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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게임의 그림자 (Game of Shadows)'

by 밝은터_NJT 2009.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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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 Angeles Dodgers vs. San Francisco Giants

배리 본즈의 스테로이드 사용과 사생활을 폭로한 ‘게임의 그림자(Game of Shadows)’라는 책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지의 랜스 윌리엄스와 마크 와다 기자가 공동 집필했다. 이 책이 발간된 후 스테로이드 이슈가 사회적 관심이 되자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내사하겠다”고 발표할 정도였다.

호세 칸세코의 ‘약물의 취해(The Juiced)’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후 스테로이드 청문회를 이끌어 냈다면 ‘게임의 그림자’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본격적으로 ‘스테로이드 청소’를 시작하도록 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해 본다.

리뷰어: 박병기 (http://iccsports.com)

배리 본즈 인물 묘사

배리 본즈의 아버지는 유명한 야구 선수였다. 그의 이름은 보비 본즈로 전성기 시절 윌리 메이스의 대를 이을 선수로 평가됐다. 실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메이스를 트레이드한 후에 바비 본즈를 팀의 주축 선수로 키우려고 했다. 애석하게도 바비 본즈는 알코올 중독자였고 감정의 기복이 심한 사람이었다. 전성기 시절에는 거의 매년 30홈런-30도루를 기록했지만 그는 이 팀 저 팀을 전전하는 ‘저니맨’으로 전락했다.

MLB: Major League Baseball File Photos

배리 본즈는 그런 아버지를 싫어했다. 학생 시절 아버지가 자신의 플레이를 보기 위해 경기장으로 구경온다는 말을 들으면 술에 취해 문제를 일으킬 것을 염려하며 그가 나타나지 않기를 바랐다. 그의 아버지는 또 아들이 아무리 잘해도 칭찬하지 않았다. “너는 내 덕분에 이렇게 잘 된 것”이라고 깎아내리기만 했다고 한다. 배리 본즈는 또 사람들이 아버지에 대한 편견으로 자기가 아무리 잘해도 높이 평가하지 않는 것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

이런 상처 탓인지 그는 학생 시절부터 동료와의 관계가 좋지 않았다. 본즈의 학생 시절 코치였던 짐 브락은 “단 한 명의 팀 메이트도 본즈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무례하고, 배려가 없고, 자기 중심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팬들도 기자들도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돈을 받지 않으면 절대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지 않았다. “기자가 싫다”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그 결과 본즈가 피츠버그에서 뛴 후 자유계약 선수로 풀렸을 때 아무도 그가 떠나는 것에 마음을 두지 않았다.

그는 짐 릴랜드(피츠버그), 더스티 베이커(샌프란시스코) 감독과 ‘힘겨루기’를 했으며 때로는 구단주도 무시했다. ‘야구공에 본즈의 사인을 받아오라’는 자이언츠 구단주의 부탁을 전하는 사람에게 그는 F자가 들어간 욕을 하며 “절대 하지 않겠다”고 버텼다고 한다.

본즈는 첫 번째 아내에게 절대복종할 것을 강요하다가(그의 아버지처럼) 결국 이혼했고 주변 사람들이 자기의 부탁을 당장 들어주지 않으면 버럭 화를 내곤 했다. 그는 자이언츠 라커룸에 대형 마사지 의자를 갖다 놓았는데 이는 선수 4명의 라커를 차지하는 것으로 이때부터 자이언츠 선수들이 그의 이기적인 행동에 질리기 시작했다. 그는 정기적인 연습에 자주 참여하지 않았고 연례행사인 구단 기념사진 촬영에도 2년 연속 빠졌다.

킴벌리 벨과의 만남: 악연?

Premiere Of Universals Welcome Home Roscoe Jenkins - Arrivals


본즈와 스웨덴 출신의 첫 번째 아내인 선
(Sun)의 이혼 소송이 진행되고 있을 무렵 한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은 킴벌리 벨이었다. 벨은 실리콘 밸리에서 그래픽 아티스트로 활약하며 연봉 8만 달러를 받는 인텔리였다. 본즈는 자신이 ‘똑똑한 여자 친구’를 둔 것을 종종 주변 사람에게 자랑했다고 한다. 이 둘은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데이트를 시작했다.

