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잭슨 감독이 쓴 일기 형식의 자서전 ‘마지막 시즌(The Last Season)’은 레이커스의 지난 2003-04년 시즌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잭슨 감독은 해당 시즌에 거의 매일 일지를 썼으며 그 내용을 정리한 책이 발간된 것이다.
이 책에는 스테이플스 센터를 수백 차례 방문해도 도저히 들을 수 없는 선수와 코치의 사적인 이야기까지 상세히 담겨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해 읽을 수 있었던 속 깊은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이 북리뷰는 2005년 3월에 작성된 것임을 밝힌다. [글: 밝은터 / 사진: ICCsports.com] 1
■ LA 언론의 왜곡
잭슨은 이 책에서 LA언론이 실제 이야기(fact)를 왜곡시키는 정도가 심각하다고 적고 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썼다. “LA 기자들은 다른 지역 기자들과는 다르게 일단 어떤 기사를 쓰기로 작정을 한 후에 인터뷰를 한다. 그래서 화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말의 일부만을 따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버린다. 이 책이 그런 식으로 사용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실제 LA 언론은 ‘마지막 시즌’을 자기네 입맛에 맞게 왜곡해 보도했다. LA 언론의 보도 내용을 보면 필 잭슨이 코비 브라이언트를 아주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필자는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면서 잭슨의 제자(코비)를 아끼는 마음도 분명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잭슨이 코비를 아끼고 노력한 부분에 대해서는 LA 언론이 거론하지 않았다.)
■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코비 vs 필
브라이언트와 잭슨의 사이가 멀어진 것에는 잭슨의 실수가 결정적이었다. 잭슨 감독은 지난 시즌(2004-05) 중 LA 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샤킬 오닐의 중요성(focal point)을 강조했는데 이 신문은 이를 `레이커스는 오닐의 팀`이라고 헤드라인을 달아 브라이언트의 감정을 상하게 했다.
잭슨은 또한 친분이 있는 시카고 지역의 기자에게 오프 더 레코드를 전제로 "코비는 고등학교 시절 경기 막판에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 경기 중반까지 대충 뛰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는데 이것을 기자가 기사화시키는 바람에 입장이 곤란해진 바 있다.
잭슨은 코비가 자신의 지시를 무시하자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라 미치 컵첵 단장 사무실로 달려갔고 그 자리에서 "코비가 다음 시즌에 뛰면 나는 떠난다"고 선언했다. 잭슨은 또 팀 분위기를 헤치는 코비(성폭행 사건으로 인해)에게 “휴가를 주자”는 발언을 했는데 이 내용이 알려지면서 구단 내에서 입지가 좁아졌다.
브라이언트는 성폭행 사건으로 감정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잭슨 감독의 이러한 행동에 분노했고 결국 “잭슨을 코치로서는 좋아하지만 한 개인으로서는 좋아하지 않는다”고 언론을 통해 말하면서 감독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결국 잭슨의 “나는 떠난다”“휴가를 주자”는 발언이 외부로 흘러 나갔는데 이는 제리 버스 구단주가 잭슨을 포기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잭슨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며 코비에게 여러 차례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고 언론을 통해서도 코비를 칭찬하는 말을 했지만 결국 그의 마음은 이미 닫혀 있었다고 전했다.
■ 무엇이 문제였나. 코비 vs 샤크
잭슨은 이 책에서 사견을 전제로 브라이언트가 2인자가 되는 것을 싫어했다고 썼다. 그래서 1인자인 오닐과 경쟁 관계가 될 수밖에 없었는데 결정적으로 성폭행 사건이 터진 후 오닐이 단 한 번도 자신에게 위로 전화를 하지 않은 것에 분노했다고 잭슨은 전했다 2.
코비는 트레이닝 캠프가 시작되자마자 잭슨의 사무실을 찾아 “만약 오닐이 언론을 통해서 나에 대해 말한다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에 대항해 싸울 것이다”라고 선언했다고 한다. 결국 두 스타는 언론을 통해 스타 워즈를 치렀고 이를 LA 언론은 신나게(?) 기사화 했다. 언론 좋은 일만 시켰던 것이다.
