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는 3번째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이룬 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 야구 뿐만 아니라 미국 문화에 익숙해지기 위해 영어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흐뭇하게 했다.
필자가 김병현과 만남을 가진 것은 두 차례다. 첫 번째 만남은 전화로 이뤄졌다. 트리플 A에 있을 때였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직전 가진 인터뷰에서 김병현은 "불편한 것이 전혀 없고 두렵지 않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더블A에서 맹활약한 후 곧바로 트리플A로 승격됐던 김병현은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김병현은 사이드암인데도 불구하고 시속 94-95마일의 빠른 공을 던져 조만간 메이저리그로 올라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첫 번째 인터뷰를 가진 후 김병현은 메이저리그 승격 소식을 들었다. 김병현은 메이저로 승격된지 하루만에 뉴욕 셰이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의 데뷔 경기에서 9회말 8-7로 리드하는 상황에 등판해 메츠의 강타자들을 잘 막아내며 세이브를 기록했다. 첫 등판 경기 세이브였다.
9회말 1점차로 앞선 상황에서 김병현이 등판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김병현은 메츠의 첫 타자인 2번 에드가르도 알폰소를 8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중견수 플라이로 잡은 김병현은 3번 강타자 존 올러루드도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냈다.
다음타자는 강타자 마이크 피아자. 김병현은 초구를 스트라익으로 잡아낸 뒤 2스트라익노볼의 볼카운트에서 아웃코너로 흐르는 커브를 던져 피아자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감격의 세이브. 이날 17개의 공을 던진 김병현은 최고 구속 150km를 기록했다.
79년 1월 21일생인 김병현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좌완 투수 오달리스 페레즈(78년 6월7일생)를 6개월차로 누르고 99년 시즌 메이저리그 최연소 선수로 기록되기도 했다. 김병현은 이후 1999년 6월9일 경기에서 퇴장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날 경기에서 김병현은 8회에 비록 1실점을 하긴 했지만 새미 소사를 비롯한 두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세이브를 잡아내는 듯 했다.
그러나 8회초가 끝난 후 주심이 김병현의 몸에서 파스가 떨어져 나온 것을 발견, 즉시 그를 퇴장 시켜 버렸다. 투수가 이물질을 부착하거나 몸에 지녔을 경우 발각 즉시 퇴장된다는 야구 규칙 8.02 (b)항을 적용한 것이다.
김병현은 가벼운 근육통이 있어 파스를 부착했다가 급작스런 등판으로 떼어내는 것을 깜빡 잊고 마운드에 올라섰다가 낭패를 당한 것. 고의성이 없어 추가 징계는 내려지지 않겠지만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지 한 달도 못돼 퇴장을 당한 김병현으로서는 찜찜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김병현이 루키였을 1999년 당시 인터리그 경기를 치르기 위해 애너하임으로 왔을때 기자는 그를 만나러 애너하임 경기장을 들렀다. 애리조나가 12대2로 애너하임을 완파해 등판기회가 없었던 김병현을 만난 필자는 그가 항상 들고 다니는 영어 사전을 보고 "영어 많이 배웠냐"고 질문을 던졌다.
그의 대답은 "이제 웬만한 것은 다 들리는 것 같아요!" 이었다. 히어링이 많이 좋아졌다는 뜻이었다. 김병현은 경기 중에도 내내 영어사전을 들고 다니며 영어 단어를 발음해보고 연습하는 모습이었다.
'파스 사건'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어깨가 아퍼서 파스를 붙였다고 하던데"라고 질문을 하자 "이젠 괜찮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야기를 나누며 그의 체격을 훔쳐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야말로 깡마른 체구였다. "어떻게 저런 체격에서 94마일의 직구가 나올까"란 생각을 했다.
■ 김병현과의 일문일답
애리조나의 김병현 선수는 최근 대한야구 협회에서 내린 제명 소식을 못들은 듯 했다. 필자가 미안한 마음으로 한국에서 나왔던 기사를 읽어주자 김병현은 그렇게 당황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국에 있는 팬들과 야구협회 관계자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대한야구협회는 1999년 5월19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협회의 사전 동의없이 대학 재학 중 미국 프로구단과 계약한 김병현과 최희섭에게 `무기한 자격정지'의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지난해 말 이사회를 통해 국내 구단에 소속되지 않고 외국 구단에서 선수생활을 할 경우 국내 프로에 진출하려면 5년 간의 유예기간을 거쳐야 한다고 결정한 바 있어 김병현은 한국프로야구에서도 뛰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팬 여러분께 (from 김병현)
야구 협회 관계자 여러분께 (from 김병현)
김병현은 이어 미국야구와 한국야구의 차이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더블A에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트리플A에서는 타자들이 파워가 있는 데다 정교함도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김병현과의 일문 일답.(알파벳순으로 질문을 했다.)
▶A Goal (개인적인 목표는)? 메이저리그 진입이겠죠.
▶Best Friend (미국에서 친한 친구는) 드라조라는 선수가 있는데 착해서 얘기를 자주 나눕니다. (드라조는 당시까지만 해도 무명이었다.)
▶Condition(등판하는 날 컨디션 조절은 어떻게?) 운동은 조금만 합니다. 휴식을 많이 취하려고 하지요. 별로 큰 긴장을 하지 않고 등판 당일날도 사람들과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Demerit(단점은?) 깜빡하는 버릇이 있어요. 물건 같은 것을 자주 잃어버려요. 신경이 무딘 편인가봐요.
