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인터뷰] 김선우 미국에서 첫 시즌을 마치고

현재는 두산에서 프로 선수로 뛰고 있는 김선우가 미국 프로야구에서 첫 시즌을 마친 직후 인터뷰를 했습니다. 작고하신 박진원 전 재미대한야구협회 회장의 자택에서 이뤄진 인터뷰 내용을 소개합니다.

인터뷰어: 박병기
인터뷰이: 김선우
인터뷰 장소: 박진원 전 재미대한야구협회 회장 자택
인터뷰 일자: 1998년 시즌이 끝난 후

김선우는 미국 프로야구에 진출한 첫해(1998년)에 보스턴 레드삭스 산하 싱글A 사라소타에서 24경기에 선발로 나와 12승8패라는 좋은 성적을 올렸다. 그는 팀내 최다승 투수가 됐다.

당시 박찬호, 조진호보다는 이름이 덜 알려진 편이었던 김 선우는 사실 한국야구에서 떠오르는 스타였다. 고교시절 청소년 대표로 세계 대회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던 김선우는 국가대표로서 97년 아시아 선수권에 출전 베스트9에 뽑히는 등 스타급 선수로 급부상했다.

김선우가 미국 야구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95년 세계 청소년 대회 때부터다. 보스턴에 열렸던 이 대회에서 김선우는 145km가 넘는 강속구에 10대 답지 않은 침착한 피칭으로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들의 레이더망에 들었다.

그리고 수년 후 레드삭스 구단은 김에 1백30만 달러라는 거액을 제시했다. 김 선우는 박찬호 같이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던지는 파워 피처는 결코 아니다.

그러나 145km 안팎의 패스트볼와 함께 섞어서 던지는 체인지업과 슬러브가 일품이다. 김 선우 자신도 “직구, 커브, 체인지업 모두가 주무기다. 상황에 따라 주무기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무서울 정도(?)’로 침착한 성격이 제구력을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갖추는데 큰 역할을 했다. 김은 또한 머리로 하는 경기를 좋아한다.

김선우가 필요한 것은 경험이다. 경험만 쌓인다면 어깨도 싱싱하고 컨트롤도 좋기 때문에‘선우 열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 다음은 김선우와 필자와의 독점 인터뷰 내용.

▷필자: 싱글A에서 12승8패를 기록했는데 소감은.

▶김선우: 10승을 올리니까 동료들이 축하해줬습니다. 첫 해에 10승을 한 것은 잘 한 것이라고 기뻐해줬습니다. 원래 목표는 10승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었는데 막상 10승을 올리고 나니 저도 기뻤습니다. 무엇보다 올해 145경기 중 26경기에 선발로 등판한 과정을 돌아 볼 때 만족스럽게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 대해 말씀해주시겠어요.

▶김: 전에는 하지 못한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야구를 시작한 후 가장 형편없는 경기를 한 적도 있었고 아주 잘 던진 날도 있었습니다. 거의 이기는 경기인데 공하나 잘 못 던져서 진 게임도 있었습니다. 그런 경험이 저에게는 큰 도움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후반부에는 제 자신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시즌 중반에 조진호 선수가 메이저리그로 올라갔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나도 갈 실력이 있는데...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나요?

▷김: 솔직히, 한국에서는 저도 인정을 받은 투수였는데 저만 마이너에 남으니까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해도 진호형이 마이너에서 너무 잘 던졌습니다. 사라소타에 잠깐 같이 있을 때도 진호형의 공은 항상 낮게 들어가서 타자들이 손을 대지 못했죠. 저는 반면에 공이 높게 들어갈 때가 많았습니다. 진호 형이 메이저리그에 올라간다는 소식을 듣고 “좋아하는 선배 형인데 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그 일이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줬습니다.

▶메이저리그를 목표로 열심히 훈련했는데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98년 시즌에 임했나요?

▷김: 아직은 메이저리그에 올라갈 때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싱글A에서도 많이 맞고 그러는데 메이저리그에 가면 보여 줄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라리 마이너에서 엄청나게 얻어맞고 좋은 경험을 해서 완벽하게 가꾼 다음에 ‘빅리그’에서 마이너 때의 경험으로 잘하자는 결심을 했습니다. 성급한 생각을 버리고 넓게 생각하니까 운동도 더 잘되고 지금은 너무 행복합니다.

▶미국야구와 한국야구를 비교한다면.

