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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추억의 스페셜

[추억의 스페셜] 박찬호의 X파일

by 밝은터_NJT 2009.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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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가 LA 다저스에서 자유계약 선수로 풀렸을 당시 스캇 보라스 사무실에서 제공한 X파일은 화제였다. 


필자는 당시 X파일 내용 1페이지부터 80페이지를 분석했는데 그 내용을 다시 꺼내 읽어보았다. 이 내용은 ICCsports.com이 한국에서는 최초로 만든 메이저리그 매거진(빅리그 2002년 1월)에 실렸다.

 



박찬호 X-파일 1페이지부터 80페이지까지 대공개

 

‘빅리그’ 독자 여러분들이 이 기사를 읽고 있는 시점에는 박찬호가 이미 프리 에이전트 계약을 맺은 상황일지도 모른다.

만약 계약을 했다면 엄청난 액수로 했을텐데 그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박찬호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가 내놓은 X-파일은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다.

X-
파일을 내놓기 전까지 LA 언론을 비롯, 미 언론들은 대대적으로(?) ‘박찬호 비난’을 한 바 있다.

X-
파일이 기자들의 손에 들어간 후 조금씩 잠잠해졌다. 객관적인 자료 앞에서는 아무리 똑똑한 기자들이라고 할 지라도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보라스는 지난
(2001년) 12월 캘리포니아주 뉴포트 비치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박찬호 X-파일`을 공개했다. 이미 스포츠 신문을 통해 그 내용이 소개됐지만 1페이지부터 80페이지까지 꼼꼼하게 전하지는 않았다.

‘빅리그’는  `박찬호 X-파일`을 궁금해 하는 독자들을 위해 80페이지 분량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소개하기로 했다. 기자들이 가지고 있는 X-파일을 독자들도 공유하자는 취지로 정리해 본다. 참고로 X-파일은 8개 카테고리로 나뉘어져 있다.

 

Scott Boras
Scott Boras by iccsports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뉴포트비치 현장 취재/: 박병기 (이 블로그의 필자)

 

0) X파일의 서문: X파일은 박찬호의 사진으로 시작됐다. 화려함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두 번째 페이지에는 짐 콜번 LA 다저스 투수 코치의 코멘트가 적혀져 있다.

 

“에이스 투수란 무엇인가? 에이스는 월드시리즈 7차전 때 마운드에 올려 보내고 싶은 투수이다. 그들은 매년 20승을 올릴 기회를 갖게 되고 방어율 타이틀을 차지하고 사이영상을 받을 수 있는 투수들이다. 박찬호는 그런 의미에서 에이스급 투수다.

 

다음 페이지를 넘겨 보면 “찬호는 모든 것을 갖춘 선수다.(Chanho is the whole package.) ”라는 제프 토보그(몬트리올 엑스포스) 감독의 칭찬이 있다. 보비 콕스(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감독도 “박찬호는 성적에서 보는 것처럼 이닝수가 많고 피안타수가 적고 삼진이 많은 선수다”라고 칭찬 했다.

 

한 장을 더 넘기면 다음과 같은 목차가 나온다.

1) Park: One of MLB`s most durable pitchers
2) Park: Among toughest to hit in MLB
3) Park: Ranks with MLB`s #1 Starters in Quality Start
4) Park: Among MLB`s Elite Starters in E.R.A.
5) Park: one of MLB`s Top winners despite of poor run support
6) Park: A premium power pitcher in MLB
7) Park: provides quality performance deep into game
8) Park: performance comparable to top-paid MLB pitchers.

 


, 이제 박찬호 X-파일 여행(?)을 떠나기로 하자. 8개 카테고리가 소개되기 전 시작 페이지에는 “박찬호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압도적인 투수가 될 공을 가지고 있다”라는 토미 라소다 전 다저스 감독의 코멘트가 있었다. 이제 8가지 카테고리를 본격적으로 소개한다.

