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필자는 유코피아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메이저리거 추신수(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외야수)가 미국 영주권을 받아야 하는 이유에 대한 글을 올리며 인터넷 여론을 알아보려고 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글은 포털 사이트 및 언론사 사이트 조회 수 부문에서 상위에 올랐고 댓글도 꽤 많이 달렸다. 곧바로 여론 조사를 실시했는데 네티즌의 약 95%는 추신수가 미국 영주권을 받는 것에 찬성하거나 미국에서 계속 야구를 하는 것을 희망했다. 지금은 군대를 가는 시기가 아니라는 게 누리꾼들의 중론이었다.
이와 관련된 여론 조사는 유코피아뿐만 아니라 조선닷컴, 야후닷컴(KR)에서도 실시됐다. 조선닷컴은 회사차원에서 야후닷컴(KR)은 네티즌이 자발적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3곳에서 실시한 인터넷 여론 조사의 결과는 비슷했다. 약 95%의 네티즌은 추신수가 어떤 방법으로든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계속 활동하기를 바랐다.
2009/08/12 - [BK Column] - 추신수가 영주권이 필요한 이유는
2009/08/13 - [Just a Note] - 추신수 영주권에 대한 찬반 투표 진행 중
2009/08/14 - [Just a Note] - '추신수 영주권' 찬성 96%
2009/08/27 - [투데이 뉴스] - 95.5% 네티즌 "추신수 메이저에 남아라!"
적어도 인터넷에서는 10명 중 8-9명이 그의 영주권 획득을 바라는 분위기였다. 필자는 그와 관련된 글을 여러 번 올렸다. 과연 인터넷 여론이 현실의 여론과 얼마나 맞아떨어지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추신수의 영주권 획득이 한국 국민 대다수의 의견이라고 하기에는 사이버 공간에서는 변수가 적지 않게 작용하고 제한된 일부의 의견일 수 있기에 묻고 또 물었던 것이다.
재범 (박재범) / 국내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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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요즘 화제인 2PM (박)재범 군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이는 추신수와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끄집어내는 것이다. 재범 군은 약 4년 전에 마이스페이스(myspace)에서 한국을 비하하는 발언, 한국이 싫다는 발언, 한국에서 돈을 벌고 빨리 뜨고 싶다는 사적인 대화를 했던 내용이 드러나 사건이 터진 지 2-3일 만에 짐을 싸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 내용을 보니 한국 네티즌들이 화를 낼만한 것이었다. 원문을 읽으면서 ‘참, 어리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데 4년 전에 쓴 글이니 실제 어렸을 때 썼던 것이고 친구와 잡담을 늘어놓은 것이었다. 그의 글에 대한 해석은 하재근의 블로그에서 소개했는데 필자는 이 글에 대체로 동의하기 때문에 별도로 설명하지는 않겠다. http://ooljiana.tistory.com/644
이 글에서 포커스를 두는 것은 재범이 잘했다 잘못했다 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의 여론이 과연 전체의 의견인가 하는 것에 있다. 재범과 그의 소속사인 JYP는 네티즌들의 비난 여론에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않고 ‘재범 탈퇴’로 이를 쉽게 마무리 지었다.
필자는 이런 현상을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인터넷에 올려진 비난의 글이 국민 대다수의 감정인가 하는 질문이 첫 번째다. 재범이 탈퇴하고 미국으로 가는 게 과연 대다수 음악 팬들이 원했던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져본다.
두 번째 생각은 추신수 영주권 관련 여론 조사는 과연 현실 세계에서의 여론 조사와 비교해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하는 질문이다. 사이버상에서는 분명히 95%가 추신수의 미국 잔류를 환영했는데 이것이 현실 세계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지금은 추신수 영주권에 찬성하는 사이버 여론이 일고 있지만 그가 막상 영주권을 받으면 반대하는 누리꾼들이 ‘매국노’라고 욕하면서 공격하기 시작하면 일파만파로 퍼지고 그동안 찬성했던 누리꾼들이 숨어버릴 것이라는 한 네티즌의 ‘경고’를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추신수 / 국내야구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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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공간에서의 쏠림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쪽으로 쏠리기 시작하면 반대 쪽 의견은 힘을 얻지 못한다. 사이버 쏠림 현상은 굉장한 파워가 있다. 그런데 이게 올바른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추신수의 영주권 획득은 따라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혹자는 개인이 선택할 일(영주권 획득)을 왜 국민이 결정해야 하느냐고 질문하지만 재범의 케이스를 보더라도 사담이 결국에는 공론화가 되는 상황을 볼 때 추신수의 ‘사적 결정’은 결국 여론의 심판대에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일부 네티즌들은 추신수는 외화벌이를 하고 한국을 알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미국에서 영주권, 시민권을 받고 야구를 계속하는 게 괜찮지만 유승준이나 재범은 거꾸로 한국에서 돈을 벌어 미국으로 갖고 가는 것이기에 다른 경우라는 논리를 펼친다. 하지만 미국에서 야구를 하는 한국 선수들은 그 말도 믿지 않는다. 영주권을 받고 매국노로 몰린 백차승을 보면 알 수 있다.