▷김: 미국야구의 장점은 선수들의 파워가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빗맞은 것 같은데 홈런이 될 때가 많았습니다. 타자들이 워낙 공격적이라 힘으로 누르려고 하면 안 되고 머리를 써서 공략을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제가 아마추어 시절에는 공이 빠르다는 평가를 받아 그 생각으로 전반기까지는 힘으로 던지려고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미국야구를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김: 올시즌 24경기에 선발 등판했는데 힘으로 하다가는 살아남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후반기에는 머리로 하는 피칭을 주로 했습니다. 스타일 변형이 많이 됐지요. 삼진아웃을 잡으려고 덤비는 것이 아니라 맞춰잡는 쪽을 택했고 포수의 사인에 따라 공을 던질 때도 많았습니다. 첫 3경기까지는 제가 던지고 싶은 것을 던졌는데 그것은 게임을 어렵게 끌고 가는 원인이 됐습니다. 포수를 믿고 경기를 하니까 마음도 편해지고 경기도 잘 풀리게 되더군요. 처음에는 “내가 너희들을 어떻게 믿냐?”고 생각했지만 잘못된 생각이었지요. 내가 먼저 동료를 믿고 내가 먼저 관심을 보여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미국에 와서 새롭게 배운 구질이 있습니까?

▷김: 저는 많이 가르쳐 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부족한 것이 많다고 생각을 했는데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더군요. 한국에서는 부족한 점이 있으면 코치선생님들이 오셔서 지도해주셨는데 이곳은 달랐습니다. 그래서 제가 찾아가는 방법을 택했죠. 후반기부터 투수코치를 찾아가서 물어봤죠. 하루에 한 번씩 새로운 질문을 하니까 코치가 아주 좋아하더군요. 그때부터 한 가지 한 가지 배우게 됐습니다. 제가 체인지업이 좋지 않아 직구와 슬러브(슬라이더+커브)를 많이 던졌는데 후반기부터 체인지업을 시도해 좋은 결과를 낳았습니다. 가을 교육리그에서는 커브를 더 배우려고 합니다.

▶마운드에서 침착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 요인은 무엇인가요?

▷김: 제가 침착하게 된 것은 아버님의 조언 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버님께서 어린 시절 제가 야구 때문에 공부를 못하게 되자 당신의 지식을 저에게 말씀해주신 것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리고 아버님께서 독서를 적극 추천해주셔서 책이 제 손에서 떨어져 있던 적이 없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영웅들의 일대기를 그린 책들을 읽으면서 자신감을 얻었고 자신과의 싸움에 대해 많이 배웠죠. 대학생 때는 전문지식을 넓히기 위한 책을 접하게 됐지요. 독서가 마운드에서 심리적인 요소를 잘 처리하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영어는 많이 배웠나요?

▷김: 히어링은 좋아졌는데 아직 표현을 잘 하지 못합니다. 열심히 해야죠.

▶친한 친구가 생겼는지.

▷김: 투수들과 같이 생활하니까 친하고 많은 선수들과 친해지려고 노력을 많이 합니다.

▶한국에 계신 팬들에게 인사말을 해주세요.

▷김: 안녕하세요. 김선우입니다. 올해 열심히 하고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올해 저를 찾아주신 팬들이 많았다고 하던데 제가 직접 찾아뵙고 그러질 못해서 죄송하게 생각했습니다. 여러분의 성원에 보답하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고 좀 더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Updated 2009.11.05

옛날 파일을 정리하다가 찾아낸 김선우 인터뷰 내용입니다. 미국 프로야구에 입문하기 직전에 인터뷰했던 내용 같습니다.

▶개인적인 목표는

빅리그(메이저리그를 의미)에 진출하는 겁니다. 넒게 봐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존경 받는 선수가 되는 것이 현재 제가 갖고 있는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앙

기독교 집안에서 자랐습니다. 야구 생활로 교회는 자주 나가지는 못하지만 어머니(박혜자.당시 46세)의 기도가 큰 힘이 됩니다.

▶어린 시절

개구쟁이였어요. 어릴 적부터 운동을 상당히 좋아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내발산 초등학교)때 우연히 최완희 감독님께 픽업돼 야구를 하게 됐습니다.

▶단점은?

말을 하지 않을 때는 항상 차갑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원래 제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오해들을 하시지요. 하지만 일단 말을 꺼내기 시작하면 바보스러울 정도로 착하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수입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계약금으로 1백25만달러를 받았습니다.

▶얼굴 중 자신 있는 곳

조목조목 따지면 매력 있는 곳은 없지만 웃을 때 매력적이라고들 말씀해주시더라구요.

▶승리할 때 제스처

특별한 제스터가 없어 주위에서 뭐라고들 그럽니다. 항상 담담한 표정을 짓고 투구할 때도 잡동작이 없어 위협감을 주지 않는다고 감독님들께서 말씀해주십니다. 타자를 제압하려면 실력 외에 오버액션이 있어야 한다고 하세요. 전 너무 얌전해서.....

