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승 커넥티드(8)-미국 보이스카우트 활동

머리말

<양현승 '커넥티드(Connected)’>는 미국 주류사회와 미주 한인 사회, 그리고 미국과 한국, 미국과 북한 등을 연결해 사회(커뮤니티) 봉사 활동 및 인권운동을 펼친 양현승 목사님의 회고록입니다. 이 회고록은 단순히 한 개인의 과거를 다루는 내용이라기보다는 미국 사회와 미주 한인 사회 그리고 한국과 북한이 연관된 굵직한 역사적인 사건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외로운 싸움’을 벌이면서도 꾸준히 사람들을 연결하며 풀뿌리 운동을 벌였던 양현승 목사님에게 꼭 맞는 표현이라고 판단해 제목을 커넥티드라고 했습니다. 커넥티드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고 양 목사님 본인이 사람과 연결되어 있고 마지막으로 하나님과 연결되어 힘을 얻는 자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제목입니다.

이 회고록은 영웅담이 아니라 인간적인 나약함과 눈물, 어려운 가운데에서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보이지 않는 능력, 부족한 사람들이 힘을 합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소개하게 됩니다. 혼자보다는 둘이 낫고 둘보다는 셋이 낫다는 것이 이 회고록의 메시지입니다.

그동안 미국 사회에 영향을 미쳤던 이명섭 사건, 노스리지 지진, LA 폭동(4.29), 허리케인 카트리나 등에 깊숙이 연관되어 연약한 사람들이 힘을 합하여 일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했던 양현승 목사님의 회고록이 독자들에게 인간다운 삶, 올바른 길, 세겹줄이 나은 이유에 대해 해답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회고록은 인터뉴스(ICCsports.com)의 박병기 기자가 양현승 목사님의 구술을 받아적은 후에 그것을 기초로 옛 신문과 자료들을 찾아 보충해가는 형식을 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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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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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4 - [연재/양현승 '커넥티드'] - 양현승 커넥티드(4)-LA 폭동
2009/11/23 - [연재/양현승 '커넥티드'] - 양현승 커넥티드(5)-허리케인 카트리나/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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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8 - [연재/양현승 '커넥티드'] - 양현승 커넥티드(7)-미국 정치 참여

(8) 미국 보이스카우트 활동

양현승 목사 구술, 박병기(인터뉴스) 정리 및 편집

2009년 11월30일,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을 자문하기 위해 기독교계 초청으로 L.A.총영사관저를 방문했다. 이곳에서 놀라운 만남이 있었다.

잘 모르는 여성이 나에게 다가와 반갑게 인사를 했다. 나는 그분에게 "총영사관에서 일을 하시나보지요?"라고 물었다. 그 여성은 "제가 김재수 총영사의 부인입니다”라고 답했다. 내가 대표로 있는 극단L.A.의 뮤지컬 공연에 총영사 부부가 다녀갔다는 말을 들어서 나는 감사 표시를 했다. 

미주 중앙일보와 LA총영사관 남가주기독교교회협의회가 공동주최하고 미주성시화운동본부 홀리클럽이 주관하는 '2009 성탄절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 모임에 김재수 총영사(앞줄 중앙)와 그의 부인(중앙 빨간색 옷) 그리고 관계자들이 사진 촬영을 했다.

총영사 부인께서는 "맞아요. 그때도(옛날이라는 의미) 목사님은 연극을 좋아하셨지요. 걸스카우트과 보이스카우트가 연극를 하도록 했지요.” 내가 만난 총영사 부인은 오래전에 보이스카우트, 걸스카우트 활동을 했을 당시 걸스카우트 리더였던 제니스 김(한국명 김옥림) 씨였다. 세월을 넘어서서 다시 이렇게 연결되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28년전 나는 보이스카우트 리더였다.

나의 보이스카우트 활동은 청소년에 대한 관심에서 나온 결과였다. 1970년대 나의 청소년 활동은 ‘아파트 한글학교’에서 시작했다. 한글학교 이야기를 한 후 다시 보이스카우트 시절로 돌아가기로 한다.

지금은 거의 모든 미국내  한인 교회와 커뮤니티가  한글학교를 운영하고 있지만 나의 이민 초기 시절인 1970년대만 하더라도 LA 인근에서 한글학교는 다섯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많지 않았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미국에서 이민자로 살면서도 그 뿌리를 잊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 1975년 내가 살던 아파트에서 아이들을 모아 한글 학교를 세웠다.