▶Expressions in English(영어로 하는 가장 많이 쓰는 표현/말): What's up?
▶First Impression(미국과 애리조나 구단의 첫인상에 대해) 아주 좋아요. 만족합니다. 사람들도 모두 잘 대해 줍니다. 선배(박찬호)의 말을 들어보면 미국(특히 마이너리그)에서 운동하는 것이 힘들다고 하던데 저는 별로 힘든 것이 없어요. 미국은 내 자신만 잘 다스리면 운동하기 편하고 자유스럽다고 생각합니다.
▶Good man&bad man(이런 선수는 좋고 저런 선수는 싫어요.) 모두 좋은 것 같은데 굳이 싫은 점은 미국 선수들은 야구가 잘 안되면 글러브를 던지고 헬맷을 팽개치고 소리지르고 그러는데 보기가 안 좋더라구요. 한국엔 전혀 그런 일이 없는데...그랬다간 기합 받지요.
▶Health(한국과 미국에서의 건강 관리는 다른지) 똑같습니다. 공을 몇 개 던지고 뭘해야 하고 하는 것은 구단에서 조절해줍니다. 음식 문제도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햄버거를 많이 먹게 됩니다.
▶If you are not a baseball player? (만약 야구선수가 아니었다면) 축구선수가 됐을 겁니다. 선수는 아니었지만 운동을 워낙 좋아했기 때문에. 태권도를 했을지도.
▶Jinx(징크스가 있다면) 없습니다. 잘 잊어버리니까 징크스 같은 것도 없어요.
▶Korea(대표팀 경력) 고교 2학년 때 청소년대표를 시작으로 지난 아시안게임까지 대표팀에 선발 됐었습니다.
▶Last movie you saw in U.S.A(미국에서 본 마지막 영화) 매트릭스를 봤습니다. 그런데 재미는 없었습니다. 일단 무슨 말인지 잘 모르니까요. (웃음) 내용도 좀 황당하더라구요.
▶Movie Star(김병현 선수의 스토리를 영화로 만들다면 누가 주연이 되길 원하세요.) 제가 해야겠죠? 아니에요...멋있는 사람...정우성씨
▶New life(미국에 와서 야구 외에 하는 일은) 컴퓨터 게임을 많이 합니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레지던트 이블이란 게임을 하고 야구게임을 즐깁니다.
▶Owing something to someone(빚진 것이 있다면) 초, 중, 고교 감독님들. 초등학교의 심재경 감독님. 중학교때는 최양식 감독님, 고교때는 허세환 감독님, 대학때는 유상호 감독님들이 제가 잘 되도록 지도해주셨어요.
▶Precious stuffs(현재 미국에서 가지고 있는 것중 가장 소중히 여기는 물건은) 물건을 하도 많이 잊어버려서....
▶Question(필자에게 할 말 있으세요?) 잘 써주세요.
▶Rival(라이벌이 있다면) 제 자신이 라이벌이지요. 미국에서는 모든 것을 자신이 알아서 해야 하니까요. 또 프로니까요. 가끔 경기가 잘 안풀릴 때 하기 싫다는 느낌이 들때가 있지만 열심히 운동해야 하겠죠.
▶Slump(슬럼프에 대해) 저 같은 경우에는 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으면 슬럼프가 찾아옵니다.
▶Travel(기억에 남는 여행) 여행이라고 하기 보다는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한미야구 선수권 대회 참가차 애리조나 투산에 왔을 때 숙소 엘리베이터를 탄 후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선배, 동료, 그리고 일본인, 흑인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일본 사람이 1층에서 2층을 누르는 거에요. 그 사람이 못 알아 들을 것으로 생각하고 "걸어다니지 2층을 이걸 타고 가냐"고 놀렸는데 그 일본 사람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서 "내일이 시합이죠"라고 하는 거예요. 그리고 다음날 경기를 가진 후 선수 대기실에 그 분이 다가와 인터뷰를 하려하자 깜짝 놀랐지요. 일본 NHK 방송 기자는데 한국계였던 거예요. 미안해서 혼났어요.
▶University(대학시절의 추억) 거의 없어요. 좋은 추억을 갖고 싶었는데.... MT를 가고 싶었지만 가보질 못했어요.
▶Valued(인생에서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야구가 가장 중요하죠. 이렇게 언론기자들과 인터뷰하게 해주는 것도 야구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부모님(김연수/최복자씨)도 소중합니다.
▶Want to face whom?(메이저리그에서 상대하고 싶은 타자) 많죠. 마크 맥과이어, 새미 소사, 라울 몬데시, 치퍼 존스, 후안 곤잘레스, 모 본 등등.
▶X-File(공식적으로 직구의 속도를 아무도 모르잖아요. 공개해주세요.) 마이너리그 경기에서 96마일까지 나왔어요.
▶Your best player in MLB(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좋아하는 선수) 없습니다.
▶Zeal(열정을 어떻게 불사르고 있나요) 열심히 운동하지요.
▶마지막으로 한국팬들에게 인사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항상 격려해주시고 기다려 주시면 좋은 성적으로 팬들에게 보답하겠습니다.
추천은 격려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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