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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무한도전’이라는 MBC-TV 프로그램으로 말미암아 시작된 논란을 보면서 많이 놀랐다. ‘무한도전’의 뉴욕 촬영인 ‘식객 시리즈’에 대한 반응이 이렇게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한다는 사실에 놀랐고, 사람들이 오락 프로그램을 정치 사회 분석하듯이 날카롭게 분석하는 사실에 놀랐다.
하도 논란이 있어서 인터넷에서 ‘식객 특집’을 봤다. 파블로 타블로의 형이 이 프로그램에 대한 엄청난 비난을 퍼부었다고 해서 그 글도 읽어보았다. 그리고 그 글에 대한 여러 블로거들의 글도 읽어보았다.
재미난 사실은 이러한 반응이 한국의 주요 언론사 웹사이트에 핫뉴스로 뜨고 주요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1위로 떴다는 사실이다.
먼저, 가수 파블로타블로 형이라는 분이 자신의 블로그에 쓴 글을 읽어보니, 그냥 사견을 가감 없이 적은 것이었다. 글 내용을 보니 특별히 그 글을 누구에게 알리고자 해서 쓴 게 아니었다. 그리고 미국에서 20년 정도 산 나로서는 그의 의견이 다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는 영어도 못하는 출연자들이 뉴욕에서 나라 망신을 시킨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이 방송을 보면서 부끄럽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남의 나라 말인데 못하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한국 영어 교육이 회화 위주가 아니었기에(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영어를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리얼’의 옷을 입었기에 통역도 제대로 쓰지 않고 촬영을 했던 것 같다. (사실 미국인들에게 망신스러운 일은 국회에서 몸싸움을 하는 장면이 소개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뉴욕에서 촬영한 방송분 2편을 재미있게 봤고, 미국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허리 업’이라는 개그를 한 것도 아주 좋았다.
단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음식을 만들어서 평가를 받을 때만큼은 영어가 유창한 분의 설명이 곁들여졌다면 한국 음식을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됐으리라 생각한다. 그때만큼은 무한도전 출연자가 통역의 도움으로 설명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 부분은 재미보다는 ‘심각함’이 필요했다.
무한도전 by 류동협
그리고 개그맨 정준하가 명쉐프와 실랑이를 벌이는 것은 방송을 볼 때 ‘설정’이라는 티가 너무 났다. 그런데도 시청자들은 정준하가 ‘네가지가 없다’고 생각을 하며 그를 비난했다. 이는 마치 아주머니들이 드라마에서 악역을 맡은 연기자가 옆에 지나갈 때 욕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리얼’이라고 하지만 ‘무한도전’과 같은 프로는 절반은 설정이라고 봐야 한다. 다른 리얼 쇼도 마찬가지다.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설정’을 하는 것이다.
한 네티즌의 말에 나라가 들썩이고 ‘설정’에 분노하는 게 좀 안쓰럽게 느껴졌다.
이런 논란을 보면서 나는 전 세계 전쟁과 가난을 쫓아다니며 보도 사진을 찍는 제임스 낙트웨이 종군기자가 생각났다. 그는 한 다큐멘타리 프로그램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회가 점점 엔터테인먼트와 유행에만 민감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엔터테인먼트와 유행을 폄하하는 게 아니라 이 두 분야가 사람들의 다른 관심사를 잠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 사회에서 엔터테인먼트는 꼭 필요하지만 그것이 다른 관심마저도 빼앗아 버리는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그의 지적이다. 놀이와 유행이 나쁜 게 아니라 그런 것이 다른 이슈와 관심마저 송두리째 빼앗아간다는 그의 지적은 옳다.
다큐멘타리 방송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사람이 편안한 웃음, 감동을 느낀다면 그것은 좋은 일이다. 앞으로도 김태호 PD와 스태프 그리고 출연진이 더 열심히 방송을 만들면 좋겠다. 그러나 그들의 웃음과 감동이 다른 이슈를 잠식한다면 그것은 수정되어야 할 부분이다. 이는 언론의 몫이고, 지식인들의 몫이고, 시청자들의 몫이다. 공동으로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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