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조던 '농구황제 인생'(19)-오 놀라운 72승

1994-95시즌 중에 마이클 조던이 복귀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올랜도 매직에 무릎을 꿇은 시카고 불스의 선수들은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다음 시즌에는 반드시 우승을 하겠다는 각오였다. 물론 조던도 여름 휴가를 반납하고 맹연습을 했다. 그 결과 불스는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을 때보다 더 강한 팀이 되어 있었다.

1995-96 시즌이 시작하자 마이클 조던의 기량은 이전 못지 않았고 스카티 피펜의 기량은 절정이었다. 토니 쿠코치, 데니스 로드맨의 맹활약은 눈부셨다. 조던이 주도했던 공격은 분산됐고 이는 상대팀이 수비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도록 했다.

올스타 전이 열리기 전까지 불스의 팀 성적은 42승5패였다. 놀라운 성적이었다. 언론은 불스가 1971-72시즌에 LA 레이커스가 세운 시즌 최다승(69승)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했다. 조던은 올스타전에서 MVP로 뽑혔다. 불스는 1996년 4월까지 66승8패를 기록했다. 대기록 달성에 4승을 남겨뒀다. 불스는 놀랍게도 홈경기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첫 일격을 당했다. 4월8일 샬럿 호네츠 전이었다. 불스는 승리 행진을 멈추지 않았다. 4월16일 대기록이 달성됐다. 밀워키 벅스 전에서 불스는 88-80으로 승리했다. NBA 역사상 첫 한 시즌 70승의 놀라운 기록이었다. 불스는 1995-96시즌을 72승10패로 마쳤다. 패배한 횟수가 한 자리수가 되기를 기대하는 이들도 있었는데 아깝게 10패를 기록했다.

당시 마이클 조던은 “이 팀은 역대 최고의 팀인가”라는 한 기자의 질문에 “올시즌 최고의 팀이란 게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불스 선수들의 마음에는 “우리가 역대 최고의 팀”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최고의 시즌에 조던은 30.4득점을 기록했다. 조던은 정규 시즌 MVP로 선정됐다. 잃어버린 자존심을 모두 회복했다. 하지만 진정한 회복은 챔피언 트로피를 되찾는 것이었다.

불스는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마이애미 히트를 만났다. 히트는 불스의 필 잭슨 감독에게는 부담스러운 팀이었다. 전 LA 레이커스, 뉴욕 닉스의 감독인 팻 라일리가 히트를 맡고 있었기 때문. 알론조 모닝이 중심 선수였던 히트는 그러나 급상승세를 타고 있던 철옹성 불스를 넘지 못했다. 불스는 3전 전승으로 1라운드를 통과했다. 라일리는 더는 잭슨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잭슨은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감독 중 한 명인 라일리에 계속 승리를 거두는 감독이 됐다.

2라운드 불스의 상대는 닉스였다. 닉스는 여전히 몸싸움이 격렬한 팀이었다. 그러나 닉스도 불스의 상승세를 꺾지 못했다. 불스의 4승1패 여유로운 승리였다.

불스는 동부 컨퍼런스 결승 시리즈에서 드디어 올랜도 매직을 만났다. 전년 플레이오프에서 불스에 뼈아픈 패배를 안긴 팀이다. 조던의 역사적인 코트 복귀를 초라하게 만들었던 샤킬 오닐, 페니 하더웨이가 이끌었던 팀이다. 불스는 젊은 군단을 쉽게 넘어섰다. 조던이 지난해와는 다른 선수였고 피펜의 기량이 절정에 달했기에 매직에게 불스는 버거운 상대였다.

젊은 구단은 쉽게 무너져 4전 전패를 당했다. 전년 NBA 챔피언 결정전에서 휴스턴 로키츠에 4전 전패를 당한 후 2년 연속 전패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당시 오닐과 하더웨이는 서로 누가 최고인가의 경쟁을 하고 있었는데 2년 연속 전패 탈락은 오닐이 다른 팀을 찾게 되는 계기가 됐다. 오닐은 이 시즌을 끝으로 LA 레이커스로 이적을 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기간에 오닐은 레이커스 유니폼을 입는 데 전격 합의했다.

동부 컨퍼런스 챔피언이 된 불스가 NBA 챔피언 결전전에서 만난 서부 챔피언은 시애틀 수퍼소닉스였다. 소닉스는 1995-96시즌에 무려 64승을 챙긴 팀이었다. 당시 숀 켐프의 기량은 절정이었다. 게리 페이튼과 함께 소닉스를 이끌었던 켐프의 화려한 덩크슛만큼은 당시 최고 수준이었다. 소닉스는 플레이오프에서 새크라멘토 킹스, 전년 챔피언 휴스턴 로키츠를 누르고 서부 결승에서 유타 재즈에 4승3패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소닉스에는 페이튼, 켐프 외에도 ‘독일 병정’ 데트레프 슈렘프, 허시 호킨스, 샘 퍼킨스 등이 있었다. 전력이 꽤 좋은 팀이었다.

홈코트 어드밴티지를 갖고 있던 불스는 1,2차전에서 승리했다. 여세를 몰아 불스는 시애틀 원정 3차전에서도 승리해 3승무패로 앞서 나갔다. 확률적으로 소닉스가 역전할 가능성은 희박했다. 그런데 소닉스의 대반전이 대단했다. 4차전과 5차전에서 승리한 소닉스는 시리즈를 2승3패로 만들고 6차전 시카고 원정경기 승리를 노렸다.

불스는 그러나 데니스 로드맨의 맹활약에 힘입어 6차전에서 시리즈를 마감했다. 로드맨은 이번 시리즈 승리의 수훈갑이었다. 그는 6차전이 끝난 후 “우리는 열심히 그리고 현명하게 경기를 했다. 그리고 이 팀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다”고 말했다. ‘특별한 무언가’ 중의 하나는 바로 조던이었다.

조던은 챔프 결정전 MVP로 선정됐다. 그는 정규 시즌 MVP, 올스타 MVP, 챔피언 결정전 MVP를 휩쓴 역대 두 번째 선수로 기록됐다. 가장 처음 3개 상을 한 시즌에 휩쓴 선수는 윌리스 리드(1970년)였다.

이번 우승으로 불스는 네 번째 챔피언 트로피를 갖게 됐다. 동시에 개인상이 풍년인 시즌이 됐다. 조던의 3개 상 수상 외에도 피펜이 NBA 베스트 5에 선정됐고 로드맨이 수비 베스트 5, 쿠코치가 식스맨상, 잭슨이 감독상, 제리 크라우스 단장이 올해의 구단 경영자상을 받았다.

역대 최고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시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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