미국 이민 초기여서 내 자신도 미국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나는 청소년들이 미래라고 생각하고 그들에 대한 관심을 두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청소년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갖고 살 정도로 나의 청소년에 대한 관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청소년 때 좋은 품성을 키우고 그때 사회를 살아가는  교육이 제대로 안 되면 미국과 같이 다양한 사회에서 살아가기 쉽지 않음을 잘 알았다. 나는 학교에서 하는 교육과 가정 교육만 갖고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청소년들은 과외활동을 통해 남을 존중하는 품성과 다양성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방법,  가정의 울타리를 넘어서서 커뮤니티에서  봉사할 줄 아는 마음 등을 배울 수 있다고 믿었다.

1975년 내가 살던 아파트 내의 청소년들로 구성된 한글학교는 축구팀도 만들어 제1회 한인 친선 축구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나는 다른 공로패나 감사패 등은 창고에 보관하지만 그때  수상한 장려상 트로피는 거실에 두고 청소년 교육을 생각하곤 한다. 축구 대회 출전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우리는 축구 유니폼이 없어서 아이들에게 하얀 러닝셔츠(일명 런닝구) 중에 가장 깨끗한 것을 골라 가슴에 태극기를 수놓도록 학부모께 부탁을 했는데 어머니들이  함깨 모여  수를 놓아서 그것을 유니폼으로 입고 출전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

이 대회 출전이 좋은 계기가 됐다. 유일한 청소년팀의 출전이 한인 언론에 보도돼 이웃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에 앞서 한글 학교가 입소문으로 알려지면서 당시 미주 중앙일보 편집국장이었던 이선주 씨가 기사를 쓰고 싶다며 연락을 했는데 나는 “내가 더 활동을 하기 위해 신문에 나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정중히 사양했다. 34년이 지난 2009년  이선주 국장(현재 목사)을 만나 대화를 하던 중에 그때 내가 취재를 사양한 이야기를 꺼내며 담소를 했는데 그에게는 그때 일이 강한 인상으로 남았던 것 같다.

당시  주변 아파트에 있는 한인들이 소문을 듣고 한글학교로 몰려들었다. 나중에는 혼자 학교를 맡기가 버거워서 내 아내가 나눠 맡았고 일요일 시작했던 것이 토요일 반까지 확장 운영했다.

정작 미리 신청을 했었던 아이 4명은 오지 않고 신청하지도 않았던 아이가 혼차서 신청서를 들고 우리 집 문을 두드렸던 첫 출발에 비하면 엄청난 성장이 아닐 수 없었다. 한글학교를 운영하면서 필요했던 자료는 이화여대 교육과 학생들로 구성된 ‘SHE’라는 모임에서 보내주었다. 재미난 사실 하나는 당시 한글학교 학생 중 신청서를 들고 첫날 문을 두드렸던 아이가 나중에 미연방하원의원이 된 김창준 의원의 비서가 돼 만났던 것이다.

나와 아내는 아이들에게는 한글뿐만 아니라 아파트 청소도 가르쳤고 자기들의 권리를 찾는 법도 가르쳤다. 한창 한글학교를 재밌게 운영 중이었을 때 내가 살던 아파트에서 소유주와 세입자 간에 렌트문제로 분쟁이 일어났다. 나는 이 일에  앞장 서서 싸우다가  아파트에서 자진퇴거로 항의했다.

한글학교를 운영했던 당시 친필로 아이들과 함께 제작한 문집. 이 문집을 인쇄해서 배포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아이들에게 옳지 않은 것에 대해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을 가르치고 싶어서 유대계 아파트 소유주와 싸우고 그날 밤으로 한 블럭 떨어진 아는 사람 집으로 짐을 옮겼고 아이들에게 짐을 옮겨달라고 했더니 아이들이 열심히 짐을 옮겨주었다. 한글 학교는 우리가 아파트를 이전하면서 중단되고 말았다.

이후 나의 청소년에 대한 관심은 멈춰지지 않았다. 청소년 시절부터 봉사에 참여해야 한다는 마음이 내 머릿속에 가득했던 것 같다. 이후 나는 한인 봉사회에서 청소년 프로그램의 디렉터로 일하게 되었는데 여름에 정부의 지원을 받아 청소년들이 방학 동안에 봉사를 하면서 장학금을 받는 스피디(SPYD)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스피디 프로그램은 LA시에서 지원금을 받아 청소년들이 봉사활동을 하면서 장학금을 받도록 하는 저소득층을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2년에 걸쳐서 했는데 그때 청소년들과 ‘한마음’이라는 문집을 만들어서 자기들의 생각과 여름을 지내면서 배운 것을 정리하고 개발하도록 했다.