 


1)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투수중 한 명(Park: One of MLB`s most durable pitchers)

 

꾸준함(durable)이란 경기에 빠지지 않고 출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라스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박찬호의 선발 등판수(Game Started)를 강조했는데 박은 지난 2년 동안 69차례 선발 등판해 이 부문 메이저리그 전체 공동 2위에 랭크 됐다.


--------------------

선수명      선발등판

-------------------

톱 글래빈    70

박찬호       69

릭 헬링      69

랜디 존슨    69

존 리버      69

그렉 매덕스  69

-------------------

 

1위는 70차례 선발 등판한 글래빈(애틀랜타)이었다. 박찬호는 릭 헬링(텍사스), 랜디 존슨(애리조나), 존 리버(시카고 컵스), 그렉 매덕스(애틀랜타)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박찬호는 또한 지난 5년 동안의 기록에서도 165차례 선발로 마운드에 올라 메이저리그 전체 7위에 랭크 됐다.

 

--------------------

선수명      선발등판

-------------------

톰 글래빈    171

그렉 매덕스  169

대럴 카일    169

랜디 존슨    167

브랫 랫키    167

애런 실리    166

박찬호       165

마이크 햄튼  165

-------------------

 

꾸준함을 증명하기 위해 보라스 측이 내놓은 다른 자료는 바로 투구 이닝이다. 박찬호는 2001년 시즌에 234이닝을 던져 리그 전체 5위에 올랐고 지난 5년간의 성적에서는 1067 1/3이닝으로 전체 11위에 랭크 됐다.

 

--------------------

선수명         투구 이닝

-------------------

커트 실링         256.2

랜디 존슨         249.2

프레디 가르시아   238.2

팀 허드슨           235.0

박찬호            234.0

-------------------

 

보라스가 강조한 또 한가지 꾸준함은 박찬호가 지난 5년 동안 단 한 번도 부상자 명단(Disabled List)에 오르지 않았던 점이다. 1,000이닝 이상을 던진 선발 투수 중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투수는 박찬호, 랜디 존슨, 톰 글래빈, 대럴 카일, 애런 실리 등 5명뿐이다. 이 자료에서 강조하는 것은 박찬호를 데려가는 팀은 그에게 준 만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선수명       DL   투구 이닝

--------------------------

박찬호        0     1067.0

랜디 존슨     0     1185.1

톰 글래빈     0     1163.2

대럴 카일     0     1136.1

애런 실리     0     1021.2

브랫 랫키     17    1124.2

마이크 햄튼   18    1094.1

마이크 무시나 38    1100.2

로저 클레멘스 39    1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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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 부상자 명단에 올랐던 게임수

 

Chan Ho Park, Dodgers
Chan Ho Park, Dodgers by iccsports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2) 상대하기 가장 어려운 투수(Park: Among toughest to hit in MLB)

 

두 번째 카테고리의 첫 번째 페이지는 다저스의 포수 폴 로두카의 코멘트로 시작된다. 로두카는 시즌 중 “모든 사람들이 랜디 존슨과 커트 실링에 대해 이야기 하지만 나는 최고의 원-투 펀치로 케빈 브라운과 박찬호를 밀고 싶다”고 말했는데 이를 옮겨 적은 것이다. 기록 이야기가 이어진다.


‘상대하기 어려운 투수’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보라스는 박찬호의 피안타율을 강조했다
. 피안타율은 박찬호를 상대할 때 상대타자의 타율을 말하는데 숫자가 낮을수록 `상대 곤란 투수` 자격을 받는다. 보라스는 "박찬호의 피안타율이 낮은 것은 `타자를 압도하는 투수`라는 것이 입증되는 자료"라고 강조했다. 2001년 시즌만 봐도 박찬호(216)는 피안타율 부문에서 잔슨(23)에 이어 2위에 올랐다.


