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시 베켓의 시작은 프로에 데뷔하면서부터 요란했다. 지난 1999년 그는 십대의 나이에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우완투수였지만 그해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플로리다 말린스에 입단하는 영광을 안았다. 이것은 과거 빌 길릭슨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었고 그의 재능과 잠재력은 벌써부터 경쟁자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00시즌 프로무대에 첫 발을 내디딘 베켓은 명성만큼이나 화려한 구위를 앞세워 루키리그, 낮은 싱글A 클래스를 압도해나갔다. 0점대 방어율과 이닝수에 비해 엄청나게 증가하는 탈삼진은 그의 존재가치를 다시 한번 만천하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해 4월 어깨에 첫 번째 이상 징후가 왔고, 5월에 복귀했지만 결국 다시 부상자 명단에 오르며 시즌을 접어야 했다. 어깨에 치명적인 염증이 발견됐기 때문.
오프시즌 동안의 몇 차례 검사에서 어깨 윗 부분에 약간의 파열된 근육조직과 건염 등이 발견됐다. 제임스 앤드루스 박사의 충고에 따라 겨울 내내 재활훈련에 온 힘을 쏟았다. 그리고 재기한 `01시즌, 그는 과거보다 더욱 막강해진 구위로 마이너리그를 평정해 나가기 시작했다.
자신이 속했던 하이 싱글A 플로리다 스테이트 리그(66이닝, 6승무패, 방어율 1.23, 탈삼진 101개, 볼넷 15개 등), 시즌 중반 승격한 더블A 이스턴 리그(74이닝, 8승1패, 방어율 1.82, 탈삼진 102개, 볼넷 19개 등)를 압도해 나갔고 그 여세를 몰아 `01년 9월 4일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데뷔 경기까지 치르게 됐다.
베켓의 메이저리그 선발 데뷔 경기였던 시카고 컵스전은 플로리다 전체 시즌에서 가장 관심을 집중시킨 경기였다. 그는 6이닝 1피안타, 3볼넷, 5탈삼진으로 데뷔 경기에서 첫 승을 올리는 개가를 이루어냈고 새미 소사 등의 강타자들을 녹다운시키는 모습은 팬들의 뇌리에 강렬하게 각인됐다.
시즌 최종 성적 또한 24이닝, 2승2패, 평균 자책점 1.50, 탈삼진 24개, 볼넷 11개 등의 기록으로 가히 가공할만 했다. `01시즌 마이너리그는 베켓을 위한 무대였음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고 마이너리그 최고 권위 잡지 BA(베이스볼 아메리카)가 선정한 `올해의 선수`상을 획득했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베켓을 두고 야구 전문가들이 왜 `제2의 케리 우드`라고 칭하는지는 그의 구위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베켓은 놀란 라이언, 로저 클레멘스, 케리 우드 등의 대를 잇는 정통파 오버핸드 스로우 파워피처였다. 그가 향후 부상만 없다면 장차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수퍼에이스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베켓의 포심 패스트 볼(일반적인 패스트 볼)은 최고 99마일에 이르지만 그는 꾸준히 93-95마일을 유지하는 패스트 볼의 구사를 선호한다. 무브먼트가 현란한 패스트 볼을 바탕으로 때로 싱커성 패스트 볼을 구사하기도 한다. 전매특허인 커브 볼은 홈플레이트 앞에서 12시 방향에서 6시 방향으로 수직을 이루며 뚝 떨어진다. 체인지업 또한 그의 패스트 볼과 맞물려 가공할 정도의 위력을 자랑한다.
베켓의 피칭 딜리버리는 참으로 유연하다는 평이다. 193cm의 큰 키에서 내리 꽂는 듯한 피칭 딜리버리는 부드러움까지 겸비해 타자들로 하여금 조바심을 자아내게 만든다. 즉, 투구폼을 읽기 어렵게 때문에 타이밍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패스트 볼, 싱커, 커브 볼,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위력적인 구위로 뿌려대기 때문에 타자들 입장에서는 그와의 맞상대에서 주눅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어렸던 그는 나이에 비해 매우 성숙했으며 인격적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됐다고 한다. 결코 물러서지 않는 강인한 승부근성까지 지닌 베켓이기에 주위 사람들의 찬사가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베켓의 약점은 너무 강한 것만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부상의 우려도 다 그런 그의 마인드에서 유래했다. 강하기만 한 것은 부러지기 쉽고, 야구는 혼자서 하는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에 부드러움을 보완하는 지혜를 발휘함과 동시에 야수들을 믿으며 다소 느긋한 마음으로 경기 자체를 즐기는 여유 또한 가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투구에도 강약 조절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리고 투수로서 다소 떨어지는 수비력의 보완도 이루어져야 한다.
당해 그는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결정전에서 MVP로 선정됐다. 그는 2008년에는 12승, 2009년에는 17승을 보태 통산 106승을 기록했다. 예산이 넉넉한 레드삭스에서 그는 최근 2년 연속 1천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챙겨 ‘부자 청년’이 됐다. 이제 그도 30세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있다. 2010년 5월15일 그는 30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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