아파트 한글학교 때도 문집과 신문을 아이들과 함께 만들었는데 복사기 시설이 발달하지 않은 그때 이렇게 어려운 작업을 선택했던 이유는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글로 씀으로 자신들의 생각을 정리를 하면서 그것이 비전이 되고 비전을 품을 때 자기 장래에 대한 꿈을 가질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또한 정리한 내용은 가까운 미래 또는 먼 미래에 자신을 살펴볼 수 있는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한글학교를 운영했을 당시에는 ‘반딧불’이라는 문집을 만들었는데 지금도 잘 보관하고 있다.

‘한마음’이라는 문집은 내가 속했던 단체에 소형 인쇄기가 있어서 직접 사진도 찍고 판도 짜는 편집을 하면서 청소년들이 직접 인쇄 까지 했다. 물론 모두 재미있게 생각했고 기쁘게 그 편집 작업을 했다.

나는 청소년들과 일을 할 때는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소년 활동을 재밌게 진행해서 의미있는 활동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이스카우트는 이에 적합한 청소년 활동이라 조직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에 LA 북부에 있는 도시인 패서디나에서 걸스카우트를 조직해 활동했던 카니 김이라는 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그에게 연락해서 걸스카우트과 보이 스카우트를 같이 운영하자고 제안을 했다. 우리는 의기투합해서 한인 스카우트 협회를 조직했다. 내  아내는 걸스카우트 리더로서, 딸 하나는 걸스카우트 단원으로 참여했다

청소년 스카우트 활동을 했던 당시 필자.

청소년 스카우트 활동은 나의 청소년에 대한 관심이 집약된 것이었다. 보이스카우트는 매주 훈련을 했는데 그러면서 여름에는 빅베어라는 곳에 있는 보이스카우트 캠프장에서 한인들뿐 아니라 많은 다양한 문화권의 보이스카우트들과 어울려 여름 캠프도 했다. 평소에는 재향군인병원에 가서 재향군인을 위문하는 일과 적십자사 문서 정리 돕기, 기금모금을 위한 걷기 등의  봉사활동을 했다.

이철수 씨 돕기 기금모금 파티에 보이스카우트가 적극 동참했다.

보이스카우트 활동을 했을 당시 이철수 씨 구명 관계로 갈비를 맛있게 구워서 기금 모금을 하기도 했다. 이철수 씨는 12세에 도미해 불우한 환경에서 백인사회에 홀로 던져진 인물로 억울하게 사형을 선고 받은 한인 1.5세였다. 1978년 한인 사회에서 이철수 씨 구명 운동이 있었다. 이철수 씨는 1973년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에 무고하게 연루돼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그런데 감옥 안에서 백인 죄수를 정당방위로 살인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사형을 언도 받았다. 이철수 씨의 구명운동에 한인 보이스카우트도 참여해 열심을 냈던 것이다.

LA 코리안 퍼레이드에서 항상 맨앞줄에 배너를 드는 역할은 보이스카우트와 걸스카우트가 맡았다.

한인 보이스카우트과 걸스카우트는 LA에서 매년 열리는 코리안 퍼레이드에 맨앞줄에서 배너를 들고 걷는 역할을 여러 해 동안 맡았다. 보이스카우트 활동은 LA 올림픽 라이온스 클럽(회장 윤수진)과 봉제업을 했던 안희준 씨 등이 재정지원을 해줘서 왕성한 활동에 도움이 됐다.

한인 보이스카우트 어린이들과 즐기운 시간을 가진 복싱스타 무하마드 알리

보이스카우트에 속했던 아이들은 정신지체자들을 위한 장애우의 날에 봉사했고, 그 일로 관심을 가졌던 복싱 선수 무하마드 알리를 만나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갖기도 했다.

한인 보이스카우트가 활발하게 활동하자 이를 지원하기 위한 노력도 줄을 이었다. 1981년 9월에는 캘스테이트 LA(캘리포니아 주립대 LA분교)의 장소제공으로  유명가수 팻 분이 후원의 밤의 호스트가 되기도 했다. 재미난 에피소드 하나는 나를 비롯한 한국 사람들은 팻 분을 초청하면 그가 노래도 불러줄 것으로 생각했다. 가수 이미자 씨를 초청하면 노래를 한두 곡은 부르고 가는 것이 우리의 정서가 아닌가. 그런데 팻 분은 MC역할만 했다. 밴드와 조명 등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서 노래를 부를 수 없다는 팻분의 말을 수긍하면서 미국 문화와 한국 문화의 차이를 배웠다.

보이스카우트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본부와 유대관계도  깊어지고 언론에도 자주 소개되니 미국 보이스카우트 본부에서 나를 풀타임 직원(District Executive)로 채용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그런데 본부에서는 내가 텍사스주에 있는 전국 행정관 훈련원(National Executive Instutue)에서 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정식 전문직 직원이 되려면 누구나 받아야 하는 수주간의  훈련이었다.