잭슨 감독은 두 스타를 이렇게 묘사했다. “오닐은 무엇을 하라고 하면 일단 ‘노(No)’를 말하고 나서 내 말을 따르는 스타일이고 브라이언트는 일단 ‘예스(Yes)’라고 말한 후에 지시를 따르지 않는 스타일이다"
잭슨 감독은 “두 사람이 서로를 너무 싫어해 코비와 친한 트레이너인 개리 비티는 오닐에 접근하지 못했고 반대로 오닐과 친한 칩 셰이퍼 트레이너는 코비의 테이핑을 돕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또한 특정 기자가 오닐에게만 지나치게 집중하는 듯해 보이면 그 기자는 브라이언트와는 인터뷰를 못했고 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 내가 제리 웨스트를 쫓아냈다고?
잭슨은 자신이 영원한 레이커스 사나이인 웨스트(현 멤피스 그리즐리스 사장 3)를 밀어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웨스트가 팀을 떠나게 된 계기는 분명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 사건 중의 하나는 바로 트레이닝 캠프 연습 때 웨스트에게 체육관 밖으로 나가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당시 레이커스의 전통은 첫 연습을 선수 가족, 구단 관계자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는 것이었는데 잭슨은 그 방식을 원치 않았고 웨스트에게 “선수들에게 중요한 할 말이 있으니 밖으로 나가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당시 웨스트는 마음에 상처를 입었고 점차 구단의 일에 손을 떼기 시작했다. 웨스트가 떠난 후 레이커스는 챔피언 반지를 획득하지 못했는데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 마지막 시즌이 안 될 수도 있었다
잭슨 감독은 레이커스 감독으로 부임한 후 신문을 절대 읽지 않았다고 한다. 이유는 신문을 꼼꼼히 읽다 보면 엄청난 스트레스로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할리웃 스타일의 보도 방향은 그가 정상적으로 일을 할 수 없도록 했다고 그는 고백했다. 그러나 일주일에 한 번 스포츠면 독자 투고는 꼭 읽었다고 한다. 팬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는 것은 그에게 중요한 일이었다.
심신이 지쳐 있었다는 그는 떠나고 싶은 마음 반, 남고 싶은 마음이 반이었다. 그는 높은 몸값이 자신을 떠나 보낸 원인은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자신은 레이커스 구단이 티켓 가격을 올린 만큼 자신의 가치에 대한 적절한 몸값을 요구했던 것이지 돈이 목적은 아니었다고 잭슨은 설명했다. 잭슨 감독은 “코비, 오닐, 그리고 버스 구단주가 나를 원하면 다음 시즌에 활동할 생각이 있었다”며 “그러나 코비가 나를 거절하는 것 같아 결국엔 사임을 결정했다”고 고백했다.
버스 구단주는 명문 구단으로서의 자존심이 있기 때문에 구단이 거절해 그가 떠나는 것처럼 분위기를 만들었고 결국 잭슨 사임 보도 자료에 그런 뉘앙스가 풍기도록 했다.
"35년 동안 코치 생활을 하면서 시카고 불스처럼 승리에 목말라 하는 군단은 보지 못했다."
전 LA 레이커스 감독인 필 잭슨은 ‘마지막 시즌(The Last Season)’에서 불스와 레이커스를 자주 비교했다. 그는 직접적인 거론을 하지는 않았지만 90년대의 불스가 레이커스에 비해 더 좋은 팀임을 간접 시인했다.
불스 선수들이 정규시즌에도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정신으로 덤벼든 반면 1998년부터 자신이 맡은 레이커스의 선수들은 플레이오프가 시작되기 전에는 동기 유발이 되지 않아 자주 느슨한 경기를 했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러나 2001년 플레이오프에서 15승1패의 쾌속 항진을 하며 우승했던 레이커스 팀은 자신이 맡은 최고의 PO팀이었음을 인정했다.
■ 시카고 시절이 그리워
필 잭슨은 시카고 불스 시절을 상당히 그리워하는 눈치였다. 당시 제리 크라우스 단장과 사이가 좋지 않은 것 외에는 그곳에서의 생활을 즐겼고 선수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그는 불스 선수들과는 지금도 연락을 하고 지내며 스티브 커(현 NBA 해설자 4)는 자신에게 정기적으로 e-메일을 보낸다고 소개했다.
