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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dy Johnson by iccsports |
ICCsports.com을 활발하게 운영했을 당시의 일이다. 웹사이트는 미국 선수의 이름 표기법을 '미국식'으로 했다. 예를 들어 Randy Johnson을 '랜디 존슨'으로 하지 않고 '랜디 잔슨'으로 하고 Barry Bonds를 '배리 본즈'가 아닌 '배리 반즈'로 했다. 당연히 이상하게 생각하는 독자들이 많았다. 왜 그렇게 표기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Dodgers를 '도저스'라고 하지 않고 '다저스'로 하고 Doctor를 '독토'로 하지 않고 '닥터'라고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답을 했다.
웹사이트는 또한 Houston은 '휴스턴'이 아니라 '휴스튼'이었고 Washington도 '워싱튼'으로 표기했다. 이것도 Hampton은 '햄튼'으로 Payton은 '페이튼'으로 하면서 왜 -ton을 '턴'으로 해야 하느냐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고수됐다.
미국에서 발음하는 것에 가장 가까운 표기를 찾아서 한 이유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자는 의도에서였다. 그러나 한국 독자들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웹사이트를 꾸준히 찾았던 독자들은 우리의 의도에 동요하지 않고 기존의 틀 안에서 머무르고자 했다. 개혁을 원했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낳았다. 7-8년쯤 '우리만의 표기법'을 사용하다가 ICCsports.com은 결국 손을 들고 기존의 표기법을 따르기로 했다.
이 경험을 통해서 개혁이란 일방적으로 선포해서 '확' 바꾸는 방식이 아닌 주변의 상황을 파악하면서 공감을 얻는 분위기를 마련한 후에 차근차근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Buckeye Country by heidigoseek |
몇 년 전 동료와 흥미로운 토론을 한 적이 있다. 당시 대학풋볼 랭킹 1위였던 오하이오 스테이트의 애칭인 Buckeyes를 어떻게 표기할 것인가를 놓고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눴다. 전통적인 방식은 '버크아이스'인데 우리는 이를 '벅아이스'로 할 것인지 '벅카이스'로 표기할지를 놓고 재미난 토론을 했다. 이 단어는 Buck와 eyes를 합친 합성명사이기 때문에 '벅+아이스'로 쓰자는 의견과 미국식으로 '벅카이스'로 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우리는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는데 신경을 썼다. 이런 대화에서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벅카이스'가 낫다고 합의를 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잘 모르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닌 내용인데 이런 고민을 하는 것 자체로 나는 즐거웠다.
그 무렵 한국에서는 이영표의 잉글랜드 소속팀이었던 Tottenham을 어떤 언론은 '토튼햄'으로 어떤 언론은 '토트넘'으로 표기했다. 표기법 통일이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이유가 있기 때문에 다르게 쓰는 것이 이해가 된다. Graham이 '그래함'이냐 '그레이엄'이냐 Leinart가 '라인아트'냐 '라이나트'냐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서 정답은 없다고 본다. 다만 어떤 게 거부감이 덜 하냐는 쪽으로 포커스를 맞춘다면 합의점은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어 표기법을 생각하며 단순히 언어만 보는 게 아니라 국민의 성향, 사회의 분위기, 문화 등을 생각할 수 있다면 '쓸데없는 논의'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2010년 1월 한국에서는 외국어 표기법을 외국어 원어에 가깝게 표기하자는 주장이 있었다. 찬반양론이 있었다.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사실 바꾸려면 다 바꿔야하기 때문이다. Greg이라는 이름도 미국식 영어에 가깝게 하려면 '그렉'이 아니라' 그레익'에 더 가깝다. 이런 것을 일일이 다 바꾸는 것은 한국 사회사회에서는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블로그'라고 표기했으면 절대 '블러그'로 바꾸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블로그로 쓰는 게 지혜로운 것이다. 왜냐하면 절대 안 바꿀 것이기 때문이다. 안 바꾸는 것을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 그냥 분위기가 그런 것이다. [밝은터(ICCsports.com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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