, 박찬호를 상대하는 타자들이 그에게서 안타를 때려낼 확률은 21.6% 밖에 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박찬호는 2000년에도 214리로 케빈 브라운(213)에 이어 2위에 랭크된 바 있다. 지난 5년 동안의 피안타율을 본다면 박찬호는 페드로 마르티네스(194), 랜디 존슨(211), 케빈 브라운(228), 로저 클레멘스(229)에 이어 5위에 올랐다.

5
명의 선수중 3명은 사이영상 수상자이고 브라운은 사이영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리그 최고의 엘리트 투수인 것을 볼 때 박찬호는 분명 최고의 선발 투수 대열에 들어가 있다는 것이 보라스의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3) 리그 최고의 에이스에 버금가는 퀄리티 스타트(Park: Ranks with MLB`s #1 Starters in Quality Start)

 

선발투수들이 완투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이들을 평가하는 좋은 잣대가 바로 퀄리티 스타트다. QS라는 약어로 사용되는 이 개념은 1980년 워싱턴 포스트지의 리처드 저스티스가 처음 소개한 것으로 6이닝 이상을 3자책이하로 막아낸 투수에게 부여 된다.


6
이닝과 3자책점은 팀 승리의 기본적인 기틀을 마련해 주는 것으로 퀄리티 스타트가 많을수록 팀의 에이스급 투수로 인정을 받게 된다. 이 부문에서 박찬호는 지난 2년간의 기록을 종합할 때 메이저리그 전체 공동 2위에 랭크 됐다. 박찬호는 2001년 시즌에 26차례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해 존슨과 실링에 1개차로 아깝게 3위가 됐고 2000년 시즌에는 23개로 전체 6위에 랭크 됐다.

 

<지난 2년간 QS>

----------------

선수명     QS

----------------

랜디 존슨   52

박찬호      49

매덕스      49

----------------

 

지난 5년간 퀄리티 스타트 108차례를 기록한 박찬호는 존슨(125), 그렉 매덕스(122), 톰 글래빈(118), 케빈 브라운(117), 페드로 마르티네스(112)에 이어 6위에 올랐다. 퀄리티 스타트 부문에서 상위에 랭크된 투수들은 모두 에이스들이었기 때문에 박찬호는 기록상으로 리그 엘리트 에이스 투수라고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보라스의 설명이다.

 

Chan Ho Park, Dodgers
Chan Ho Park, Dodgers by iccsports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4) 방어율을 봐도 박찬호는 엘리트 선발 투수이다(Park: Among MLB`s Elite Starters in E.R.A.)

 

지난 2년간의 성적을 볼 때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방어율 부문 4위에 랭크 됐다. 2001년 시즌에 박찬호는 몇차례 원정 경기에서 대량 실점, 2점대 방어율이 3점대로 치솟으면서 3.35로 시즌을 마감했으며 전체 12위에 랭크 됐다. 2000년엔 3.27로 조금 높은 위치인 6위에 오른 바 있다.

 

<지난 2년간 방어율>

----------------

선수명     방어율

----------------

랜디 존슨    2.60

그렉 매덕스  3.02

앨 라이터    3.26

박 찬 호     3.31

----------------

 

지난 5년간 방어율을 종합해 볼 때 박찬호는 3.76으로 리그 전체 11위에 올라 있다. 이 부문 5년간 1위는 페드로 마르티네스(2.19)였다. 그 뒤를 존슨, 브라운, 매덕스, 클레멘스, 쉴링, 글래빈, 무시나, 앨 라이터, 마이크 햄튼이 이었다.


 

5) 메이저리그 정상급의 파워피처다(Park: A premium power pitcher in MLB)

 

다섯 번째 카테고리는 전 다저스 포수 찰스 존슨(4차례 골드글러브 수상자)의 코멘트 인용으로 시작 한다. 존슨은 “박찬호는 내가 본 최고의 패스트볼을 던지는 선수 중 한 명이다”라고 말했다.


