, 보지도 않은 광경을 만들어내는 글이다. 기사라고 하기에는 좀 그런 내용이 많다.인터넷에서 거짓소문이 떠도는데 이것이 바로 F4인 것이다. 많은 언론이 F4를 기사화해 F2나 F3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고 최진실 씨는 그것을 너무 억울해했다.
최진실
/ 탤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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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우리가 보통 읽는 신문은 F2가 중심이 되어 있고 자서전이나 폭로성 서적은 F1에 가까운 사실들이 많다. 물론 책들도 거짓말로 쓰는 내용이 많이 있지만 대체로 그렇다는 말이다. 인터넷에서 마구 쏟아내는 기사들은 F3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 웹사이트에서 쓴 글을 저 웹사이트가 베껴서 쓰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결국 엉뚱한 기사로 탈바꿈하는 경우가 많은데 모두 F3류의 기사다.
글을 쓰는 이는 F0, F1을 추구해야 하지만 이것에 도달하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F0은 그냥 노력만으로는 알기 어렵다. 지식 외의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F1도 알아내기는 쉽지 않다.
내 개인적인 생각에는 F1과 F2 사이의 글이 가장 좋지 않나 생각한다. F1으로 가기에는 많은 것을 쏟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것을 얻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그래서 더 많은 것을 얻고 쓰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위 내용은 극히 개인적인 잣대다. 틀릴 수도 있고 맞을 수도 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이 이론을 좀 더 정교하게 만들기 위한 여러분의 의견을 알려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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