미국에 온지5년도 채 안 됐을 때였다. 나는 직장 내의 영어와 문화가 자신이 없어서 이런 제안을 했다. “일단 6개월 동안 일을 배우고나서 훈련을 받으면 어떻느냐”고 나의 생각을 말했다. 나의 제안이 받아들여졌다. 나는 미국 보이스카우트 LA. 지부(American Boy Scout LA Council)에서 일을 하면서 조직과 활동 및 미국문화를 더 배운 후에 텍사스주로 훈련을 받으러 갔다. 그리고 텍사스 주 훈련 1년 후에  2차 훈련을 캘리포니아주 몬테레이에서 받았다.

미국보이스카우트에서 내가 담당한 지역은 사우스 게이트 등 히스패닉 이민자들이 많은 지역이었다. 나는  극히 짧은 인사정도의 스페인어만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때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는 소통을 위해서  많은 낱말이 필요한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아이들에게 부모들에게 커뮤니티에 보여진 열정은 언어를 초월했다. 우리는 좋은 유대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보이스카우트 일이 쉽지는 않았다. 그 중 하나가 기금을 모금하는 것이었는데 나중에는 조금씩 재미가 들려 한두 번 목표 초과 달성으로 보이스카우트 본부의 큰 복도에 있는 종을 크게  울리면  동료들이 모여들어서  환호하기도 했다.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상(?)이었다. 

미국 보이스카우트 본부에서 일을 하면서 초기 이민자로서 재미난 에피소드가 많았다. 당시 본부에서 나에게 차를 한 대 내줬는데 나는 여름 휴가를 받아 허스트 캐슬이라는 곳으로 가족여행을 가게 됐다. 보이스카우트에서 준 차는 중형 자동차였고 우리 가족 차는 소형 자동차였는데 나는 휴가 때는 보이스카우트의 차를 쓰면 안 되는 줄 알았다. 휴가를 다녀와서 동료와 이야기를 나눠보니까 동료가 웃으면서 “좋은 차를 두고 왜 작은 차로 불편하게 여행을 했냐?. 정  부딤스러우면 주유비용만 자비부담하면 되는건데 ”라고 웃으며 말해준 적이 있다.

내가 보이스카우트 리더로 일할 때 아내는 걸스카우트의 리더로 활동했다.

나는 또 보이스카우트 차를 운행하면서 에어콘을 끄고 운전했다. 개솔린을 아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동료가 내 차를 같이 탄 적이 있는데 “쾌적한 환경에서 청소년을 위해 일하라고 준 것이니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함께 한바탕 웃었다.

보이스카우트 본부에서 일을 하는 중에 한국에서는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발발했다. 그것도 내가 자랐던  광주에서 벌어진 일이라서 더욱 나를 심적으로 짓누르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당시 사태로 나는  한인들과 함께 미 적십자사를 점거해 항의했다. 이 일이 있은 후 나는 신학공부를 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세상에서는 나의  깊은 고통에 명확한 답을 도저히 얻을 수가 없었다. 광주에서 사람들이 그렇게 죽어나가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팠고 이런 일이 왜 벌어지는지 어떻게 치유해야하는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신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기대와는 달랐다. 나의 궁금증에 대한 답변을 얻을 수 없었다. 갈등이 일기 시작했다. 그때 아내가 신학을 하더라도 가족 생계에 대한 준비를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국 회사의 세일즈엔지니어로 채용되어서 사우디 아라비아로 갔고 거기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 일이 잘 되면 잘 될수록 ‘신적인 부르심(divine calling)’을 자주 더 느꼈다. 견디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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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승 목사는...

1946년에 태어나 1978년 까지는 예수를 안 믿었고 소위 '예수쟁이'들이 말하는 "하나님의 계획"이란 말이 가장 싫었다가 1978년 부활절에 미군 GI로 한국 DMZ근무 중 미 육군 수통의 물로 북한병사들이 멀리서 쳐다보는 가운데 세례를 받았던 인물이다.

이후에도 교회를 들락날락하다가 1980년 미국에서 거주하면서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고통했던 그는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원에서 수학했다. 7년 후인 1987년 미국 연합 감리 교회(UMC)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양 목사는 전통적인 교회에서 사역을 하면서 동시에 사회 봉사 활동, 인권운동에 참여했다. 

지난 36년 동안 한인사회는 물론 미국 주류사회에서 커뮤니티 봉사가로 꾸준히 활발한 봉사를 한 그는 2002년에 미국적십자사 '올해의 봉사자상'을 수상했다. 가정과 교회와 커뮤니티를 한 몸으로 알고 땀과 눈물을 흘리면서 평상심 유지를 하나님의 열정으로 해 나갈 때 샬롬(평화)을 누린다는 것이 양 목사의 삶의 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