파워피처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통계 부문은 바로 탈삼진수다
. 지난 2년간의 기록을 살펴 보면 박찬호가 상대 투수에게 얼마나 위협적인 존재였는지를 알 수 있다. 박찬호는 2001년 시즌에 218개의 탈삼진을 기록, 메이저리그 전체 4위에 랭크 됐고 2000년에도 랜디 존슨과 페드로 마르티네스에 이어 3위에 랭크됐다.

 

<지난 2년간 삼진수>


----------------

선수명      탈삼진수

----------------

존슨         719

실링         461

마르티네스     447

박찬호       435

----------------

 

지난 5년간의 성적을 합해도 박찬호는 여전히 압도적인 투수(dominating pitcher) 대열에 들어가 있었다. 966개를 기록한 박찬호는 존슨(1703), 마르티네스(1316), 실(1232), 클레멘스(1127), 브라운(1003), 무시나(989)에 이어 7위에 올랐다.


 

6) 득점 지원을 못 받았음에도 승수가 많은 투수였다(Park: one of MLB`s Top winners despite poor run support)

 

여섯 번째 카테고리는 “박찬호는 그를 중심으로 팀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선수다”라는 전 다저스 단장 프레드 클레어의 코멘트 인용으로 시작  됐다. 다음 페이지를 넘기면 역시 관련 성적이 나와 있다.


득점 지원이 적다는 것은 홀로 승리를 일궈내야 한다는 부담을 안는 것과 같다
. 지난 2년간 33승 이상을 올린 투수 중 박찬호는 두 번째로 낮은 득점 지원을 받았다. 박은 타자들의 지원을 덜 받고도 33승 이상을 올린 투수 중 매덕스를 제외하곤 가장 `고군분투`한 엘리트 투수였다.


지난
5년을 본다면 박찬호에 대한 다저스 타선의 득점 지원은 총 5.04로 박은 이 기간 동안 75승을 기록한 투수 중 득점지원을 못 받은 투수 4위에 랭크 됐다.

박찬호 보다 득점지원을 못 받은 75+ 투수는 페드로 마르티네스(4.81), 커트 실링(4.60), 케빈 브라운(4.59)이었다. 참고로 지난 2년간 33승 이상을 기록한 투수 중 득점지원을 가장 많은 받은 투수는 앤디 페티트(7.04)였. 페티트은 `엄청난 지원`에도 불구하고 2000년 시즌에 19, 2001년 시즌에 15승을 기록해 박찬호 보다 1승을 더 기록하는데 그쳤다.

박찬호는 2001년 시즌에 무려 14차례의 퀄리티 스타트를 승리로 만들지 못한 바 있는데 만약 페티트와 같은 지원을 받았다면 20승은 무난히 올릴 수도 있었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15승은 값지다는 것이 보라스의 설명이다. 박찬호는 또한 지난 5년 동안 75승을 기록, 메이저리그 다승 부문 11위에 올랐다.

 

<지난 2년간 득점 지원>

----------------

선수명      득점지원

----------------

1. 페티트         7.04

2. 실리         6.60

3. 데니 네이글  6.47 

4. 허드         6.21

5. 햄튼         6.00

24 실         5.07

26 랜디 존슨    5.06

33. 박찬호      4.75

38. 매덕스      4.42

------------------

 

“박찬호는 2001년 시즌 득점 지원을 못 받아 20승을 놓쳤다”는 내용도 있는데 그 도표는 다음과 같다.

 

<2001년 시즌 퀄리티 스타트를 하고도 승리 못한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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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 성적       박찬호 성적         QS   투구이닝  방어율  득점지원

----------------------------------------------------------------------- 

59       무승5-승패무관9차례    14     99.0      2.45     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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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 Ho Park Ba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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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경기 후반에도 강하다. (Park: provides quality performance deep into game)

 

“박찬호가 투구수 100개를 기록했을 때 전광판을 보면 경기는 7회 또는 8회를 향해 가고 있다. 이는 그가 엘리트 투수임이 입증되는 부분이다.-짐 트레이시 다저스 감독

 

박찬호에 대해 경기 후반에 약하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X-파일을 보면 그런 생각이 사라질 것 같다. 박찬호는 지난 2년 동안 7이닝 이상을 던진 경우 1자책점 이하를 무려 24경기에서 기록해 이 부문 3위에 랭크 됐다.

