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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K Column

김연아, 한류, 그리고 노벨 문학상

by 밝은터_NJT 2010.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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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선수가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 종목에서 놀라운 점수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는 기적과 같은 일이다. 한국은 여자 피겨 스케이팅이라는 종목의 불모지와 같은 곳이어서 김연아가 유명세를 타기 전까지 거의 모든 비용을 부모가 어렵게 마련해서 훈련을 시켰다고 한다. 한국에서 김연아와 같은 선수가 탄생한 것은 기적이었고 이런 일이 다시 생길지는 의문이다. 김연아의 금메달을 계기로 저변이 확대된다면 몰라도 기적이 다시 일어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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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도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기적과 같은 일이다
. 요즘은 환경이 크게 좋아져 좋은 영화, 드라마, 음악이 탄생하지만 여전히 한국은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기에는 환경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좋지 않은 환경에 비해 지금과 같은 콘텐츠가 개발된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한류가 비틀대고 있다고 한다. 동남아시아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얻던 한국 드라마는 조금씩 힘을 잃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유는 드라마의 내용이 예상 가능하고 결과가 뻔하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이는 드라마 내용을 창작하는 작가의 저변이 확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몇몇 사람들에 의해 내용이 나오다 보니 나중에는 그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사람의 다양한 경험이 드라마에서 보여질 수 없는 이유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한국은 극히 일부만 제외하고는 글쟁이들이 기본 생활도 할 수 없는 나라다. 드라마든 영화든 기초는 역시 대본이다. 시놉시스와 대본을 만들어내는 이들은 글쟁이인데 이들이 밥 먹고 살기도 어려운 시스템에서 좋은 내용이 나오는 것은 힘들다. 자연스럽게 문화 콘텐츠는 일부 선택된작가들이 독점하는 모양새가 된다. 다양성이 보일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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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작가

미국과 일본에서는 책을 냈다고 하면 영화의 대본을 썼다고 하면 굉장한 사람처럼 여겨진다. 명예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풍요도 따르기 때문이다. 모든 글이 대박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에 글쟁이들이 적어도 밥은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이다.

예를 든다면, 한국은 톱 0.1% 안에는 들어야 글쟁이들이 의식주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지만 미국의 경우 톱 10-20% 정도만 돼도 글 쓰는 일에 집중하면서 살 수 있다. 숫자는 정확한 데이터는 아니고 체감적인 숫자임을 밝힌다. 10 안에 들면 그야말로 대박이다.

글쟁이들이 밥을 먹고 살기 힘들다면 결과는 뻔하다. 좋은 콘텐츠가 나올 수 없고, 베끼기가 난무하고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기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 인터넷을 보면 그야말로 가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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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

그런 나라에서 노벨문학상을 기대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정말 뛰어난 작가가 나오더라도 번역 수준이 미달이다. 배고픈데 누가 번역이나 하고 앉아 있나. 전문 번역가는 몇 명 되지 않고 각자 전문 분야가 다르기에 좋은 번역이 나오기란 쉽지 않다. 다른 일을 하면서 번역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이다.

이는 일본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은 벌써 두 명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탄생시켰다.

한국은 왜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수 없을까. 앞서 말했지만 기본적으로 글쟁이들이 너무 배고프기 때문이다. 번역가들은 무시되고 있고, 작가들과 기자들은 극히 일부만 제외하면 처참한 삶을 살고 있다. 유명한 한인 이민 역사책을 쓴 한 작가의 삶에 대해 들은 적이 있는데 너무나 안타깝고 비참하게 살고 있었다. 책을 쓰고 합당한 원고료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 책은 지금도 가치있는 이민 역사서로 여겨지고 있고 한국 방송에서도 여러 차례 거론된 바 있다. 하지만 그 책을 쓴 이는 제대로 된 원고료도 받지 못하고 너무 힘들게 살고 있다.

이런 척박한 환경일지라도 한국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절대 받을 수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김연아의 경우를 보더라도 한국에서 천재가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인 시스템과 관계없이 놀라운 천재가 탄생하는 기적이 일어날 경우 그런 일이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이 진정한 피겨스케이팅 강국인가. 그렇지는 않다. 기적이 일어나 한 사람의 천재가 금메달을 받기는 했지만 그것은 천재의 덕을 본 한국의 복이라고밖에는 말할 수 없다. 김연아의 모친이 딸이 피겨스케이팅을 하는데 헌신하지 않았더라면 의 탄생은 없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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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영화, 드라마, 문학계 등은 반짝스타를 탄생시킬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밑바닥에서 기초가 튼튼하지 않으면 그 다음 세대의 스타는 없다고 볼 수 있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에만 집중하다보면 기초는 무시될 수 있다.

지금 수많은 글쟁이의 발이 묶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연아 급 글쟁이가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를 거는 것은 욕심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분야에서, 특히 문화 콘텐츠 분야에서 기초가 튼튼한 한국이 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쓸데 없는 바람일까. <밝은터(ICCsports.com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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