잭슨 감독은 “불스에는 수비 사령관이 있었는데 레이커스에는 그런 선수가 없어서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불스 시절의 수비 사령관은 스카티 피핀이었다. 잭슨은 레이커스 감독으로 부임한 후 피핀의 영입을 강력 추천했지만 그의 높은 몸값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잭슨은 또 데니스 로드맨을 높이 평가했는데 그는 “로드맨이 없었다면 불스는 마지막 3개의 챔피언 반지를 획득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요즘 선수들은 이기적
잭슨은 10대 선수들이 NBA에서 뛰는 것을 기본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들은 육체적으로 성숙해 있을지 몰라도 정신적으로는 미성숙하기 때문에 대학을 거쳐 프로로 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사람이 28세 정도는 돼야 어느 정도 성숙한 단계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잭슨은 요즘 선수들이 가족, 여자 친구, 친척, 에이전트로부터 “개인 성적에 더 신경 써 거액의 몸값을 받아내야 한다”는 압력을 받기 때문에 이기적인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팀 내에서 내 역할이 무엇인가?”라고 질문하던 60년대, 70년대 선수들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이다.
■ 자네로 파고 방출한 것 아쉬워
레이커스의 가드였던 파고는 열심히 준비하는 선수였다. 그는 그러나 지난 시즌 중 방출되고 말았다. 잭슨 감독은 당시 파고에게 “미안하지만 네가 팀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는데 이에 그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고 한다. 잭슨 감독은 이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당시 상황을 상세히 소개하며 미안해하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플레이오프가 시작됐을 때 개리 페이튼이 상대 가드를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자 몸이 빠른 파고가 절실히 필요함을 느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은 상황이었다.
■ 텍스 윈터 vs 오닐
‘트라이앵글 오펜스’의 대부인 텍스 윈터는 완벽주의자였다고 한다. 그는 마이클 조던, 샤킬 오닐, 코비 브라이언트 등 수퍼스타들에 대해서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고.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와의 NBA 챔피언 결정전 당시 윈터는 오닐과 심하게 싸웠는데 당시 ‘공룡 센터’는 윈터에게 “입 닥쳐!”라고 고함을 쳐 팀 분위기가 상당히 흐트러졌었다고 잭슨은 전했다.
잭슨 감독은 오닐에게 “네가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는 듣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후에 오닐은 결국 정식으로 사과를 했다. 윈터는 오닐을 “풋워크(footwork)가 좋지 않고 코치의 말을 듣지 않으며 자유투도 못 넣는 친구”라고 자주 핀잔을 줬다고 한다.
■ 오닐과의 마지막 만남
잭슨이 레이커스를 떠나기로 결정한 직후 오닐에게서 전화가 왔다. 두 사람은 한 식당에서 만남을 가졌는데 역시 두 사람의 관심은 코비였다. 당시 오닐은 “우리는 코비가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했는데 왜 그 친구는 불만이 많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계속 연락을 하자고 약속한 후 헤어졌다. 잭슨은 “두 사람 모두 레이커스에 대항하는 마음이 있어서인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 다시 감독이 되어 돌아올까
잭슨은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것, 호텔에서 잠자는 것, 선수들의 강한 자존심을 다루는 일 등을 다시 겪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1998년에도 같은 마음이었다. 나는 코트를 떠난 후 얼마 되지 않아 이 일을 그리워하게 됐다”며 복귀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NBA 지도자 생활은 마약과 같아서 중독성이 있다. 나는 이 일을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인 272쪽을 덮으며 “아쉽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서로가 마음을 열었다면 레이커스 왕조는 무너지지 않았을 텐데…
샤킬 오닐과 코비 브라이언트는 너무 어린아이들 같았다. 이들에게는 “그럴 수도 있지…”라는 관용의 마음이 없었다. 잭슨 감독도 직무에 너무 지친 나머지 냉정한 행동을 하지 못할 때가 자주 있었다. 그는 코비와의 심리전으로 인해 잦은 실수를 했음을 인정했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견디기 어려워 ‘심리 치료사’와 지속적인 대화를 했다고 고백했다. 잭슨 감독은 자신이 코비를 지나치게 잡는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코비에 대해 애증의 감정이 있었다. 오닐에게는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과연 그는 돌아올까. 5이 책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그는 이미 NBA 코치로서 복귀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고 생각한다. 만약 복귀한다면 어떤 팀으로 오게 될까? 가장 이상적인 팀은 레이커스이지만 과연 코비 브라이언트가 그를 받아들일까?
글 작성: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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