1
위와 2위는 각각 30경기, 25경기를 기록한 랜디 존슨과 마이크 무시나였다. 박찬호는 또한 지난 2년간 8이닝 이상을 던진 경우 무자책점을 6차례나 기록했는데 이는 그렉 매덕스(7), 하비에르 바스케스(7)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후반에도 강하다는 것이 입증되는 중요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1자책점 이하경기

7이닝+(지난2)>

----------------

선수명      경기수

----------------

존슨         30

무시나       25

박찬호       24  

허드슨       20

실링         20

라이터       18

매덕스       17

글래빈       16

------------------

 

8) 메이저리그 상위 연봉 선수들과의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Park: performance comparable to top-paid MLB pitchers)

 

스캇 보라스가 박찬호를 위해 받아내고 싶어하는 몸값은 연평균 15백만달러 수준인 듯 하다. 박찬호 X-파일에는 지난 오프 시즌 중 콜로라도 라키스와 평균 15백만 달러에 계약을 맺은 마이크 햄튼과의 비교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보라스는 "박찬호가 2001년 시즌 햄튼과의 맞대결에서 22승을 기록 했고 두 선수의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을 비교하며 두 선수가 유사한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두 선수의 통산 성적을 비교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G  GS  QS   W   L   WLP  IP    H   ER   BB  SO  ERA DL

---------------------------------------------------------------

박찬호  221 176  111  80  54   .597  1183.2  1001 500  560  1098 3.90  0

햄튼    241 187  115  85  53   .616  1260.2  1234 482  4890 852  3.44  47

-------------------------------------------------------------

G:출전경기수  GS:선발등판수 QS:퀄리티스타트 W:  L:  WLP:승률  IP:투구이닝 H:피안타 ER:자책점 BB: 볼넷허용수  SO:탈삼진수  ERA:방어율 DL:부상으로 결장한 경기 수

 


9) X
파일 작성을 마치며:
조금 더 자세히 소개하고 싶었지만 마감에 좇겨 이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쉽다. 어쨌든 독자들은 위의 글을 읽으면서 X-파일에 어떤 내용이 있었는지를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야구는 숫자놀음이다. 그리고 박찬호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그 ‘숫자 놀음’의 개념을 잘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

 

[기사 작성일자: 2001년 128]

 

 

Scott Boras and Seung Hyun Park (박승현)
Scott Boras and Seung Hyun Park (박승현) by iccsports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박찬호 X-파일 만든 보라스는 어떤 인물?]

 

마이더스의 손  Scott Boras

 

박찬호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메이저리그 구단주들에게는 '최고의 적', 선수들에게는 '은인'과 같은 존재다.

보라스는 지난 98년 케빈 브라운의 에이전트로서 메이저리그 사상 첫 1억 달러 딜을 만들어낸 후 '메이저리그의 마이더스 손'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보라스는 박찬호가 다저스에 입단했을 때 "3천만달러의 수입을 보장하겠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을 정도로 공격적인 에이전트로 잘 알려져 있다. 보라스는 원래 야구 선수 출신이다. 21년 전, 그는 월 22백달러를 받는 마이너리그 내야수였다. 일각에서는 당시 당했던 설움을 메이저리그 구단들에 퍼붙고 있다고 비난을 하지만 이는 질투에서 나온 발언일 뿐이다


74
년부터 4년간 마이너리그에서 활약하다 무릎 수술을 3번이나 받고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접었던 보라스는 곧바로 법대에 들어갔다. 78년의 일이다. 법학 박사 학위를 받은 보라스는 이후 에이전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훌륭한 에이전트가 된 것은 계약 법을 잘 알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이 흘러 97 6. “보라스는 무모한 에이전트”라는 이야기가 신문지상에 오르 내렸다. 당시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의해 전체 2번으로 지명된 J.D 드루의 에이전트였던 보라스는 필리스 측에 11백만달러를 달라고 생떼(?)를 썼다.