백차승 / 국내야구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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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백차승은 못하니까 욕먹는 거다”라고 하지만 그것은 무책임한 발언이다. 누군가 백차승을 욕하기 시작하면 사이버 테러식으로 그를 매국노로 모는 인터넷 여론은 때로는 ‘막가파’ 수준이다. 그런데 그게 대다수 시민의 진심이냐는 것이다. 일부 ‘막가파’의 의견이 전체 여론처럼 보여지는 것은 아니냐는 질문이다.
추신수가 영주권을 받고 비난 여론이 들끓으면 지금까지 추신수 미국 잔류에 목소리를 높였던 사람들의 의견은 들리지 않게 되는 공간이 바로 지금의 사이버 공간이다. 그들은 그저 ‘추빠’로 치부되며 여론 형성에 실패하게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추신수는 재범 사태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추신수와 재범은 전혀 상관없는 인물이고 두 사람이 일하는 분야와 활동무대도 다르고 상황도 다르다고 생각하는 네티즌도 있겠지만 두 사람을 엮어내기 시작하면 어떻게든 엮을 수 있는 게 오늘날 사이버 여론의 현실인 것이다. 유승준과 재범이 엮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미국, 체류신분, 돈, 유명세, 병역의무 등이 연관돼 있으면 누구든 사이버상에서 쉽게 엮일 수 있다.
다시 질문을 던져본다. 과연 인터넷 여론을 믿을 수 있을 것인가? 네티즌은 자신들의 넷심을 지키는 존재들인가?
황상민 (黃相旻) / 대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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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민 박사(심리학자)는 최근 재범군의 2PM탈퇴와 관련된 TV시사토론에 나와 “사이버 공간은 놀이터일 뿐이다. 실제 상황과는 큰 차이가 있다”라고 말했다.
필자는 전에는 그런 말을 믿지 않았고 믿고 싶지도 않았는데 경험적으로 볼 때 그의 말을 무시하기도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존재와 현실 세계에서의 존재가 괴리가 느껴지는 것은 많은 사람의 삶에서 드러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불법다운로드를 아무렇지 않게 하면서 현실 세계에서는 법을 잘 지키는 시민으로서 살고 있는 것은 좋은 예 중 하나다.
우리는 인터넷 여론과 실제 여론이 다를 때가 있음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섣불리 결론을 낼 수 없는 현재진행형인 연구 과제다. 나는 네티즌과 학자 여러분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고 싶다.
“그동안 우리는 사이버 공간을 너무 심각하게 여긴 것은 아닌가?”
“넷심은 과연 현실 세계의 진심을 반영하는가?”
한 네티즌이 유명 블로거의 글에 올린 댓글은 공감할만한 내용이다.
“대부분 한국인은 재범에게 관심도 없고, 댓글 올릴 정도로 한가한 사람도 별로 없어요. 왜 자꾸 한국인 걸고넘어지는 겁니까. 일부 네티즌과 황색언론들은 이 문제를 한국인의 문제로 확대 재생산하여 결국 전체 한국인을 모욕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저는 박재범에 대한 기사에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한국인의 몇%가 우선 궁금합니다. 그리고 인터넷에 모든 댓글 중 몇%가 박재범에 대한 댓글인지도 궁금합니다.
박재범에 대해 댓글을 달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사람들(그 사람들이 안티이던, 팬이던)은 아주 소수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소수를 보고 한국의 상황을 판단하는 사람들을 보면 웃음이 나옵니다.
이런 소수를 보며 박재범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한국인들은 모두 애국주의에 물든 쇼버니스트다 파시즘이 한국을 덮고 있다라고 주장하고 있고, 박재범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빠순이들은 정신 차려라.. 한국에서 중요한 것은 애국심이다라고 말을 하더군요.
그런데 우스운 것은 인터넷을 자주하던 제 주위의 사람들은 2PM은 알아도 박재범은 잘 모르더군요..그리고 별 관심도 없고...그래서 중고등학생 애들에게 물어 보았더니 학생들은 박재범에 대해 잘 알고 있더군요...그런데 내가 만나본 중고등학생애들 조차 박재범에 대한 관심이 이터넷 정도는 아니더군요... 오히려 다른 곳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더군요.
인터넷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확대 해석해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일부 블로거나 네티즌을 보면....한국은 이렇게 다양하고 관심사가 여러가지인데.. 그런 다양성과 여러가지 생각을 글쓴이가 편한대로 자기 마음대로 재단하는 것아 웃음이 나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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