본즈는 야구 카드 쇼나 사인회에서 받은 현금을 벨에게 주곤 했다
. 본즈는 또 가슴 확대 수술을 하라며 벨에게 수표를 보내기도 했다. 벨은 본즈가 원정을 갈 때 자주 따라다니면서 데이트를 즐겼다. 그러나 이들의 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한 시기는 1998 1월이었다.

본즈가 돌연 결혼을 발표한 후부터다. 본즈는 벨에게 “너가 컴퓨터 분야에서의 커리어를 포기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아 다른 여자를 선택했다. 이혼한 애 엄마가 아이들을 데려가려고 해 어쩔 수 없이 결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본즈의 두 번째 아내는 리즈 왓슨(사진 위)이라는 흑인 여성으로 본즈의 표현을 빌리자면 “첫 번째 여자가 백인이었을 때 언론이 하도 비난을 많이 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흑인 여성이자 가정주부 역할에 만족하는 여자”였다.

본즈는 결혼 후에도 벨을 계속 만났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부자연스러운 만남이 이어졌다. 벨은 선수 가족(싱글의 여자 친구는 예외)이 아니기에 구단 비행기를 탈 수 없었고 성적(
性的
)으로 개방된 마이애미를 제외하고는 이 둘이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도시가 없었다.

점점 사이가 멀어지면서 벨의 마음도 떠나기 시작했을 때 본즈는 마치 스토커가 된 것처럼 수도 없이 벨에게 전화를 하고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
. 벨은 당시 ‘본즈의 살해 협박’에 두려움이 생겨 음성 메시지 테이프를 바꿔가며 ‘증거’를 남기는 작업을 했다. 이 책을 쓴 두 기자는 당시 음성 메시지 내용을 대부분 들었다. 벨이 메이저리그 스테로이드 사태에서 중요한 인물인 이유는 그의 법정 증언과 언론 기자들과의 인터뷰 내용 때문이다. 벨은 본즈가 약물의 도움으로 근육질의 남자가 됐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그렉 앤더슨: 약물 공급원이자 트레이너

Barry Bonds Trainer appears in court in San Francisco

그렉 앤더슨(사진 위)은 ‘본즈의 가장 친한 친구’로 자주 소개됐지만 본즈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실제 본즈는 여자 친구인 벨에게 앤더슨을 ‘돈 주고 산 친구(paid friend)’로 묘사했다. 앤더슨은 야구 선수 시절 재능이 부족함을 깨닫고 약물의 도움으로 프로 선수가 되려고 했던 인물이다. 약물의 도움을 받고도 꿈을 이루지 못한 앤더슨은 스테로이드가 기록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트레이너로 일을 시작했다.

지인의 소개로 본즈의 트레이너가 된 앤더슨은 천만 장자의 기록 향상에 결정적인 공을 세웠지만 함께 뜨지는 못했다. 그는 본즈가 가끔 던져주는 현금으로 생활을 했다. 그런데 ‘수퍼스타’가 주는 돈은 고정적인 월급도 아니었고 거액도 아니었다.

본즈의 트레이너라 화려한 삶을 살았을 것 같았다
. 그는 그러나 항상 아파트 페이먼트와 생활비를 걱정해야 했다. 본즈가 타고 다니다가 싫증 난 차를 저가에 구입하는 것이 앤더슨에게 주어진 유일한 혜택이었다. 앤더슨은 트레이너가 아닌 약물 공급책이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본즈는 앤더슨의 ‘교육’으로 몸을 만든 것이 아니었다. 앤더슨은 본즈에게 약물을 제공하고 이 내역을 기록해 그가 효과적으로 몸을 만드는 과정을 도와주는 역할을 주로 맡았다. 앤더슨은 본즈의 ‘하인’이나 다름없었다. 앤더슨은 주변 사람들에게 본즈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전하(my Higher)’라고 표현을 쓸 정도였다.

앤더슨이 여러 종류의 약물을 갖다주면 본즈는 그것을 먹고 스스로 운동을 했다는 것이다. FBI가 앤더슨의 집을 급습했을 당시 그의 파일 폴더에는 본즈가 어떤 약물을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대한 자료가 있었다. 앤더슨은 스테로이드 이슈로 유명해진 발코(BALCO)에서 약물을 구입해 본즈에 공급한 일종의 중간책(middleman)이었다.

