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전에서 발견한 아쉬운 대목 5가지

아쉬운 경기였다.

4-1로 졌다는 결과는 그렇다고치고 경기내내 끌려다녔다는 점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한국은 2010년 6월17일(한국 기준) 남아공에서 열린 2010 FIFA 월드컵 조별 예선 2차전에서 아르헨티나에 4-1로 패했다. 일단 실력에서 큰 차이를 드러낸 경기였지만 4-1로 완패 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어떤 점이 아쉬웠을까.

하나)    중원압박도 철저한 수비위주도 아닌 어설픈 경기: 축구 팬들 사이에는 북한이나 스위스처럼 완벽하게 수비위주 경기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질책이 있었다. 어느 정도는 맞는 이야기다. 한국은 이날 중원 압박 싸움에서 완전히 패했다. 중원 압박에서 패한 이유는 상대가 워낙 거세게 나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작전상에서 수정(adjustment)이 재빠르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중앙 압박도 아닌 철저한 수비위주도 아닌 어설픈 상황에 있다보니 실점 위기가 너무 많았다. 4점을 내준 것도 어찌보면 다행스러운 일. 정성룡의 선방이 없었다면 7-8점도 내줬을 경기였다.

둘)          메시를 대인방어 했어야: 한국 언론에서 메시에 대한 여러 대안을 내놓은 바 있다. 메시에 대한 방어는 협력수비로만 가능하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유럽리그에서 협력수비로 재미를 본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선수들의 상황에서는 협력 수비보다는 시종 쫓아다니는 밀착 방어가 더 나았을 것이다. 협력수비가 안 되니 메시는 자유롭게 게임 메이커 노릇을 했다. 한국 수비수들이 협력 수비가 잘 되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오히려 메시를 짜증나게 하는 대인방어와 협력 수비를 섞어서 했으면 좀 더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셋)          차두리가 그리운 경기였다: 이범석의 수비가 견고해 발재간이 좋은 아르헨티나 선수를 잘 막을 것이라는 것이 허정무 감독의 판단이었던 것 같다. 차두리가 어설픈 면이 있긴 하지만 파워풀하게 상대 공격수의 기를 죽이는 면이 있기에 그가 없었던 게 상대 공격수가 편안하게 공격하도록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은 허정무 감독의 판단 착오였던 것 같다.

넷)          염기훈을 왜 교체하지 않았을까: 필자는 전반전이 끝나고 염기훈이 당연히 교체될 줄 알았다 . 전반전에 부진했고 옐로우카드를 받아 수비시 움직임이 활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염기훈은 후반전에도 뛰었고 또 마침 결정적인 동점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염기훈이 골키퍼와 1대1 상황에서 2-2로 만들었더라면 굉장히 흥미로운 경기가 됐을 것이다. 아르헨티나전은 선수 기용과 교체 시기 그리고 전반전이 끝나고 수정(adjustment) 부분에서 아쉬운 게 많이 있었다.

다섯)    모멘텀을 타지 못했다: 아르헨티나의 실력이 월등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 경기도 모멘텀(경기의 흐름)에서 한국이 두 차례 아쉬운 대목이 있었다. 박주영의 자책골은 모멘텀이 완전히 아르헨티나로 쏠리도록 했다. 박지성도 경기 후 이 점을 지적했다. 자책골은 선수들의 힘이 빠지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소다. 박주영은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도 결정적인 수비 실수를 해 실점의 원인이 된 바 있는데 이번에는 더 결정적인 실수로 경기 흐름을 망쳐놓고 말았다. 앞서 이야기한 염기훈의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놓친 것도 모멘텀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2-2가 되었더라면 경기 흐름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렀을 것이다. 허정무 감독은 경기 후 “우리 선수들은 잘했다. 그러나 후반전 1-2 상황에서 흐름을 찾아야 했다. 염기훈이 골을 넣었으면 경기 결과가 바뀔 수도 있었다”라며 후반 12분 염기훈이 골키퍼와 1대1 상황에서 골을 성공시키지 못한 장면을 안타까워했다. 또한, 아르헨티나의 세 번째 골이 오프사이드였던 상황에서 나왔던 것도 모멘텀에서 중요하게 작용했다. 네 번째 골은 별 의미 없는 골이었다.  

아르헨티나와 같은 강팀에 지는 것은 크게 밑질 것은 없지만 4-1로 진 것은 크게 아쉽다. 몇 가지 수정만 있었더라면 더 좋은 경기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나이지리아전에서는 지혜로운 수정이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허정무 호에 한 가지 의견을 제시한다면 나이지리아전에 대해 언론의 분석이나 분위기에는 잠시 눈과 귀를 멀리하고 침착하고 냉정하게 판단을 해서 선수 기용과 작전 변경을 했으면 하는 것이다. 나이지리아전을 앞두고는 한국 선수들도 인터뷰를 자제하고 경기에 집중하기를 바란다. 아직은 희망이 있다.  [밝은터]

허정무 감독 아르헨티나전이 끝난 후 인터뷰
이청용 골 넣은 후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