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 박병기 (ICCsports.com)
인터뷰이: 최향남
인터뷰 방법: 전화 인터뷰
인터뷰 일자: 2006년 7월24일
"고독하지 않습니다."
사실 그와 같은 상황에 있다면 고독해야 보통 사람이다. 가족이 모두 한국에 있고 목표로 한 메이저리그 진출을 눈앞에 두고 어려움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최향남(당시 35세). 그는 30대 중반의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겠다고 가방을 챙겨 미국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화제의 인물이다.
2006년은 그의 미국 프로야구 데뷔 해. 그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산하 트리플A팀인 버펄스 바이슨스에서 5승5패, 평균 자책점 3.06을 기록 중이다. 등판한 25경기 중 10경기에 선발로 나와 이닝 수가 79과 1/3에 불과했지만 탈삼진 수는 76개로 팀 내 최다이다. 그는 트리플A 후반기에 팀의 제1선발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리고 후반기에 메이저리그 승격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걸었다. 그런데 오히려 부상자 명단(DL)에 올라 잠시 경기에 출전을 못하는 황당한 경험을 하게 됐다. 흥분되고 열 받고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을 것만 같았는데 연륜이 있어서 그런지 그는 참으로 침착했다. 24일 정오부터 시작된 전화 인터뷰에서 그의 목소리는 침착하게 들렸고 그가 하는 말의 내용도 그랬다.
고독? No!
그는 전혀 외롭지 않다고 했다. 아내도 없고(한국 거주) 친구도 없지만 좋아서 하는 일을 미국에서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즐겁다고 했다. 미래가 불확실하지만 오래전부터 동경했던 미국 프로야구에서 뛰고 있는 것으로도 행복하고 이 자체가 좋은 경험이고 환경 자체가 마음에 든다고 그는 말했다. 도전하고 있는 것만으로 그는 행복한 것이다.
최향남은 "트리플A가 이제 한 달 정도 남았다. 물론 한국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아내가 보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에 감사하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도전의 최종 목적지
그는 도전을 위해 미국에 온 것이지만 그렇게 거창하게 보지 말아줄 것을 당부했다. 그저 상황이 그렇게 된 것이지 '대단한 도전'이라고 누군가 말하면 쑥스럽게 느껴진다고 했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라 도전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주변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좋게 표현해주려고 그러는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여건에서 최선을 다해 하는 것은 내 인생에서 좋은 일이라고 받아들이고 이렇게 미국에서 뛰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인생의 최종 목적이 메이저리그 진출은 아니라고 했다. 그것은 자신의 인생에서 중간 과정일 뿐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말했다. 그의 최종 목표는 아름다운 가정을 꾸미는 일이다.
부상자 명단에 오른 일
그래도 메이저리그 진출은 야구 선수에게 중요한 일이라 기자는 의견을 물어봤다. 최근 뜬금없이 부상자 명단에 오른 이유에 대한 질문도 했다.
"나도 그 이유가 궁금했다. 그래서 에이전트(타미 김)와 상의해서 구단 측에 나에 대한 계획이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한다. 전반기가 끝나고 3일을 쉬고 팀에 복귀했는데 내 이름이 부상자 명단에 올려진 것을 보고 조금은 당황했다. 나는 후반기에 1선발로 나갈 수 있다고 봤는데 DL에 올려진 후 여러 생각이 났다. 열심히 했는데 내가 이렇게밖에 보이지 않았나 등등의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그런 말을 남의 이야기처럼 덤덤하게 했다. 마치 모든 것을 초월한 듯한 사람처럼 말이다.
미국 생활
그는 미국 생활과 미국 야구에 대한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한국에서는 미국이 환경에서 큰 차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와서 보니 여기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야구 환경이 우리와는 많이 다르긴 했지만 한국에서 중심 선수 역할을 하는 선수들은 트리플A에서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 생각은 들었다. 한국에서 함께 뛰었던 이병규, 홍성흔, 오승환, 이승호, 김진우 등은 미국에서도 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린 선수들이 미국에 와서 정신적으로 힘들 것 같기는 하다. 단순히 야구만 잘해서 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력과 여러 가지가 조화되어야 한다."
최향남은 미국에 와서 잃은 것은 없다고 했다. 이곳에 있는 자체가 얻는 것이라는 결론을 냈단다. 그는 "남은 인생과 미래를 생각할 때 미국에서의 경험은 활력소가 되고 추진력을 가할 수 있는 경험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항상 기도를 하는 사람이다. 기도를 통해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후회도 아쉬움도 없다고 그는 말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모든 것은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다".
모태신앙인 그는 "어려울 때 기도를 한다기 보다는 항상 하나님과 함께 한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게는 생활 자체가 기도다. "내가 미국 진출을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어려운 상황에서 실패도 맛보았고, 주변에서 안 된다고 말을 많이 했는데 마음을 다질 수 있었던 것은 기도를 통해서였다."
몸관리
어렸을 때부터 술, 담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이 나이 들어 큰 도움이 된다는 최향남은 "운동 선수에게 먹고 마시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투수가 스피드를 늘리려면 연습에서 볼을 많이 던져야 하는데 볼을 던지기 위해 몸만들기가 우선이고 몸을 만들려면 몸의 피로가 오지 않도록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생활 자체가 규칙적이어야 한다"고 후배들을 위해 조언했다. 자신은 유명한 투수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30대 중반에 미국 프로야구에서 뛸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잘 먹고 잘 자고 규칙적인 생활을 한 덕분이라고 한다.
단기 계획
일단 한 달 후에 시즌이 끝나면 구단에서 무슨 이야기가 있을 것으로 그는 생각하고 있다. 만약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그에 대한 특별한 계획이 없다면 다른 구단을 알아봐야 하는데 적어도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초대 정도의 조건이 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최향남의 생각이다. 한국 야구로의 복귀는 나중에 고려할 사항이란다.
팬 여러분께
최향남의 미국 진출 후에 팬들의 관심이 높은 편이다. 한국 프로야구 출신인데다가 30대 중반의 나이에 미국 진출을 해서 그런지 그의 매 경기 결과에 야구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눈앞에 둔 트리플A에서 뛰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그는 팬들에게 "저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 때 그것이 여러분께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저도 기쁠 것 같습니다. 책임감을 느낍니다. 마이너리그에서 최선을 다한 후 메이저리그에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국 야구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라는 말을 남기며 인터뷰를 맺었다.
[최향남 프로필]
▷생년월일: 1971년 03월 28일
▷신장/체중: 187cm/83kg
▷투타: 우투우타
▷출신교: 영흥고
▷한국 프로야구 입단: 1990년 2월
▷한국에서 소속팀: 해태(기아), LG
▷한국에서 성적: 44승49패, 방어율 3.91
▷미국 진출: 2005년 11월23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10만 달러(연봉+계약금)에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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