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WBC 남플로리다 주최를 반대하는 이유

유코피아 (http://ukopia.com)라는 웹진에서 작성한 기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2013년 개최되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플로리다주의 <선-센티널>은 메이저리그 구단 플로리다 말린스가 2013년 WBC 개최를 강하게 희망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말린스는 최근 마이애미시로부터 새구장 건설계획을 확정 받고 곧 착공에 들어간다. 2012년 오픈을 목표로 초현대식 개폐지붕의 야구장이 탄생하게 된다. 이에 말린스 구단은 2013년 WBC 결승라운드 및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을 동시에 유치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일찌감치 유치전에 뛰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기사에 대해 제 의견을 올려봅니다.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남플로리다에서 열린다는 소식이 들렸다. 일단 나의 첫 반응은? 말도 안돼! 정말 말도 안 돼! 왜냐하면 남플로리다는 야구보다는 풋볼에 더 관심이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풋볼에 밀려 야구는 힘을 못 쓰는 지역이다. 두 번째 이유는 그곳에는 라틴계 이민자는 많지만 아시아계 이민자는 거의 없다. 1, 2회 WBC에서 봤듯이 아시아계 야구팬이 없으면 열정이 느껴지지 않을 것이 뻔하다. 특히 한인 이민자들이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할 수 없다면 WBC는 싱거운 대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 사무국(WBC) 측은 2회 대회 2라운드 경기가 남플로리다에서 열렸는데 미국-푸에르토리코전에 3만 명의 팬이 몰려들었던 것을 가리키며 남플로리다에서 대회가 성공할 가능성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남플로리다에서 열리는 대회는 반쪽 대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WBC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강세다. 1,2회 대회 우승국도 일본이고 한국은 1회 4강, 2회 준우승을 차지했다. 아시아계 팬들이 경기장에 없다면 주객이 전도된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남플로리다는 따라서 2013년 대회 주최지로서 적당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2017년이나 2021년이면 모를까…

이 대회가 자리를 잡기 전까지는 주최지는 역시 캘리포니아가 되어야 한다. 지난 3월22일 LA 타임스의 기자가 주장한 내용에 개인적으로 동의를 하는데 그는 “WBC를 축제의 장으로 만들자!” 이번 대회가 썰렁한 이유는 축제 분위기가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일본 사회에서는 열기가 대단했는데 미국 기자의 눈에는 썰렁하게 보였던 것이다. LA가 그렇게 썰렁하게 느껴졌는데 남플로리다는 더욱 그럴 것이다.

샤이킨 기자는 올림픽처럼 한 도시에서 대회를 주최해 열흘간 야구 축제를 열자고 주장했는데 깊이 있는 생각이었다..올림픽처럼 문화 행사도 열고 퍼레이드도 하고 콘서트도 여는 등 열흘을 축제의 주간으로 만들면 팬들이 관심을 둘 것이라는 샤이킨의 주장은 흘려 듣기에는 깊이가 있는 것처럼 들렸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나는 상상을 했다. 대회 기간에 경기가 없는 날에 한국 문화 행사를 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2회 대회 때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이럴 때 문화 행사로 연결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한국 영화 페스티벌이라든가 한국 가수들이 출연하는 대중문화 행사 등등. 샤이킨은 이런 이야기를 메이저리그 사무국 커미셔너인 버드 실릭(Bud Selig)에게 했던 것 같다. 실릭의 반응은? “아직 2회밖에 치르지 않았잖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질 것이라는 게 실릭 커미셔너의 설명이었다. 3회 대회가 중요한 것 같다. 3회를 어떻게 치르느냐에 따라 이후 대회의 성격이 결정 나게 된다.

다시 주최지 이야기를 한다면 남캘리포니아에서 2013년 대회를 주최하는 게 여러모로 좋다. 한국 선수들에게도 남캘리포니아가 유리하다. 음식과 환경, 그리고 응원 등에서 많은 서포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LA가 좋은 이유는 야구를 좋아하는 나라에서 이민 온 다민족 인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고 날씨가 좋고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관광 도시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야구만 보고 가는 게 아니라 다양한 문화 행사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남캘리포니아의 날씨는 세계 최고 수준이니 말할 것도 없다. 수준 높은 대회를 만들고 그것이 익숙해진 후에 각국에서 돌아가면서 대회를 열면 10회 쯤 되면 더욱 레벨이 업! 되는 대회가 돠지 않을까.

남 캘리포니아에는 야구장도 많다. 이번 대회가 열렸던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펫코파크와 LA 다저스타디움 그리고 애너하임 에인절스(아래 사진) 경기장이 있다. 세 경기장은 자동차로  최대 3시간 거리여서 이동하기에 좋다. 선수들이 기운 빼면서 이 도시 저 도시에 다닐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북중미에 속한 팀들은 캐나다, 마이애미, 그리고 LA로 이동하는 힘든 일정을 소화했다. LA 인근에는 랜초쿠카몽가, 레이크 엘시노어, 샌버나디노 등지에 마이너리그 경기장이 있으며 USC, UCLA, 캘스테이트 풀러턴, UC 어바인과 같은 학교에는 연습과 경기를 하기에 좋은 시설이 갖춰져 있다. 야구 대회를 열기에는 최고의 도시다.

샤이킨은 칼럼에서 “한국팀이 4강전에서 승리했고 한국 관중은 자랑스러워했고 요란했다”고 썼다. 그는 LA가 그러한 것을 보여줄 때가 됐다고 주장했는데 틀린 말이 아니다. WBC가 한국인과 일본인의 잔치가 아닌 미국 전체 그리고 야구를 좋아하는 나라들의 잔치가 되면 좋겠다. 언젠가는 메이저리그가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고 대회 조직위가 따로 있어서 문화의 잔치 마당도 여는 종합적인 이벤트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WBC는 모든 면에서 발전하고 있다. 대회 진행 방식과 행사의 부족, 미국 내 관심 부족이 업그레이드되면 축구 월드컵을 쫓아가는 대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야구를 하는 나라가 별로 없어서 글로벌 행사가 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지만 적어도 야구를 하는 나라들의 국민들이 한데 어울려서 야구를 통해 열정을 발산하고 우정을 다질 수 있을 것이다. 2회 대회는 1회 대회보다 입장 관중 수가 8.6% 증가했고 ESPN시청률도 14% 올랐다고 한다. 이런 숫자적인 성장도 중요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성장도 중요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도 신경을 쓰는 종합 이벤트로 WBC가 성장하기를 바란다. 결론은? 그러기 위해서는 2013년 대회는 남플로리다가 아닌 남캘리포니아에서 열려야 한다는 것이다. [http://icc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