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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2006년과 2009년 WBC에서 미국이 보여준 태도 변화

by 밝은터_NJT 2009.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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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지난 이야기를 좀 하려고 합니다. 얼마 전 끝난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 이야기입니다. 특별히 2006년 WBC와 2009년 WBC를 비교하고자 합니다. 2006년 WBC에서 한국은 여러 모로 무시를 많이 당했습니다. ESPN의 중계팀은 한국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어 선수 이름 발음조차도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한국에 대한 정보 없이 중계를 했습니다.

또한 한국에 대한 무시하는 분위기는 여기저기서 보였는데 특히 2006년 WBC 4강전과 결승전이 열렸던 펫코파크에는 각국어로 플래카드가 붙여져 있었는데 유독 한국어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쩝! 좀 그랬습니다. 당시 파드레스 구단에 연락을 해서 물어봤지만 아무도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중국이나 대만은 출전하지도 않았는데 배너에 중국어가 있고 출전국 한국을 위한 한국어가 없다? 2009년은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모두 바뀝니다. 한국인에 대한 배려가 경기장 안팎으로 보였습니다. ESPN 중계팀도 한국에 대해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데 오히려 한국인인 제가 한국 야구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위/아래 사진에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2006년 WBC 당시 배너에는 한국어는 눈을 씻고 봐도 없었습니다. 한국은 그 정도로 인정을 못 받았습니다. 실수일수도 있겠죠. 어쨌든 기분이 상하는 일이었습니다. 배너에 씌인 문구는영어로 'Baseball Spoken Here' 였습니다. 한국어로는 '야구가 공용어'입니다이죠. 한국어만 쏙 빠졌습니다. 허탈하더군요.




2009년은 완전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2009년 322(한국 기준) 열렸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전 한국-베네수엘라전은 그야말로 태극기를 휘날리는 경기였습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이 경기의 뒷 이야기를 모두 아시고 계시겠지만 저는 이날 ESPN 중계팀의 멘트로 태극기가 어떻게 휘날렸는지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한국이 1회에 5점을 낸 후 케이블 방송인 ESPN의 중계팀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 대한 이야기로 중계를 채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철저하게 사전 준비를 한 티가 팍팍 났습니다. 동생네 가족들과 함께 경기를 보다가 도대체 어디까지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하고 궁금해서 중계 내용을 적기 시작했습니다.

이날 ESPN의 중계팀은 야구계에서는 유명한 사람들로 구성됐습니다. 존 밀러, 조 모건, 그리고 스티브 필립스가 중계석에 앉았습니다. 이들은 철저히 한국에 대해 연구를 하고 나온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것을 입증하는 내용을 옮겨서 적어 봅니다.

 


2회말
: ESPN 중계팀은 이닝이 시작하기 전에 LA 코리아타운을 미리 촬영한 화면을 보여줬습니다. 코리아타운의 명물은 다 보여준 것 같습니다. 이때 아나운서인 존 밀러가 한국 음식은 꼭 먹어봐야 한다고 추천까지 했습니다. 코리아타운의 명소를 미리 촬영했다는 것은 한국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006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죠.

3회초: 한국 선수들이 경기 전에 수비 연습하는 장면을 미리 녹화한 ESPN 방송팀은 3회초가 시작하기 전에 이 장면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면서 해설가인 조 모건은 효과적으로 수비 연습과 훈련을 적절하게 잘 시킨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인식 감독을 칭찬했습니다.

 

4회초: 김태균의 연습 장면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면서 그의 타격 방식을 분석하더군요. 김태균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습니다. 특정 타자의 연습 장면을 분석해서 보여준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그것도 ESPN에서 그렇게 했으니 특별 대접을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한국응원단이 대한민국을 외치자 아나운서인 밀러는 어눌한 발음으로 대한민국!”을 함께 외쳤습니다. 밀러는 대한민국은 바로 미국인들이 “U.S.A!”를 외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부연 설명을 했습니다.

4회초 경기 중에 필립스 전 뉴욕 메츠 단장은 한국이 결승에 가거나 우승을 차지하면 추신수가 병역 혜택을 받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른쪽 사진은 추신수가 홈런을 치는 장면) 필립스는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14명의 한국 선수가 병역 혜택을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4회에는 롯데 자이언츠의 감독인 제이 로이스터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6회말
: 화면으로 20세기 초반의 사진과 함께 1900년대 초반에 미국 선교사들이 한국에 야구를 보급했다는 자막이 나갔습니다. 또한 박찬호의 LA 다저스 입단 장면을 보여주면서 그는 최초의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됐다고 설명하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장면도 보여줬습니다.

조 모건 해설가는 경기 전에 김인식 감독과 통역을 통해 대화한 내용을 소개했는데 김 감독은 모건 해설가에게 타자가 공을 칠 때 두 눈의 집중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김 감독은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던 것 같습니다. 유명한 메이저리그 타자였던 모건 해설가는 공을 볼 때 어떻게 시선 처리를 하고 어떤 눈에 더 집중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나눴습니다. 양쪽 눈 중에 더 중요한 눈을 dominant eye라고 표현을 하더군요. 김인식 감독과 관련된 재미난 해설
이었습니다.

6회말에는 이승엽에 대한 소개도 있었는데도 1회 대회 때 이승엽이 홈런 5, 10타점을 기록했다고 하면서 이번 대회에는 지난해 부상 등 여러 이유로 참가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김태균이 이번 대회에서 이승엽의 최다 타점 기록을 깼다고 부연했습니다.

 

7회말: 정대현이 마운드에 오르자 그가 베이징 올림픽 결승 쿠바전에서 마무리로 나왔던 내용이 소개됐습니다. 또한 봉중근이 결승전의 선발로 내정됐다는 내용이 소개됐는데 봉중근이 일본 전에서 2경기에 쾌투를 했음을 알렸습니다. 필립스 해설가는 봉중근이 레즈 소속이었다고 부연했습니다.

8회초: 경기 중에 김태균의 유니폼 바지를 화면에서 보여주면서 슬라이딩을 하는 오른쪽 엉덩이 부분은 특수 제작된 것이라로 소개했습니다. 관심이 높다보니 유니폼에 대해서도 특별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9회말: 한국 구원투수들을 소개하면서 95마일을 던지는 투수가 많은데 이는 일본 구원진과 비슷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이 다른 점은 다양성이라고 했습니다. 한국은 오버핸드, 언더스로우어, 스리쿼터 등 다양한 투수들이 즐비하게 있다고 필립스 해설가는 말했습니다.

 
2006년과 2009년은 한국에 대한 대접이 확실히 달랐습니다. 2013년에는 더욱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 야구 무대에서 한국은 강자이기 때문입니다. 버드 실릭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는 한국 응원단 사이에 앉아서 한국인들의 응원 열기를 체험했는데 이러한 일은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 분명 달라지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나누고 싶은 영상이 있습니다. 아래 영상은 한국을 위해 열심히 응원했던 한인 청년에 대한 내용입니다. 열정적으로 응원했던 한국 청년들은 결승에서 한국이 일본에 석패하자 바로 앞에 앉았던 일본인 부부를 찾아가 축하 인사를 건냈습니다. 보기에 참 좋았습니다. 이 두 부부는 한국인 응원단이 있는 곳에 앉아서 경기 중간에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에 보인 두 청년의 열린 마음이 그들의 마음을 녹였을 것입니다. 

한국의 위상이 달라진 만큼 한국 팬들의 수준도 업그레이드된 것 같습니다. 지금보다 더 열린 마음의 한국인, 열린 한국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WBC 현장에서 밝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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