약물 투입의 비밀 

MLB: Oakland Athletics at Los Angeles Dodgers

 이 책에는 여러 종류의 약물이 나온다. 대표적인 것은 '더 클리어(The Clear)'와 '더 크림(The Cream)'이다. 둘 다 스테로이드가 함유된 불법 제조 약품이다. '더 클리어'는 먹는 것이고 '더 크림'은 바르는 것이다. 이는 발코(BALCO)에서 개발한 것이다. '클리어'는 먹어도 소변 검사나 피검사에서 '깨끗함(Clear)'으로 나온다는 의미로 지어진 것이다. '크림'은 바르는 스테로이드라는 뜻이다. 본즈는 이 외에도 성장 호르몬제, 멕시칸 빈(즉각적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스테로이드)을 사용한 것으로 이 책은 쓰고 있다. 이에 대해 본즈는 "그런 것인지 모르고 복용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런 금지 약물을 복용하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때 효과 만점이다. 더 무거운 운동기구를 어렵지 않게 들 수 있고 이는 근육을 늘리고 강화시키도록 한다. 이런 약물은 또한 부상을 당해도 통증을 느끼지 않게 한다. 그러나 부작용은 있다. 시력 저하가 대표적인 부작용이고 관절염과 위장 및 심장 장애 등이 따른다. 제이슨 지암비(위 사진)는 이미 이러한 부작용으로 약물 복용을 중단했다. 본즈도 약물 덕분에 홈런을 많이 때려내는 한편 각종 부상에 시달렸다. 팔꿈치 부상, 무릎 부상 등은 약물 부작용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본즈의 트레이너로 알려진 그렉 앤더슨은 본즈가 약물의 도움으로 기록이 향상되자 지암비 형제, 개
리 셰필드, 베니토 산티아고 등에게도 약물을 판매했다. 그러나 이 책에 따르면 앤더슨은 본즈의 허가 없이는 선수들과 접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약물을 전도한 것은 앤더슨이 아닌 본즈였다는 의미다. 셰필드, 지암비, 산티아고는 모두 본즈가 리크루트(?)한 '약물 친구'다. 이들은 불법 약물 이야기를 나누며 더욱 가까워졌다고 한다. '술 친구' '골프 친구'가 있는 것처럼 메이저리그 선수들 간에는 '약물 친구'가 있었던 것이다.
 
스테로이드 이슈는 선수들만의 잘못인가?

 스테로이드가 메이저리그에 유행하게 된 것은 선수, 리그 구단주, 리그 사무국, 언론의 책임이기도 하다. 메이저리그에서 허용했던 약물 중 선수들이 애용했던 것은 의사의 처방이 없이는 절대 사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 메이저리그 측이 이를 금지 목록에 넣지 않았다는 것은 스테로이드 사용을 유도하는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스테로이드 사건이 터졌을 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피터 매고원 구단주와 더스티 베이커 감독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저 수퍼스타인 본즈가 홈런만 많이 때려주길 원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 노조도 약물 검사를 어떻게 해서든 막아보려고 했으니 공범이나 마찬가지다. 그뿐 아니라 메이저리그에서 약물 검사를 실시할 때 스타 선수들에게는 미리 정보를 알려주기까지 했다고 한다. 

 또한 마크 맥과이어나 본즈가 홈런 기록을 세우고 있을 무렵 스테로이드 사건이 터졌을 때 미국 언론은 대중의 질타가 두려워 이 이슈를 되도록 감추려고 애썼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감히 누가 수퍼스타를 건드려'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고 이 책은 적고 있다.

발코(BALCO)는 어떤 곳

Tribeca Talks: Injecting The American Dream At The 2008 TFF
 
 발코(BALCO)는 불법 약물을 제조했지만 마치 건강 보조제를 만드는 것처럼 광고를 해 큰돈을 벌려고 했던 회사다. 본즈의 트레이너인 앤더슨이 발코의 약물을 선수들에게 파는 역할을 했다. 발코의 대표인 빅토 콘테(위 사진)는 유명한 올림픽 선수, 운동 선수들에게 불법 약물을 판매하면서 '바디 빌딩 매거진'에 합법적인 건강 보조제를 파는 것처럼 업체를 홍보하다가 연방 검사에 기소돼 징역살이까지 했다. 콘테는 공개적으로 불법 약물을 판매한 간 큰 남자였던 것이다. 발코는 소변 검사나 피검사를 해도 양성 반응이 나오지 않는 물질(스크린제)을 개발해 근육을 강화하려는 스타 선수들 사이에 인기가 높았다.    
 
