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왜 켄터키 더비에 열광할까?
오늘은 켄터키 더비로 미국 전체가 시끌시끌하다. 매년 5월 첫째 토요일에 미국인들의 시선은 켄터키주 루이빌로 집중된다. 이날 열리는 켄터키 더비 경마대회는 '미국 스포츠에서 가장 박진감 넘치는 2분(the Most Exciting Two Minutes in Sports)'을 제공하는 대회로 유명하다.
켄터키 더비는 경마에 베팅을 하지 않았어도 미국인이 꼭 보는 중요한 스포츠 행사인 것이다. 우승하는 말과 선수(자키)는 거액의 우승상금과 함께 '장미 선물'을 받게 되는데 이는 골프에서 말하는 '그린 재킷'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켄터키 더비에는 무려 15만 명 이상의 팬이 몰려든다. 2009 대회에도 예년 대회처럼 수많은 팬과 스타들이 물려들었다. 미국 대중문화의 일부가 되어버린 켄터키 더비는 그 인기가 높아 명마들도 덩달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 한 예로 지난 2007년 안락사로 죽은 명마 바르바로 이야기는 켄터키 더비의 인기를 실감나게 해줬다. 2006년 켄터키 더비 우승자인 명마(名馬) 바르바로(Barbaro)는 발목부상을 당해 더 이상 경마에 참여할 수 없었는데 이 말이 안락사로 죽자 미국 스포츠 팬들은 바르바로의 죽음에 애도의 뜻을 표할 정도였다. 바르바로가 발목 부상을 당한 후 미국인들은 그에게 팬레터, 당근 등을 보내 쾌유를 빈 바 있다. 왜 미국은 이 명마의 죽음을 슬퍼했을까.
경마의 인기가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 켄터키 더비, 프리크니스 스테익스, 벨몬트 스테익스 등 3개 대회는 최고의 경마 대회다. 이 3개 대회에서 우승한 말은 '트리플 크라운'의 영예를 안는다.
미국 경마 역사상 트리플 크라운의 영예를 안은 말은 11필밖에 되지 않는다. 가장 마지막 트리플 크라운을 차지한 말은 어펌드(Affirmed)로 지난 1978년 3개 대회를 휩쓴 바 있다. 지난해 켄터키 더비에서 챔피언에 올랐던 바르바로는 1978년 이후 처음으로 트리플 크라운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바르바로는 데뷔 후 6경기에서 모두 1위에 올라 승승장구할 것으로 보였던 명마였다. 그런데 2006년 5월20일 열렸던 프리크니스 스테익스에서 발목을 심하게 다치는 바람에 트리플 크라운이 아닌 생명을 건지는 게 목표인 말이 되고 말았다.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바르바로는 주인에게 2천만 달러를 벌어준 바 있다. 참가한 6개 대회 모두에서 챔피언이 돼 바르바로와 자키 그리고 마주는 유명해졌다. 그러나 단 한 번의 실수로 바르바로는 '바로' 은퇴를 했다. 프리크니스 스테익스 대회에서 경기 시작 직후 발을 잘못 내딛는 바람에 오른쪽 뒷발목뼈 20조각으로 부서졌다. 이 정도 부상을 당한 말은 보통 안락사(euthanasia)를 시킨다. 다친 말이 부상으로 오래 누워있으면 소화기관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고 불안과 스트레스로 가만히 있질 못한다. 안락사를 시키지 않으면 극심한 고통 속에 죽어가기 때문에 발을 심하게 다친 말은 안락사가 당연시된다.
주인의 간곡한 부탁으로 안락사 대신 수술을 받게 됐던 바르바로는 다친 부위가 호전되지 않았다. 얇은 다리에 눌리는 무게가 무려 800파운드이니 쉽게 낫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말의 천성을 볼 때 바르바로는 누워있을 수도 없었다. 결국 바르바로는 2007년 2월29일 안락사했다. 바르바로의 주인인 로이 잭슨, 그레츤 잭슨은 안락사를 결정했고 바르바로는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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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바로가 부상을 당했을 때 수천 명의 팬이 그에게 카드와 꽃을 보냈다. 그의 죽음이 알려진 후에도 '명마'의 죽음을 안타깝게 생각한 팬들이 말과 행동으로 애도의 뜻을 전했다.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사랑을 받은 동물 중 하나인 바르바로는 심지어 "회복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적힌 가로 7피트 새로 72피트의 카드를 받기도 했다. 바르바로의 부상으로 덩치가 큰 동물들의 치료를 위한 '바르바로 펀드'가 조성되기도 했다. 연일 바르바로의 '투병기'를 보도했던 미국의 주요 언론은 그의 안락사 소식을 2007년 2월29일 긴급 보도했다. 웬만한 사람보다 더 유명했고 사랑을 받은 동물이 바르보사였다. 이게 옳은 것인지는 독자의 판단에 맡긴다. [밝은터]
[한국과 미국의 다른 경마 시스템(경마 전문 사이트에서 참고)]
한국의 경마와 미국의 경마의 시스템은 조금 다르다. 한국과 미국의 경마 시스템을 보면 상당한 차이가 난다. 그러기에 한국의 경마 팬이 바라보는 경마와 미국의 경마 팬이 바라보는 경마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클 수밖에 없다. 미국은 경마장을 개인이 운영하며 경마장 직원은 시행사 역할만을 한다. 경마를 공정하게 시행할 사법부와 같은 재결위원이나 수의위원은 주정부(State government)에 소속되어 있는 신분이다.
이렇게 재결위원이 시행사에 소속되어 있지 않기에 행사 시행사와 한통속이라는 오해도 받지 않을뿐더러 주정부에 속한 재결위원은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이 사법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고 팬들은 믿고 있다. 따라서 재결위원의 어떠한 결정에도 승복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재결위원을 Steward라고 하는데 이 스튜어드의 결정에 그 어느 누구도 이의를 달지는 않는다. 단, 스튜어드의 결정에 조교사, 기수, 마주가 억울하다고 판단되면 상금부분에 대해서만 법원에 재판을 신청할 수 있다. 승부 기피 혐의가 있는 조교사, 기수에 대하여 경마 팬이 직접 시행체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부당한 재결처분에 대하여 경마팬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미국의 경마를 보면 시행체는 행정부로서의 역할만을 하고 재결, 수의 분야는 사법부로서의 역할만을 하므로 어찌 보면 경마에 있어서 삼권분립이 잘 이루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