▶건강 관리는 어떻게?

많이 먹구요 편식을 안 합니다. 또 잠을 많이 자는 편입니다. 9시에 기상하고 12시에 취침을 하지요.

▶만약 야구선수가 아니었다면...

평범한 학생이 아니었을까요

▶징크스가 있다면

전혀 없어요. 또 그런 것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대표팀 경력

고교 2학년(휘문고)때 청소년 대표팀에 선발됐구요 대학 1학년(고려대)때 국가대표팀에 발탁됐습니다.

▶여유 시간에 뭘 하나요?

독서를 하거나 음악을 듣습니다. 여유 시간이 나면 최대한 푹 쉬려고 합니다. 술은 거의 먹지 않습니다.

▶미팅 해 본적 있나요?

대학교 때 단체 미팅을 3번 한 적이 있었는데 별로 재미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 여자 친구가 없습니다. 여자 팬들은 좀 있습니다.

▶야구 외에 새로운 소식 없어요?

매일 야구만 생각하고 야구를 위한 준비를 하는데 시간을 보냅니다. 요즘은 아침에 약간 늦게 일어나는데 운동은 오후 3시30분 부터 시작합니다. 9시까지 운동을 한 후 샤워를 하고 헬스클럽에서 10시부터 11시반까지 몸만들기를 한 후 취침을 하지요.

▶빚진 것이 있다면

부모님께 큰 빚을 졌습니다. 아버님(김대중.51)은 저만 바라보고 평생을 사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밤낮없이 물심 양면으로 최선을 다해 도와주셔서 감사드리구요. 어머니는 주부 습진으로 손이 아프신데도 항상 제 빨래는 손으로 직접 빠시고 다리미로 반듯하게 다려서 주셨던 것이 생각납니다. 열심히 운동해서 은혜에 보답해야죠. 또 고려대, 휘문고 미주 동문회 선배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처음에 미국에 왔을 때 아무것도 모르는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라이벌이 있다면

제 자신이 라이벌이지요. 자만하지 않고 열심히 운동해야 하겠지요.

▶슬럼프에 대해

아직 슬럼프라는 것을 거론할 정도의 위치에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굳이 말한다면 지난해 약간의 슬럼프가 있었습니다. 발목 부상 때문에 고생을 좀 했지요.

▶기억에 남는 여행

고2 세계 청소년 선수권대회 참석차 캐나다에 간 적이 있었는데 너무 깨끗하고 조용해 아직까지도 그 장면이 생각이 납니다. 다시 한 가보고 싶습니다. 또 한 곳은 제가 가게 될 보스턴입니다. 이곳도 마찬가지로 세계 청소년 대회 때문에 간 곳인데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뛰는 마운드를 밟았던 것이 기억에 남고 하버드 대학을 방문한 것도 생각납니다. 그때를 기념하기 위해 가져온 마운드의 흙과 하버드대의 잔디는 아직도 보관하고 있습니다.

▶대학시절의 추억

고연전을 위해 동료들과 합숙할 때 무척 힘들고 고통스러웠는데 그때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아쉬었던 점은 2년 연속 고연전이 한총련 사태와 우천으로 취소됐다는 것이지요.

▶인생에서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부모님이고 역시 야구라는 스포츠이겠죠.

▶좋아하는 여성상

야구 선수는 시즌 내내 이동해야 하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무척 힘이 듭니다. 그래서 이해심이 많고 편안한 여자가 좋습니다. 미모 보다는 성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식적으로 직구의 속도를 아무도 모르잖아요. 공개해주세요.

예.100% 전력 투구를 하면 150km정도 나올 가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2-3차례 150km를 던진 적이 있습니다.

▶수상 경력

고 2때 세계 청소년 선수권에서 13년만에 우승한 것이 가장 크고 필리핀에서 열린 아시아 청소년 야구대회에서 MVP와 최우수 선수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대학교때는 백호기 대회 우수투수상을 받았고 아시아 선수권대회에서 베스트9에 뽑혔습니다. 고교시절에는 대통령배(고3)에서 우수투수상, 청룡기(고2) 대회에서 MVP와 최우수투수상을 받았습니다.

▶열정을 어떻게 불사르고 있나요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서입니다. 완벽한 몸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로드리게스 스카우트도 피칭 방법은 레드삭스의 투수 코치에게서 배우라고 지시하며 최고의 몸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해 도와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보다 체격이 많이 좋아졌다는 말을 듣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팬들에게 인사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여러분들께서 항상 옆에 계시니까 도움이 많이 됩니다. 앞으로도 많이 격려 해주세요. 열심히 노력해서 성원에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인터뷰 내용(음성)

sunwoo.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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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널리스트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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