■ 한국인과 아시안에 대한 발언 

 이 책은 본즈가 그동안 했던 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는데 눈에 띄는 것은 한국인과 아시안에 대한 발언이었다. 그는 '대중을 속이려고 한 의도는 무엇이었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미국에서 사기(cheating)의 정의가 무엇인가. 한국에서 1달러 50센트짜리 셔츠를 만들어 미국에서 500달러에 파는 것도 사기 아닌가. 당신은 속임수가 무엇인지 먼저 정의를 내린 후 질문을 하라"고 답변했다. 예를 들어 한 말이지만 한인 독자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발언이었다. 

 그는 또 "연간 수천만 달러를 벌면서 왜 그렇게도 주변 사람들에게 돈 주는 것을 아깝게 생각하냐"는 한 배심원의 질문에 대해서는 "아시안, 백인들 중에는 부자가 많다. 그들은 왜 번 돈을 나누지 않는가? 나는 내가 번 돈을 남에게 주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짠돌이 중의 짠돌이? 

MLB: Arizona Diamondbacks at Los Angeles Dodgers


 이 책에 소개되는 본즈는 그야말로 '짠돌이'다. 여자 친구인 킴벌리 벨이 애리조나 피닉스로 이사하고 싶다고 해서 집을 사줬던 본즈는 나중에 집값을 다 내주지 못했다. 벨은 실리콘 밸리의 좋은 직장에 사표를 내고 본즈를 믿고 피닉스로 왔는데 이곳에서는 이전처럼 시간당 40달러를 벌 수 있는 직장을 잡지 못했다. 결국 벨은 월 페이먼트를 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갔다.

 본즈는 기념품 사인 등으로 받은 현금을 벨에게 줬지만 여전히 융자금을 다 갚으려면 10만 달러가 부족했다. 자신의 연봉은 회계사가 관리하고 아내가 은행 입출금 상황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거액을 빼낼 수 없었던 본즈는 결국에는 2만 달러를 벨에게 주는 것으로 관계를 정리하려고 했다. 벨은 여기서 흥분하기 시작했다. 본즈가 뉴욕에 또 다른 여자 친구를 뒀다는 것을 알게 된 벨은 본즈의 비리를 폭로하기로 결심했다. 

 본즈는 개인 트레이너인 앤더슨에 대해서도 부가 수입이 있을 때만 수고비를 줬으며 73홈런을 때려낸 후에는 아예 자이언츠 구단이 그에게 월급을 주도록 했다. 본즈는 심지어 수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위 사진)에게도 커미션을 깎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본즈의 돈 쓰기는 정상적인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지난 2005년 스프링캠프 때 자청해서 기자회견을 열어 15세 아들을 옆에 앉혀 놓고 "우리 가족은 스테로이드 이슈로 너무 고통을 받고 있다"고 강조하며 아들이 사진에 반드시 나올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기자회견은 본즈가 원하는 분위기로 진행됐고 기분이 좋았던 그는 15세인 어린 아들에게 BMW를 사주기 위해 얼마 후 딜러를 찾았다고 한다.
 
이 책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Chronicle Reporters Ordered Jailed For Refusing To Divulge Sources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지의 두 기자(위 사진)는 발코(BALCO) 사건 취재 내용과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대배심 증언 내용 그리고 약 200여 명의 인터뷰 내용을 종합해 이 책을 출간했다. 두 기자는 또한 스테로이드 스캔들을 조사한 연방 수사원의 메모와 빅터 콘테와 선수들 간의 e-메일 내용, 본즈의 여자 친구였던 킴벌리 벨이 녹음한 본즈의 발언, 그녀가 보관했던 각종 자료를 참조했다. 그렉 앤더슨의 지인이 앤더슨의 '스테로이드 발언'을 녹음한 내용도 주요한 자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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