당시만 해도 갓 대학을 졸업하는 선수에게
1천만 달러 이상을 주는 것은 허무맹랑한 일이었다. 필리스는 보라스 제시액의 절반도 안되는 310만 달러를 제안했고 결국 딜은 깨지고 말았다. 필리스의 빌 가일스 구단주는 보라스가 '순진한 청년을 꼬득였다'고 비난을 했다.


필리스와 계약을 맺지 못한 드루는 결국
98년 드래프트에 다시 들어갈 수 있는 권리를 받았고 세인트루이스에 의해 전체 5번으로 지명됐다. 보라스의 이 같은 고집과 배짱이 선수들의 몸값을 높이 올려 받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구단주들은 보라스가 협상 테이블에 나서면 지레 겁을 먹고 원하는대로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버니 윌리엄스가 지난 98 7년간 8750만달러에 계약을 한 것도 보라스의 '맹활약' 덕이었다.


자신의 클라이언트를 위해 밤낮없이 뛰는 보라스 사단에는 스포츠 심리학자와 데이터 분석가가 고용 되어 있을 정도로 그의 접근 방법은 상당히 전문적이다
. 한국 언론과 한국 선수들을 위해 한국인 직원(박승현씨)도 고용했다. 많은 구단주와 단장들이 그를 상당히 싫어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제리 콜란젤로 구단주는 보라스에 대해 "그는 야구경기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다. 그는 정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알고 있다"고 칭찬했다.


보라스는
52 112일 캘리포니아주 엘크 그러브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엘크 그러브 고교에서 야구생활을 시작한 보라스는 퍼시픽대에서 화학전공을 하며 야구를 계속했다. 대학 공부를 마치고 마이너리그로 가게 된 보라스는 야구와 공부를 겸업했다. 그리고 76년엔 약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무릎수술로 야구를 포기한 보라스는 퍼시픽대로 돌아와 법학 공부를 시작했고
82년에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위를 받은 후 보라스는 어린 시절 잘 알아오던 사람으로부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야구 계약 협상을 하라는 부탁을 받았고 이것을 계기로 에이전트 일을 시작했다.  15년간 그는 약 70명의 야구 선수를 확보했다. 그리고 오늘날 최고의 에이전트라는 찬사를 받게 된 것이다.

 

★ 보라스 프로필

 

▶생년월일 : 1952 112

▶출생지: 캘리포니아주 엘크 그러브

▶교육: 퍼시픽대에서 화학과 학사. 약학박사. 법학 박사학위 받음

▶거주지: 캘리포니아주 뉴포트 비치

▶주요 고객: 박찬호, 그렉 매덕스, 케빈 브라운, 알렉스 로드리게스, 버니 윌리엄스, J.D. 드루 등

▶보라스의 야구 선수 시절(마이너리그)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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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타수 득점  안타 2루타 3루타 홈런 타점 도루 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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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9   1097  152   311   49    16    5    116   12  .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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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취재 다녀온 직후 후기

박찬호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 사무실을 가기 위해 110번 고속도로-405 고속도로를 타고 로스엔젤레스 남쪽 지역으로 향했다. 그의 사무실은 뉴포트 비치에 있었다. 로스엔젤레스에서 1시간 거리. 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의 사무실이 있는 건물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보라스 사무실은 검정색 4층짜리 건물에 3층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회사 문을 열자 마자 Scott Boras Corporation이라는 팻말을 볼 수 있었고 기자회견실이 곧 눈에 들어왔다. 스포츠 5대 신문 특파원외 MBC, KBS, 미주 지역 한인 언론 기자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보라스 코오퍼레이션에서 일하는 한국인 직원 박승현씨가 기자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기자들은 보라스씨가 자리에 앉기 전까지 박승현 씨에게 "결혼은 했냐"는 질문을 하는 등 가벼운 마음으로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눴다.

