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밴쿠버 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한국의 젊은 선수들이 그야말로 쾌거를 이룩했다. 쇼트트랙은 한국의 메달밭이었지만 롱트랙에서 이렇게 대단한 결과를 낼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축제의 분위기 속에 이 대회를 한국어로 단독 중계한 SBS는 몸살을 앓았다. 제갈성렬이라는 이름의 스케이팅 종목 해설자 때문이다.
선수 시절(2000년) 제갈성렬 위원의 모습
제갈성렬 해설위원의 해설은 처음부터 불안했다. 한국 선수들이 의외의 금메달을 땄을 때 흥분하며 방송을 해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았다. 그래도 일부 시청자들은 “재밌게 잘하는데 뭐가 문제인가”라며 제갈 해설위원을 두둔했다. 나는 솔직히 그의 해설이 위험스럽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흥분하는 것까지는 좋다고 생각했지만 흥분했을 때 나오는 단어와 표현이 어색하고 투박하다는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너무 자주 어법에 맞지 않게 말을 하는 것으로 봐서 “저러다가, 큰 일 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구 해설위원인 허구연 씨가 해설을 할 때는 흥분을 해도 해설 내용 자체는 여전히 전문적이고 정결하다. 다른 유명 해설자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그들도 실수를 할 때가 있다. 인간으로서 실수 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제갈성렬 위원은 실수가 아니라 해설자로서 수위를 넘어섰다는 느낌을 줬다. 시청자들은 그래도 한국 선수들이 워낙 잘하니까 용서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결국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그는 2월24일 오전 SBS가 방송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m 경기에서 “(금메달을) 우리 주님께서 허락하셨다”고 말해 종교편향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결국 타종교계의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그동안 제갈성렬 위원을 두둔했던 이들도 이 발언에 대해 반감을 갖고 비난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우리 주님께서 허락하셨다”라는 발언이 왜 문제일까. 각종 언론에서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했는데, 그것은 신의 간섭이 아닐까. 그의 발언이 문제인 이유는 기적이 일어난 원인에 대해 사람들이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그렇게 생각을 한다고 하더라도 자제를 했어야 했다. 사람들은 생각할 여유도 없었고 곧바로 부정적인 마음만을 갖게 됐다. 이것이 잘못된 것이었다.
그의 말처럼 신의 섭리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크라머라는 네덜란드 선수가 너무 교만하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승훈의 금메달이 확정된 바로 그 순간에 생각할 여유도 없이 ‘주님 발언’이 나온 게 아쉬운 대목이다. 종교는 진지한 대화와 고민끝에 선택하는 것이지 밀어붙임이 아니다.
일부 기독교인이 실수하는 부분 중 하나가 제갈성렬 위원을 통해 보여졌다고 할 수 있다. 예수는 그의 추종자들에게 소금(Salt)과 빛(Light)이 되라고 했는데 그것은 사회에서 보일듯 말듯하면서 스며들라는 말이다. 소금은 물에 녹으면 보이지 않지만 짠 맛을 낸다. 빛도 경험할 뿐이지 손에 잡히는 게 아니다.
소금과 빛을 손으로 잡게 해주려고 하니 거기서 부작용이 일어난다. 소금은 입맛으로 알 수 있는 축복이고 빛은 마음의 기쁨으로 스며드는 행복이다. 이걸 한 방에 손으로 잡게 해줄려고 하니까 소금은 맛은 잃고 빛은 어둠이 되는 것이다.
이번 실수를 교훈 삼기를 바란다. 제갈성렬 위원도 사람이기에 실수를 할 수 있다. 스스로 중도하차한다고 하니 실수를 인정한 것이다. 그 다음에는 그러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한 가지 바라는 것은 경기 해설을 할 때 흥분하는 것은 좋지만 흥분할 때 정제된 용어를 사용하는 훈련을 먼저 받았으면 하는 것이다. 그래도 귀여운(?) 부분도 있었다. 이번이 기독교를 공격할 기회라며 이 일에 너무 광분하지 않고 사상 유례없는 롱트랙 스케이팅 성공을 축제 분위기로 만들기를 기대해본다. [밝은터(ICCsports.com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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