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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K Column

'올림픽 환각'이 없었던 이유

by 밝은터_NJT 2010.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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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밴쿠버 올림픽은 최근 열린 대회 중 가장 차분히 진행됐다. 이유는 SBS가 올림픽을 단독으로 중계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한국의 3대 공중파 방송과 이들이 운영하는 케이블 및 인터넷 방송이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동시에 올림픽에 올인했기에 다수의 한국인이 ‘올림픽 환각(hallucination)’에 빠졌지만 이번에는 적당히 즐기면서 적당히 흥분하면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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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파 방송이 동시에 올림픽 경기를 중계하면 국민은 어쩔 수 없이 올림픽 환각에 빠지게 된다. TV를 켜면 온통 올림픽 중계이니 국민은 올림픽을 봐야 하고 들어야 하고, 읽어야 하고, 이야기 나눠야 한다. 이것이 바로 올림픽 환각이다. 환각에 빠지면 나라가 온통 올림픽에 몰두한다. 누가 억울하게 죽어도 뒷전이다. 그리고 모두가 전문가가 되고 정작 진짜 전문가들은 축제의 마당에서 뒷전으로 밀려난다. 환각에 빠지면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오는데 힘이 든다.

한국은 2년마다(하계+동계) 올림픽 환각, 그리고 4년마다 월드컵 환각으로 휘청댔는데 이제부터는 그런 일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SBS의 독점 중계로 시청자들이 좋은 해설을 골라들을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었지만 이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SBS는 독점 중계를 하는만큼 최고의 해설자에 마이크를 넘겨주는 날이 올 것이다.

이번 올림픽이 좋았던 또다른 이유 중 하나는 메달 색깔에 따라 욕을 먹는 일이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금메달이 아니면 ‘아쉬운 은, 아쉬운 동’이라는 표현을 너무 자주 들었고 은, 동메달리스트는 마치 역적처럼 여겨졌지만(특히 쇼트트랙에서) 밴쿠버 올림픽에서는 메달 색깔에 관계 없이 모두 기뻐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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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의 경우 금메달 2개로 사상 최악의 성적을 냈지만 국민은 이를 질타하기보다는 은, 동을 많이 따낸 것을 기뻐했다. 물론 한국 쇼트트랙은 파벌주의가 최강국에서 내려앉는 결과를 낳았지만 이는 국내적인 문제이고 올림픽 레벨에 대한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SBS는 대회 전반적으로 금메달에 집중하지 않고, 메달을 받으면 축하해주는 분위기를 연출해 박수를 받을만했다. 또한 메달리스트가 아닌 이규혁에 스포트라이트를 주면서 바른 여론을 이끌었다.

일부 아나운서와 해설가의 수준 낮은 방송이 문제가 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여론을 이끌고 간 점은 훌륭했다고 할 수 있다.

SBS가 올림픽과 월드컵을 독점 중계하는 것은 여러 모로 바람직하다. 이유는 타 방송사들은 다른 종목(예를 들어, 야구와 농구)에 더 집중할 것이고 이는 균형된 스포츠 문화 발전에 도움이 된다. 그만큼 전문성도 더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주요 이벤트일 때) 농구는 ABC-TV, 야구와 풋볼은 FOX-TV, 올림픽은 NBC-TV, 월드컵은 ESPN-TV 등으로 나뉘어져 차별화와 전문성이 이뤄졌다. 해설가들의 이동이 이뤄져 해설을 잘하는 전문가들이 종목별로 방송사를 옮겨갔고 시청자들은 최고의 해설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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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걱정되는 점은 타 방송사들이 올림픽과 월드컵의 중계권을 되찾기 위해 엄청난 외화를 낭비하는 무리수를 두는 것이다. 과거 박찬호 경기 및 메이저리그 경기 중계권도 그렇게 해서 치솟아 올랐고 이는 궁극적으로 한국 야구 팬들이 메이저리그 경기를 볼 수 없도록 만들었다. 중계권료는 높이 오르고 시청률이 떨어지자 공중파 방송사들은 독점 중계권을 포기했고 지금은 메이저리그 경기를 전국방송으로 볼 수 없게 됐다.  

결론은 이번 밴쿠버 올림픽은 가장 이상적인 여론 형성과 반응으로 국민에게 기쁨이 되고 희망을 줬다고 할 수 있다. 국민에게 균형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줬고 올림픽 기간에 국민에게 다른 문화 장르를 접할 수 있는 권리를 줬다. [글: 밝은터(ICCsports.com) 사진: 뉴스뱅크 블로거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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