뉴포트비치가 상당히 멀고 교통 체증이 있을 것을 걱정한 특파원들은 마감시간에 쫓기는 관계로 "너무 멀다"고 말했고 박승현씨는 "그래도 우리 사장님(보라스씨)은 다저스 경기 있을 때 마다 먼거리를 다녀요"라고 자랑(?)을 했다.

보라스씨가 회견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의자에 앉으면서 "한국 신문사엔 왜 여자 기자가 없나"라는 가벼운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일본은 2-3명 여자 기자도 있었던 것 같은데"라고 하자 민훈기 스포츠 조선 특파원이 "한국에는 몇 명 있는데 이곳은 없다"고 화답했다.

본격적으로 회견이 시작됐다. 먼저 민훈기 특파원이 질문을 했다.

"현재 어떤 팀들이 박찬호와 관련된 컨택을 했나?"

보라스씨는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는 않았다. 팀 이름을 밝힐 단계가 아니라는 뜻이다. 10-12개팀이라는 이야기만 했다. 스포츠 서울의 문상열 특파원은 "다저스와 접촉은 없었나"라는 질문을 한국말로 했는데 보라스는 '다저스'란 단어를 듣고는 통역을 듣지도 않고 "1주일 후에(in a week)"라고 답변을 했다.

"다저스와는 1주일 후에 접촉을 할 것"이라는 말이었다. 이어 굿데이의 김홍식 특파원이 "존 스몰츠와 애틀랜타의 계약이 찬호의 계약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라고 질문을 했는데 보라스는 이에 대해 "스몰츠는 나이가 있고 마무리 투수가 될 것인데 좋은 조건을 제시 받은 것은 현 시장이 투수 가치를 높게 평가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답변 했다. 즉, 스몰츠의 계약은 찬호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이것 저것 질문이 이어졌다. 나의 질문 차례가 돌아왔다. 나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Does Giambi's signing affect Chan Ho's?(지암비의 계약이 찬호의 계약에 영향을 미칠까") "Is there Chanho's wish list(찬호가 가고 싶어하는 팀 리스트가 있나?)"

보라스는 "지암비는 매일 뛰는 포지션 플레이어이고 박찬호는 5일마다 등판하는 선발 투수이기 때문에 별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첫 번째 질문에 답변 했고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전에 컨퍼런스 콜 때처럼 3가지 조건에 맞는 팀이면 모두 고려해 보겠다고 대답을 했다.

그리고 한참 이것 저것 질문이 오간 후에 옆에 있던 KBS 기자에게 부탁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줄 것을 부탁했다. 내가 직접 하지 않고 부탁한 이유는 선배들 앞에서 튀고 싶지 않아서.

"It's a hypothetical question. If Yankees want both Chan Ho and Giambi, do you think they can afford them?(가설적인 질문을 하겠습니다. 양키스가 찬호와 지암비를 모두 원한다면 그들의 높은 몸값을 지불할 능력이 있나요?") 역시 원하는 답변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의 답변은 이랬다.

"글쎄. 양키스는 투수를 필요로 하는 팀이다. 스몰츠에게 1천3백만달러를 제안한 것을 보면 투수가 확실히 필요하다. 양키스는 에이스 클레멘스가 2002년이 마지막 해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질문의 핵심을 살짝 비껴나간 답변이었다.

보라스는 이날도 "승리할 수 있는 팀, 편안한 팀, 몸값을 제대로 줄 수 있는 팀"이 박찬호가 계약할 팀이라고 말했는데 양키스는 그런 면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후 결과는 어떻게 될는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는 자신의 고객인 박찬호를 위해 정확한 답을 줄 수 없었을 것이고 그 부분은 충분히 이해가 됐다. 더 질문하는 것도 실례인 것 같아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KBS 기자는 '박찬호는 허리 문제가 있다고 하던데'라고 질문을 던졌는데 보라스씨의 대답은 아주 흥미로웠다. 그는 "야구로 인한 문제는 아니었다. 지난 스프링캠프 때 골프 스윙을 하다가 허리 근육통이 생긴 것이다. 이후로 골프를 그만 뒀다."고 답변했다. 그 자리에 모인 기자들은 의아해 했다. "아니! 골프 때문에 허리가 아프다고?" 믿을 수 없지만 믿기로 했다. 보라스는 박찬호의 에이전트이니까.

보라스씨에 따르면 일본에 있는 박찬호는 컨디션이 좋다고 했다. 박찬호는 "헤엄쳐서 일본으로 갈 수 있을 정도로 몸상태가 좋다"고 말했다고 한다. 굿데이의 김홍식 특파원이 "미국 언론들은 박찬호에 대해 부정적으로 기사를 쓰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는 질문을 했는데 이에 대해 보라스는 꼼꼼히 답변을 하는 자세를 보였다.

보라스는 김홍식 특파원에게 "미국언론이 뭐라고 비난을 하는 것 같냐"고 질문을 던졌고 김 특파원은 "큰 경기에 약하고, 너무 약한 마음, 홈경기에서만 잘하고, 후반기에 약하고..."라고 하나 하나 답변해줬다. 보라스씨는 이것에 대해 하나씩 자신의 의견을 제시 했다.

그는 일단 큰 경기에 약한 부분에 대해서는 박찬호가 내셔널리그 디비전 챔피언과의 대결에서 4승무패를 기록한 점을 내세웠다. 그의 주장은 이런 팀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선수가 큰 경기에 약하다는 것은 선입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홈경기에만 잘하는 것 가지고 불만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보라스의 주장이었다. 보라스는 "원정경기에서도 못한 것은 아니지만 감독의 잘못된 판단에 의한 기용 때문에 부진했던 것이 성적이 나빠진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보라스는 당시 공개한 박찬호 X-파일을 하나씩 보면서 박찬호가 톱 클래스 투수라는 것을 객관화 하는 설명을 했다. 1시간에 걸쳐 기자 회견이 끝났고 특파원들은 마감시간 때문에 서둘러 사무실을 떠났다.


 


[2009년에 쓰는 후기]

2001년 12월에 작성했던 기사를 돌아보면서 느낀 점은 보라스는 기록을 객관화해 구단주들이 '노(NO)'라고 할 수 없게 만드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록에는 부상이 포함돼 있지 않다. 박찬호는 2001년까지 분명히 정상급 투수였다. 그러나 부상당한 몸으로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을 맺었고 평균연봉 1,500만 달러를 챙기기는 했지만 이후에는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자유계약 선수로 풀리기 전에 너무 무리했던 것이 이와 같은 결과를 냈다. 어쩌면 역사에 남을만한 뛰어난 투수가 될 수 있었던 투수가 에이전트의 잘못된 인도에 돈만 많이 번 '먹튀'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국에서 여전히 박찬호의 인기는 높지만 이전 같지는 않다. 그의 '먹튀' 오명에 한국 팬들도 민망해했다.  

 

야구 경기에서 숫자는 정말로 중요하다. 어떻게 보면 숫자가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숫자 이상의 그 무엇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 멀리, 넓게 보는 시야가 있었다면 박찬호는 지금보다 더 좋은 투수로서 살아 남았을 것이고 이미 노모 히데오의 아시아 투수 최다승 기록을 넘어섰을 것이다.

참으로 아쉽다. X파일을 건네받았던 당시 한국 기자들 중에는 "나 같으면 찬호와 장기계약을 안 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박찬호의 몸상태가 좋지 않음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들의 말은 맞았다. 레인저스는 5년 동안 6,500만 달러를 박찬호에게 지급하고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 [밝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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